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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30

2011. 5. 1. 00:22 from 다이어리
룸메 언니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이 생일인데, 월말이라 재고조사를 하느라 아직 못들어오고 있다. 생일이 큰 무게를 두지는 않는 언니이지만, 그래도 생일이 지날 때까지 일하고 돌아오는 길은 좀 씁쓸할 것 같다.

그런데 눈이 점점 감긴다. 어제 강화에 답사를 다녀온 탓이다. 아니 그 전날 새벽5시까지 강의계획서를 쓰고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기 저기 돌아다니며 빡센 일정을 소화하고 강화로 답사를 간 탓이다. 피곤해서 뻘개진 두 눈으로 강화에 도착했더니, 비가 쏟아졌다. 다른 교사들과 밥을 먹고, 회의를 했다. 숭어회를 먹었지만 별 감흥이 없었던 건, 민박집의 분위기가 어두웠던 건지, 몸이 잠을 간절히 원해서였는지 모르겠다. 회의를 대강 마치고 스케치북을 보았다. UV가 나오는 순간, 피곤함과 잠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생방으로 그들의 공중파 첫 출연을 볼 수 있어서 감격했다. 오랜만에 TV를 봐서 거의 넋을 놓고 있었다.

천둥 소리에 두어번 잠에서 깼다. 아침에 일어나니 엄청난 양의 눈꺼풀(?)이 눈 주위를 뒤덮고 있었다. 눈이 떠지지도 않아 한참 떼어냈다. 비로 강화를 걸어보지는 못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서도 한 번도 깨지 않고 잠을 잤다. 신촌에 내려 남대문시장에 가서 교육에 필요한 장비를 사고, 생일 선물을 샀다. 아이폰 다이어리를 써보려고 노력했지만 더이상은 답답해서 안 될 것 같아 50% 세일하는 종이다이어리도 샀다. 집에 와서 된장찌개를 끓여먹고, 급한 메일을 하나 보내고, 무도 디너쇼편을 다운 받아 낄낄 거리며 보는 것까지 했는데도 언니가 안 들어온다.

선물을 마음에 들어했으면 좋겠다.


버스에서 동그라미 쳐진 문제도 열심히 풀던 여고생의 펜이 움직임을 멈췄다. 내가 내릴 때까지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쳐보이는 사람들이 자꾸 눈에 띄는 건, 나도 지쳤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내가 지친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는 지치게 된 분명한 이유가 모두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나의 경우는 뭘까. 뭘까. 아니 지쳤다기보다는 에너지가 나오던 줄기가 막힌 것 같다. 나의 샘은 뭘까.
Posted by cox4 :

20110419

2011. 4. 20. 01:07 from 다이어리
아침 촬영이 있어서 8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촬영시간이 미뤄졌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고 맘 편히 다시 잤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방이 두 개인데, 나 혼자 쓰고 있는 방은 창이 작고 반지하 방향이라 아침이 되어도 빛이 들지 않는다. 룸메들이 쓰는 방은 1층 방향이라 창이 넓고 아침이면 빛이 들어온다. 환한 빛을 느끼며 일어나고 싶어서 어제는 룸메들 방에서 잤다. 룸메가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 걸 보고 깨어서 몇 마디 했다. 출근하는 사람들만큼 부지런히 생활해야 하는데.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작업실에 갔다. 메일을 보내고 교육 준비를 하고 원고 몇 개를 보았다. 촬영 갈 시간이 되어서 오랜만에 카메라 가방을 매고 나섰다. [어머니] 촬영이었는데, 가서 이야기도 듣고, 촬영도 좀 하고, 어머니가 주무시길래 혼자 TV로 야구도 보고, 일어나서 밥 챙겨 주셔서 밥도 먹고, 또 이야기 듣다가 왔다. 온 몸이 아프시다고 해서 팔 다리를 주물러 드렸는데, 할머니의 피부를 만지고 있으니, 절로 여자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할머니는 밥에 물을 부어 아들이 뼈를 발라놓은 갈치와 함께 금방 밥 반그릇을 드셨다. 나는 콩나물, 무 생채 무침, 미역국, 된장국, 갈치 한 토막, 멸치를 오가며 한 그릇 밥을 든든히 먹었다.

