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2.08.31 가만히 들여다보니
  2. 2012.08.16 난생처음 분갈이
  3. 2012.08.11 비염과 사투

이 시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리해야 할 마음들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잘 꿰면 되는 것이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 새벽은 다큐멘터리 제작강의 뒷풀이를 하고 이 시간에 집에 들어와 잠 들었는데 오늘은이 시간에 일어났다. 어젯밤 11시 전에 잤더니 5시를 넘어 눈을 뜬 것이다. 잠을 깊이 못 이루는 탓이겠지 했는데 점점 말똥해지면서 이게 바로 다 잔 것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커피 내려마시고 숏버스 ost를 틀었다. 잠을 무척 좋아하는데 또 깨어있는 밤시간도 좋아해서 늘 늦게 자는 편이었다. 한 20여년동안. 그러다보니 늘 일찍 일어나는 것에 동경만 있고 오늘처럼ㅈ ㅓㅓ절로 일어나 새벽시간을 활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눈을 떠도 약속 시간이 안되었으면 당연히 다시 눈을 감았다. 조깅을 동경만 하다가 실제로 하기 시작하니 동경한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깨달은 것처럼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자주 반복되는 습관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밤 늦게 들어올 때가 너무 많고 밤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모니터가 깨져 1/3쯤은 보이지 않는 넷북을 켜면서 책상을 정리했다. 가득 쌓인 것들을 하나씩 보면서 분류를 하였다. 영화제작, 교육에 관련된 자료들과 영수증, 명함들이 많았다. 오며가며 받았둔 자료들을 읽다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임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가만히 턱을 괴고 그 일렁임을 받아들였다. 결정하기를 미뤄두고만 있었던 몇 년 후의 시간들, 그리고 지향들이 명징하게 자리잡았다. 낮이 되어  해가 나면 다시 두려워져 그것들을 외면할 수도 있고 밤이 되면 즐거운 것이 많아서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명징하다.


그리고 몇 가지 마음들이 보였다. 강의 마지막 날 마음이 상해 돌아간 한 분과 오랜만에 먼저 전화가 왔는데 그 순간 바빠서 나중에 전화하겠노라고 말하곤 곧바로 다시 전화하지 못한 친구, 결혼하고 한 번 보지도 못하고 어제 전화왔는데도 보지 못한 아는 동생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있었다. 그 미안함은 평소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한계와 직면하고 있었기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 알게 된지 십 년도 넘은 친구들인데도 낯가림과 긴장이 있다. 아니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친해질수록 내가 좋아할수록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관계에 대한 긴장이 있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최소한의 적당한 긴장(혹은 거리)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 긴장이 배려라는 이름이 되어 때로는 관계에 한계를 긋게 되기도 한다. 그 긴장 혹은 거리 혹은 배려가 없었던 관계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딱 두 번 있었다. 앞으로 거리를 만들어야 했기에 어떤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한 흔적을 남겼다. 남아있다. 한 번은 친구, 한 번은 친구보다 가까운. 돌이키고 싶은 생각도 돌이킬 방법도 없으나 흔적이 옅어질 때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모니터가 1/3쯤 안 보여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커피 다 식었다.


Posted by cox4 :

난생처음 분갈이

2012. 8. 16. 19:40 from 그래서 오늘

3년 전에 언니가 형부랑 서울에 놀러왔다가 안국동 작업실에 들렀었다. 뭐사가까 카길래 화분이라고 대답했다. 그 화분이 무럭무럭 자라서 꺽꽂이를 해서 두 개의 화분이 되었다. 난생처음 분갈이를 해봤는데 내일부터 시들시들할까봐 조금 걱정된다. 화분은 작업실 마당에 놓여있길래 관리하시는 아저씨에게 물어보고 대여해왔다. 예쁘다. 뿌듯한 마음에 사진도 찍었다.


새로난 부분을 잘라서 물에 넣어두었더니 뿌리가 생겼다. 그것은 노란 작은 화분에 심었다.


흙은 없고 뿌리만 가득...그동안 미안했다.


화분이 무거워서 은행나무아래 두었다가 아오리 언니가 와서 같이 가지고 올라왔다.



작업실에 나와서 물 사오고 화분갈이도 하고 영화도 보고 일도 하는 일상이 좋구나. 비워져야 채운다는 걸 다시 한 번.


Posted by cox4 :

비염과 사투

2012. 8. 11. 21:52 from 그래서 오늘

그야말로 비염과의 사투이다. 선천적으로 비염이 심한 편인데 올 봄 환절기에는 비교적 별 탈 없이 넘어가나 싶었더니 한 여름에 말썽이다. 코가 고장이 났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폭염 때문에 어디를 가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코가 근질근질 하더니, 정동진 영화제를 오가는 기차, 버스에서 10시간 이상 에어컨 바람을 쐬었더니 그 이후로 코가 맹맹, 머리가 지끈지끈이다. 집에 와서 더워 선풍기를 쐬면 더 심해지고 찬 바닥에 누워자도 악화된다.

 

어제는 달리기를 하고 더워서 바닥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가 종일 저리고 콧물은 줄줄,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멍 때리며 하루종일 누워 테레비만 보고 있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해 결국 이 더위에 족욕을 했다. 뜨거운 차도 마시면서. 이 족욕은 놀라운 것이라 20분 정도 지나니 땀이 슬슬 나면서 완전히 막혀 있던 오른쪽 코가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다. 코가 뚫려 뇌에 바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두통도 완화되었다. 그제야 살만해져서 씻고 일어나 짱구를 사 먹으러 나갔다. 원래의 오늘 계획은 여러가지였는데, 겨우 짱구 사먹은 걸로 그친 것이 아쉽다. 도서관에 책 반납일도 엄청 지났는데 오늘도 패스.

 

비염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니라 체온 조절 능력의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저체온인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체온 조절 능력을 높이려면 기초 운동을 열심히 해야한다. 요즘 걸리는 병의 모든 해답이 운동으로 귀결된다. 조깅을 열심히 하자. 아직은 몇 번 하지 못했다.무라카미하루키의 <달릴 때 말하고 싶은 것들>이 조깅에 굉장한 자극이 되었다. 나도 매일 꾸준히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금방 식을 게뻔하지만) 투지와 낯선 도시를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함께 왔다. 일단 목표한 횟수의 조깅을 하면 조깅화부터 사기로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저축을 하여서 여행을!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