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2.06.11 자전거타고 오후출근 2
  2. 2012.05.05 토요일
  3. 2012.04.19 이게 원인 2

혜화동 작업실 이름은 오후출근이다. 모리의 전 작업실 이름을 그래도 가져왔다. 어쩐지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라서 좋다.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있진 않지만, 오전에 나오는 일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오후출근을 하게 된다.


오늘도 일찍(이라고 해봤자 9시 목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알람에 깨고 어떤 사람이 내 통장으로 68만원을 잘 못 입금하여서 그걸 언제 말해줄까 놀려주는 꿈을 꾸는 중이어서 계속 잤다. 배경이 왜 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내려오고 나서 놀려주지도 못한 채 깨버렸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호박과 버섯을 얇게 썰어서 볶고, 이미 씻었다고 하는 콩나물을 살짝 삶았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콩나물 비빔밥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휴일인 룸메 언니가 일어나서 계란 반숙을 추가하여서 먹고 일어났다. TV 아침 여성토론 프로그램에서 사전사후피임약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출연하시는 분도 나와서 관심있게 좀 보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도가 붐비기 전에, 햇볕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 이 노래는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덕분에 자전거를 다시 마련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경복궁역 근처의 할아버지가 하시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바람도 넣었다. 바람이 잘 들어가는지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만져보니까 탱탱하기는 했지만, 바람이 더 들어갔다고 해서 슝슝 나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서 양복 입은 사람들과 몇 번 부딪힐 뻔 하면서 작업실에 도착했다. 평소 길을 걸을 때 넋놓고 걷는 편이라 사람이나 차랑 자주 부딪히는 편인데 자전거 타고 가다가 그렇게 앞을 보지 않고 옆이나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을 만나면 급 열 받는다. 그렇다고 띠링띠링을 자주 하기도 좀 그렇고 어어 하다가 멈춰서기 일쑤이다. 자전거 도로가 시급하다. 자전거 타면서 휠체어 타는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를 만나면 내 존재가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 이런 게 필요해 하면서.


작업실 도착해서 창문을 다 열고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만들고 자리에 앉자 마자 텐아시아의 '어제 뭐봤어'를 보고 출근일기를 쓰는 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지만 어차피 하나씩 해야 하는 일,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해야겠다. 굿 럭 투 미(앤 유)!


Posted by cox4 :

토요일

2012. 5. 5. 21:40 from 그래서 오늘

뒹굴뒹굴 토요일이다. 몇 마디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정해진 약속이 없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얼른 해야하는 일들은 많았지만, 다 미루고 뒹굴거렸다.


어제 늦게까지 놀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와서 만화책 한권을 읽었다. 친구 집에서 간간이 읽던 H2를 정주행하기 시작한 것. 처음 읽는 것같은 느낌으로 1권을 다 읽고 나니 2권도 보고 싶어졌지만, 몸을 위해 잠을 잤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2권을 읽고 밥을 먹고 야구 중계를 보았다. 거실에 누워 이불로 몸을 감싸고 야구를 보고 있자니, 내 팔자가 상팔자처럼 느껴졌달까. 룸메는 번데기 같다고 했지만 말이다. 룸메가 말거는 것도 모르고 4회 초 정도에 잠이 들었다. 5회, 8회말, 9회 초에 간간이 깼다가 스코어를 확인하면서 얕은 잠을 계속 잤다. 그러다가 어둑해질 저녁 무렵, 씻고 작업실로 왔다.


작업실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 미뤄둔 예능 프로를 하나 다운 받아보고, 이렇게 블질도 하고 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친구가 책장 가득하게 꽂아놓은 책장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부자가 된 느낌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토요일이라 일과 관계되지 않은 친구들을 만날까 싶어 시도를 하다가 말았다. 얼른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마음 편히 만나서 길게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인 걸, 그 친구들은 알까? 이런 마음으로 몇 개월씩 연락을 미루기 때문에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작업의 상이 분명해져가고 있다. 어떤 분은 감이 떨어지기 전에 계속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지만, 나는 오랫동안 숙성되어야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타입인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 후회없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웃으며 쫑파티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작업실 친구들과도 함께 새로운 점을 찍어보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방법이다. 자기 진정성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이 마음에 남아있다. 지금 내가 차이라고 느끼는 것, 경계라고 느끼는 것,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넘어보고 싶다. '차이에서 오는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기'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 하는데, 만화책이 있으면 항상 그게 우선이다.


나도 규칙적인 생활과 분명한 목표설정을 해보고 싶다. 늘 하긴 하지만 생활적인 규칙들에 너무 관대하다. 올해 초 유일한 새해계획도 약속시간에 5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었다. (벌써 가물가물하다) 근데 거의 못 지킨 것 같다. 거기에 덧붙여 5월의 목표를 9시 기상으로 잡아보겠다.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길종상가의 명함이다. 도시도 좀 쉬었으려나.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 길이 신나려면 급한 일 한 두개는 마무리해야겠다.






Posted by cox4 :

이게 원인

2012. 4. 19. 01:33 from 그래서 오늘

몇 주 만에 제대로 된 청소를 했다.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았다. 방바닥 생활을 접고 침대 위로 올라갔더니 방이 훨씬 넓어졌다. 매트를 베란다 구석에 넣다보니 큼직한 스피커가 덩그러니 있다. 룸메 한 명에게 물어보니 자기 건 아니라고 하고, 다른 룸메는 피곤하다고 일찍 잠들어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일단 걸레로 슥슥 닦아서 방 한 구석에 놓고 아이폰과 연결하니 훌륭! 역시 새로 살 것이 아니라 처박아 둔 것들을 잘 살펴봐야 한다. 동전지갑 가득 들어있던 동전들도 맥주 저금통에 넣었다. 미뉘킴이 한 달 동안 같이 살다가 나갈 때 전기세라며 꽤 많은 돈과 함께 준 저금통이다. 그 돈 덕분에 그 주를 넉넉히 살았다. 갑자기 미뉘킴이 보고 싶다.


몇 해 동안 안 입던 코트 한 개, 목도리 세 개, 니트 몇 개를 버렸다. 버리기 아까워 가지고만 있던 가벼운 외투는 룸메에게 입어달라고 부탁하며 넘겼다. 여러가지 색이 섞여 마음에 들지 않는 소품 몇 개를 분산시켰다. 침대 이불을 하나 사야하는데 짬이 안나기도 하고 멀쩡히 쓰던 이불을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려 계속 인터넷으로 구경만 하고 있다. 아직 버려야 할 책과 옷들이 많다. 세탁소에 맡길 겨울 옷도 많다. 이번 주말 지나 좀 짬이 생기면 인내심 많은 세탁소에 갖다 줘야겠다.


청소를 하다보니 반납할 책도 보이고 읽다만 책들도 보인다. 언제 샀나 싶어 깜짝 놀라게 하는 책도 있다. 역시 내 돈 주고 산 게 아니라 선물 받은 것이다. <어머니>제작팀에서 사 준 책을 마저 읽고 자야겠다.


청소를 다 하고 나니 며칠 답답했던 마음이 좀 깨끗해졌다. 가라앉을 것이 가라앉은 모양이다. 그냥 청소를 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럴리가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하지만 또 전혀 상관이 없는 것 같지는 않으니 그럭저럭 괜찮은 마음 먹기이다. 잘못은 인정하면 된다. 판단착오도 인정하면 된다. 돌이킬 수 없는 걸 돌이키려고 하는 순간, 만회하려는 순간 더 많은 것이 어그러진다.


내일은 오전부터 인천 촬영, 오후엔 작업실에 가서 맛있는 커피를 마셔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