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보인다. 울퉁불퉁 제멋대로인데 아닌 척 하는 내가 보인다. 요즘 소설을 자주 읽고 있는데 각기 다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무방비로 이입해버린다. 그런 것과 비슷한 태도이다.
그래도 된다, 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시간부자이니까. 천천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순서를 정해 나열할 시간도 있고, 마음에 든 것들이 서로 모순이 되어도 괜찮다고 다독거릴 시간도 있다. 물론 힘있게 걸어가기도 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P. 483 <안나 카레리나1>
그녀는 그야말로 키티가 꿈에서나 그리던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바렌카를 보면서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티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키티는 이제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즉시 그녀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삶에 온 마음을 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