집에 돌아와 쌍용차 해고자 분들이 나온다는 피디수첩을 보았다. 한 명의 룸메는 운동을 하면서 같이 보았고, 작년 말 노조에 가입한 다른 룸메는 같이 보다가 피곤했는지 내게 기대어 잠들었다. 언니의 안녕을 기도하며...

(.....) 별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이어진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이어 인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직은 인생이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라디오를 들으며 내일 할 교육 준비를 하고 잘 계획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교육은 어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관련된 책을 사고, 자료를 준비해도 수업 전 긴장되고 허덕이는 마음은 똑같다. 그래도 오늘 들어온 강사료로 이번 달 월세를 해결했다.
Posted by cox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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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4. 23. 01:08 from 다이어리
인터넷을 하고 컴퓨터를 꺼놨다가 다시 켰다. 일기장에 일기를 쓰고, 엽서를 써도, 뭔가 더 쓰고 싶은 마음, 써제끼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든다. 그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라기보다는 토해내듯 지르고 싶은 마음이 있는데, 그걸 꾹꾹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럴 땐 포스팅?

언니에게 오랜만에 전화가 왔다. 지난 번 대구에 갔을 때 이후 처음 온 가족의 전화다. 물론 나도 안했던 것 같다. 출산예정일을 5일 앞둔 언니는 혼자 놀이터를 걷고 있다고 했다. 뱃속에 있는 아기가 일주일만에 0.5kg이 늘어서 아이를 쉽게 낳기 위해 운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먹는 걸 좀 줄이라고 하니까 배가 고프다고 했다. 혼자서 해맑게 웃으면서 밤늦은 시간에 놀이터를 돌고 있을 언니를 생각하니 과연 언니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는 자신도 반신반의하면서 내가 가을에 결혼하기를 기도하고 있다는 말도 전해왔다. 둘 다 반신반의하는 엄마가 웃기다며 한참 웃었다.

며칠 전 촬영하면서 가족에 대해서, 특히 어릴 때 부모님의 영향에 대해서 지민이와 이야기를 했었다. 그건 내가 늘 생각하는 주제이다. 머릿속으로 자주 생각하고 정리해보는 것이라서 항상 이야기하다가 이렇게 묻는다. 이거 내가 이야기했었나, 하고. 그만큼 많이 생각해보는데, 그래서인지 사실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닌데 과도하게 의미부여하고 트라우마를 만들고 상처를 덧내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경우 가끔은 그런 이야기가 치유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엄살이다. 사실은 평범하고 행복하게 자란 편이면서 왜 우울했다고 몰아가는 것일까? 엄살이다. 믿을만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털어놓는 척하면서 부리는 엄살. 한데, 가끔은 그래도 괜찮지 않을까? 믿을만한 사람들이니. 이러면서 합리화.

라(디오)천(국)에서 연애못하는 사람의 고통을 소개하고 공감을 통해 위안을 받는 코너였던 '낭만다방'이 리뉴얼되어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라는 코너가 만들어졌다. 그런대로 재미있긴한데,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지 못해서 아쉽다.

이제 완전 사무실형 인간으로 바뀌어서인지, 사무실에서만 일을 할 수 있다. 방에 들어오면 소설이나 잡지, 에세이만 읽힌다. 노래만 들리고. 그래서 다행이다.

요즘 시간이 나면 촬영한 것을 녹취하는 중인데, 녹취를 꽤 좋아하는 편인것 같다. 이런 저런 상상을 해볼수도 있고 촬영을 검토해보기도 하고. 1시간짜리 테이프를 녹취하는데 3시간은 걸리는 것 같지만. 무엇보다 단순노동에 가까워서 좋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촬영한 것을 보는 것은 그다지 즐겁지는 않다. 왜냐면 촬영할 당시의 느낌을 모르기 때문에 그 화면 속으로 빠져들기 힘든 탓이다. 하지만 좋은 촬영본이라면 또 재밌다. 기술이 엄청 발달해서 머릿속에 타임라인이 있고 생각하는대로 클립들이 움직여서 이리저리 편집해볼 수 있다면...좋을까? 그나마 손을 움직이는 것이라도 해야, 머리도 잘 돌아갈 것 같기도 하다. (띄어쓰기를 모르겠다.)

발에 쥐가 났다. 배도 좀 고파지는 것 같고. 다큐멘터리 공부를 하고 싶다. 영어, 일어, 불어 공부도 하고 싶다. 잠은 충분하다. 요즘. 그리고 자전거!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