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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되는대로

2010. 11. 11. 02:15 from 그래서 오늘
쉽게 잠들지 못할 것 같아 블로그에 글이라도 적으면서 정리해보려고 글쓰기 버튼을 눌렀다. 커서가 수백번 깜박이는 동안 팔짱을 끼고 내 고민의 지점, 오늘의 받은 수많은 자극들을 문장으로 만들어보려고 했지만, 입안을 맴도는 것은 '모르겠다' 그것뿐.

사람이란 결코 한가지의 성격만을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안다. 삶의 여정이 길어지면 과거의 어떤 지점과 모순되는 면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 아니 하루 사이에도 모순되는 말을 마음의 거리낌없이 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이제는 사람 마음이 얼마나 정교하고 복잡한지 경험으로도 안다고 생각했는데, 여전히 누군가의 이면을 마주하게 되면, 외면하고 싶던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괴롭다. 그것은 내가 아직도 직선적으로 사고하는 것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아니면 고민해야 할 지점이 있는데 감당하기 힘들고 귀찮으니까 그런 게 인생이라는 말로 뭉개버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탓일까.

야구가 재밌는 것은 그 경기의 흐름이 때로 우리들의 인생과 닮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인생을 야구만큼 즐길수는 없다. 야구는 경기 중에 예측불가능했던 일이 벌어지면 '야구 참 모른다, 야구 참 재밌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의 삶에서 예측불가능한 일을 유연하게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나는 아직 내가 친 잘 맞은 직선 타구가 3루수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일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내야 안타를 내어주는 투수가 되고 싶지 않다. 물론 그 반대는 쉽게 즐길 수 있다. (직선타구를 멋지게 잡아내는 3루수가 되고, 행운의 내야 안타를 치는 선수가 되는 것쯤이야.)

언제쯤이면 예상하지 못했던 삶(사람)의 이면, 유쾌하지 않은 이면을 마주하고도, 이래서 산다는 건 참 알 수 없다고 담담하게 말할 수 있을까. 불운을 받아안으며, 인생 참 재밌다고 말할 수 있기까지를 바라는 건 아니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