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7건

  1. 2016.02.03 그래도 되는 1
  2. 2016.01.11 많다
  3. 2015.12.09 싹뚝싹뚝

그래도 되는

2016. 2. 3. 02:30 from 그래서 오늘

친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보인다. 울퉁불퉁 제멋대로인데 아닌 척 하는 내가 보인다. 요즘 소설을 자주 읽고 있는데 각기 다른 소설 속 인물들에게 무방비로 이입해버린다. 그런 것과 비슷한 태도이다. 


그래도 된다, 고 생각한다. 지금의 나는. 시간부자이니까. 천천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순서를 정해 나열할 시간도 있고, 마음에 든 것들이 서로 모순이 되어도 괜찮다고 다독거릴 시간도 있다. 물론 힘있게 걸어가기도 할 것이다. 두려움 없이.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P. 483 <안나 카레리나1>

그녀는 그야말로 키티가 꿈에서나 그리던 완벽함 그 자체였다. 그녀는 바렌카를 보면서 자신을 잊고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평온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키티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키티는 이제야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분명히 깨달았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에 감탄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즉시 그녀 앞에 펼쳐진 이 새로운 삶에 온 마음을 바쳤다. 

Posted by cox4 :

많다

2016. 1. 11. 23:51 from 그래서 오늘

사는 것이 많다. 꼭 필요한 것을 사는 건 괜찮은데 꼭 필요한 것은 별로 없다. 먹을 것이 아니고서는 대부분 집에 있는 무언가로 대체 가능하다. 손에 주렁주렁 들고 가만히 서서 생각해다보면 잡은 것 중 절반은 겨우 내려놓는다. 그리 비싼 것은 아니다. 늘 사용하는 볼펜, 질이 좋은 노트, 일상적으로 입기 좋은 티셔츠, 계절에 맞는 이불커버, 자주 쓰는 손수건, 책, 양말 등 일상용품들이다. 근데 사실 이것들도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혼자 살기 시작하면서 쓰레기를 버릴 때마다 인간이란 동물의 해로움에 대해서 생각한다. 


오늘부터 그런 소소한 소비까지 줄여보자고 결심했다. 일단 차부터 해보기로 한다. 커피원두를 사는 건 찬장에 있는 커피와 차 들을 모두 마신 후에 하기로 한다. 그리고 노트도 가지고 있는 노트들 다 쓰고 난 다음에 사기로 한다. 가지고 있는 책들 중 다시 읽지 않을 건 팔고 앞으로는 도서관에서 빌려읽기로 한다. 그리고 용기에 든 제품들은 가능한 리필이 되는 걸 사기로 한다. 비닐봉투나 쇼핑백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기로. 대체가능한 것이 있다면 그것을 다 쓰고 새걸 사기로 한다. 다짐을 위해 적는 포스팅이다. 

Posted by cox4 :

싹뚝싹뚝

2015. 12. 9. 00:26 from 그래서 오늘

배배 꼬인 마음을 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널려있던 빨래를 걷어 개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세수도 하였다. 언니가 준 전기포트를 꺼내 물을 끓이고 말린 우엉 서너조각 띄웠다. 수면 양말로 발을 감싸니 조금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직 감정에 휩싸인채로 앉아있지만, 따뜻한 차를 다 마실 때쯤이면, 키보드에서 손을 뗄 때쯤이면 나아지리란 걸 알고 있다. 직면하는 것이 어렵다. 글로 쓰는 것은 마음을 정면으로 보는 일이다. 한참을 누워 뒤척인 것은, 허락하지 않은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것은 내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는 지도 모른다. 정확히 모른다. 이것 때문인가. 이것 때문이가. 생각나는 일을 모두 떠올려본다. 그러면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이런 나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런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도 원하고 저것도 원하는 욕심.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은 나의 태도 때문이다. 깊은 한숨. 적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을 싹뚝싹뚝 잘라버려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