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비염과의 사투이다. 선천적으로 비염이 심한 편인데 올 봄 환절기에는 비교적 별 탈 없이 넘어가나 싶었더니 한 여름에 말썽이다. 코가 고장이 났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폭염 때문에 어디를 가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놓아서 코가 근질근질 하더니, 정동진 영화제를 오가는 기차, 버스에서 10시간 이상 에어컨 바람을 쐬었더니 그 이후로 코가 맹맹, 머리가 지끈지끈이다. 집에 와서 더워 선풍기를 쐬면 더 심해지고 찬 바닥에 누워자도 악화된다.
어제는 달리기를 하고 더워서 바닥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다리가 종일 저리고 콧물은 줄줄, 머리는 깨질 것 같았다. 그래서 멍 때리며 하루종일 누워 테레비만 보고 있었는데 고통이 너무 심해 결국 이 더위에 족욕을 했다. 뜨거운 차도 마시면서. 이 족욕은 놀라운 것이라 20분 정도 지나니 땀이 슬슬 나면서 완전히 막혀 있던 오른쪽 코가 조금씩 뚫리기 시작했다. 코가 뚫려 뇌에 바람이 들어가기 시작하니 두통도 완화되었다. 그제야 살만해져서 씻고 일어나 짱구를 사 먹으러 나갔다. 원래의 오늘 계획은 여러가지였는데, 겨우 짱구 사먹은 걸로 그친 것이 아쉽다. 도서관에 책 반납일도 엄청 지났는데 오늘도 패스.
비염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니라 체온 조절 능력의 문제라고 한다. 그래서 저체온인 사람에게 심하게 나타난다. 체온 조절 능력을 높이려면 기초 운동을 열심히 해야한다. 요즘 걸리는 병의 모든 해답이 운동으로 귀결된다. 조깅을 열심히 하자. 아직은 몇 번 하지 못했다.무라카미하루키의 <달릴 때 말하고 싶은 것들>이 조깅에 굉장한 자극이 되었다. 나도 매일 꾸준히 뭔가를 해보고 싶다는 (금방 식을 게뻔하지만) 투지와 낯선 도시를 달려보고 싶은 욕망이 함께 왔다. 일단 목표한 횟수의 조깅을 하면 조깅화부터 사기로 하였다. 그리고 열심히 저축을 하여서 여행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