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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9.28 얼마나 예쁜지 2
서울이 쌀쌀맞아졌다. 콧속은 가뭄에 갈라지는 논과 홍수로 넘치는 강을 오가고 있지만, 따뜻함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반갑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로 양쪽 길 중 그늘 진 쪽을 택해서 걸었는데, 오늘은 그늘이 없는 쪽을 택했다. 햇볕이 등짝을 데운다. 반팔 원피스를 입어 닭살이 오소소 돋아있던 여자의 팔도, 햇볕을 받자 매끈해졌다. 친구에게 주려고 산 원두냄새가 가방에서 솔솔 풍겨나온다. 그 냄새와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산 나 자신에게 감동했다.

사무실로 오기 위해 인사동을 지나다가 작은 꽃집 앞에 멈췄다. 꽃집을 지날 때마나 초록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사고 싶지만, 정신 차려보면 죽어있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늘 참았다. 하지만 오늘은 날도 좋고, 기분도 괜찮아서 꽃집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꽃이 있었다. 코팅 플라워라는 꽃인데, 꽃도 잎도 코팅한 것처럼 매끈하다. 잎은 소나무처럼 뾰족뾰족하다. 나는 사람이든, 글이든, 꽃이든, 과일이든 단단한 것이 좋다. 흐물흐물한 것보다. 언젠가는 흐물흐물한 것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단단한 것이 좋다. 마음에 쏙 드는 꽃은 외국에서 수입한 거라 비싸다. 한 가지에 무려 5천원. 아름다움의 값이라고 생각하고 샀다. 다행히 한 가지를 덤으로 주셨다. 한 가지는 커피와 함께 친구에게 줄 선물로 남기고, 한 가지를 잘라, 투명한 테이크 아웃 커피잔에 담았다.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마음에 쏙 드는지! (보여주고 싶은데 디카가 안 보인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