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확실한 행복'에 해당되는 글 3건

  1. 2011.04.28 그녀들 2
  2. 2010.09.28 얼마나 예쁜지 2
  3. 2010.08.30 맛있는 모닝커피 2

그녀들

2011. 4. 28. 17:30 from 작지만 확실한 행복
오두막 메모리를 빌리러 합정에 있는 장비렌탈업체에 갔다. 장비란 말이 주는 꺼칠함과는 다르게 깔끔한 사무실. 메모리하나 빌리는데도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촬영 잘하세요 하며 조분히 말해준 그녀 덕에 친절함이 주는 따뜻함을 느꼈다. 9천원인데 천원 깎아줘서 하는 말이 아니다.

촬영을 마치고 이번엔 오두막을 반납하러 갔다. 아는 분의 아는 분에게 빌린 것. 며칠 동안 무료로 편하게 사용했다. 빈손이 부끄러워 전철에서 내려서 가는 길에 과일가게를 찾아보았지만 휑한 길에서 살만한 건 없었다. 고맙다고 가방을 건네는데 커피라도 한 잔 하자고 했다. 가봐야한다고, 오히려 내가 사줘야 한다고 하자 그럼 테이크아웃이라도 해서 가져가라고 막무가내로 카페에 들어갔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시키겠다고 하자 열량이 있는 걸 시키라고 했다. 아이스아메리카노가 먹고 싶었지만 더 비싼 걸 사주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아이스라떼를 시켰다. 빌려주고도 생색내는 것 없이, 그저 사람을 반기는 그녀의 표정에 다시 한 번 친절을 생각했다.

며칠동안 몸과 마음의 부대낌이 있었다. 속이 부대낀다는 것 말고 다른 표현은 찾지 못하겠다. 답답함을 넘어선. 이해해줄만한 이들에게 목이 아프도록, 맡겨둔 돈이라도 있는 것처럼 징징거렸다. 아침에 일어나면 목이 잔뜩 부어있었다. 부정적인 말만 해서 그렇다고 생각하면서도 속에서 뻗쳐오는 불만과 답답함을 제어할 수 없었다. 남 욕도 많이 했다.

답답함은 여전하지만 오늘 처음 만난 그녀들 덕분에 부대낌이 확연히 줄었다. 요즘 크고 확실한 행복, 먼 미래만 고민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볼 생각이다. 아니 만들어봐야겠다.

으랏차차아!


Posted by cox4 :
서울이 쌀쌀맞아졌다. 콧속은 가뭄에 갈라지는 논과 홍수로 넘치는 강을 오가고 있지만, 따뜻함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반갑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도로 양쪽 길 중 그늘 진 쪽을 택해서 걸었는데, 오늘은 그늘이 없는 쪽을 택했다. 햇볕이 등짝을 데운다. 반팔 원피스를 입어 닭살이 오소소 돋아있던 여자의 팔도, 햇볕을 받자 매끈해졌다. 친구에게 주려고 산 원두냄새가 가방에서 솔솔 풍겨나온다. 그 냄새와 친구에게 줄 선물을 산 나 자신에게 감동했다.

사무실로 오기 위해 인사동을 지나다가 작은 꽃집 앞에 멈췄다. 꽃집을 지날 때마나 초록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사고 싶지만, 정신 차려보면 죽어있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늘 참았다. 하지만 오늘은 날도 좋고, 기분도 괜찮아서 꽃집에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눈에 띄는 꽃이 있었다. 코팅 플라워라는 꽃인데, 꽃도 잎도 코팅한 것처럼 매끈하다. 잎은 소나무처럼 뾰족뾰족하다. 나는 사람이든, 글이든, 꽃이든, 과일이든 단단한 것이 좋다. 흐물흐물한 것보다. 언젠가는 흐물흐물한 것도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단단한 것이 좋다. 마음에 쏙 드는 꽃은 외국에서 수입한 거라 비싸다. 한 가지에 무려 5천원. 아름다움의 값이라고 생각하고 샀다. 다행히 한 가지를 덤으로 주셨다. 한 가지는 커피와 함께 친구에게 줄 선물로 남기고, 한 가지를 잘라, 투명한 테이크 아웃 커피잔에 담았다.

이게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마음에 쏙 드는지! (보여주고 싶은데 디카가 안 보인다.)
Posted by cox4 :
2박3일 동안 백령도에서 미디어교육을 하고 어제 돌아왔다. 배를 5시간 정도 탔는데 그게 은근히 힘들었다. 일찍 잤더니 오늘 일찍 일어났다. 그래봐야 8시 반이지만. 일어나서 밥 먹고 씻고 머리 말리고 (30분은 말려야 함) 지난 주 사온 원두를 갈아서 내린 커피를 마셨다. 맛있는 커피 한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분명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다. 여기에 마음이 고요한 기도까지 더해진다면 더욱 좋겠지만.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