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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6.01.20 추우니까
  3. 2016.01.11 많다

그래도 되는

2016. 2. 3. 02:30 from 그래서 오늘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보인다. 울퉁불퉁 제멋대로인데 아닌 척 하는 내가 보인다. 요즘 소설을 자주 읽고 있는데 각기 다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무방비로 이입해버린다. 그런 것과 비슷한 태도이다. 


그래도 된다, 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시간부자이니까. 천천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순서를 정해 나열할 시간도 있고, 마음에 든 것들이 서로 모순이 되어도 괜찮다고 다독거릴 시간도 있다. 물론 힘있게 걸어가기도 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P. 483 <안나 카레리나1>

그녀는 그야말로 키티가 꿈에서나 그리던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바렌카를 보면서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티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키티는 이제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즉시 그녀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삶에 온 마음을 바쳤다. 

Posted by cox4 :

추우니까

2016. 1. 20. 14:15 from 또는 외면일기

몹시 추운 날이다. 영하 15도를 오르내리고 체감기온은 25도나 된다고 했다. 집에 콕 박혀서 일하고 밖을 나갈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꼭 출근하지 않아도 되는 프리랜서라는 게 이럴 땐 좋다. 월급날이 없는 게 흠이긴 하지만.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산 가방을 보내줘야 하는데 추워서 며칠 미뤘다. 새 가방을 기다릴 친구 얼굴이 아른아른. 이번 주 내내 춥다고 하길래 옷 입은 김에 나가자며 우체국으로 향했다. 밖은 과연 추웠다. 하지만 모두 나처럼 웅크리고 있는 게 아니라 요구르트 배달하는 분도 계셨고 경비하는 아저씨도 있고, 초등학교도 휴교 따윈 생각지도 않는 것 같았다. 조금 창피한 마음으로 마을버스를 탔다. 다음 정거장에서 20대 초반의 남자가 버스를 탔는데 잔액이 부족하다고 나왔다. 어 1800원이나 있었는데 왜 부족하지? 하더니 현금이 없는지 그냥 내려 걸어간다. 마을버스 아저씨가 조금 쫓아가 빵빵. 남자가 의아한 얼굴로 다시 타니 아저씨 다음에 두 번 찍으라고 한다. 남자는 기분 좋게 인사를 하고 뒤로 가서 앉는다. 오늘은 그 정도로 추운 날이다. 규칙을 어기더라도 이 정도의 배려는 해줄 수 있는 날씨인 것이다. 

Posted by cox4 :

많다

2016. 1. 11. 23:51 from 그래서 오늘

사는 것이 많다.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건 괜찮은데 꼭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먹을 것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집에 있는 무언가로 대체 가능하다. 손에 주렁주렁 들고 가만히 서서 생각해다보면 잡은 것 중 절반은 겨우 내려놓는다.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늘 사용하는 볼펜, 질이 좋은 노트, 일상적으로 입기 좋은 티셔츠, 계절에 맞는 이불커버, 자주 쓰는 손수건, 책, 양말 등 일상용품들이다. 근데 사실 이것들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인간이란 동물의 해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오늘부터 그런 소소한 소비까지 줄여보자고 결심했다. 일단 차부터 해보기로 한다. 커피원두를 사는 건 찬장에 있는 커피와 차 들을 모두 마신 후에 하기로 한다. 그리고 노트도 가지고 있는 노트들 다 쓰고 난 다음에 사기로 한다. 가지고 있는 책들 중 다시 읽지 않을 건 팔고 앞으로는 도서관에서 빌려읽기로 한다. 그리고 용기에 든 제품들은 가능한 리필이 되는 걸 사기로 한다. 비닐봉투나 쇼핑백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로. 대체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다 쓰고 새걸 사기로 한다. 다짐을 위해 적는 포스팅이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