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곡 ‘위험한 세계’ 노랫말에는 “철탑”, “망루”, “구럼비” 등이 나온다. 용산참사, 밀양 송전탑 공사,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 그가 고민하고 동참해온 사회적 이슈들을 차분하면서도 아름다운 선율에 녹여냈다. 그는 “전에는 사회적 메시지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는데, 이제는 다들 거리에서 직설적으로 분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 또한 틀을 벗어던지고 직접적으로 노래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말했다. (한겨례, 20140303)
은유하기엔 위험한 세계라는 기사의 제목을 보자마자, 잠시 숨을 멈췄다. 의자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고민했던 부분이기 때문이다. 지난 작업이 끝나고 다른 다큐멘터리 작업에 참여하고 있으면서 다음 연출을 할 것인지, 한다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지 스스로에게 자주 물었다. 나에게 직접 요청해 온 곳은 없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카메라가 필요한 현장은 여전히 많았다. 카메라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선뜻 카메라를 들고 가지는 못했다. 다큐멘터리에 대한 질문을 끝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아니 앞으로의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의자와 나무와 목공에 관심이 있었기 때문에 언젠가는 한 번 의자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다고만 말했었다. 당장 만들겠다고 하지 않은 것은 의자를 이야기하는 게 참 한가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지금이 아니라 한가한 이야기를 해도 마음이 무겁지 않은 때가 온다면 해야겠다 미뤄뒀다. 그러던 어느 날, 의자가 나에게 여유를 주는 사물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고민하게 하는 사물이란 걸 알게 되었다. 의자를 사유하는 것은 나에게 시급하고도 절박한 과제였다. 그래서 시작했다.
하지만 작업을 한 단계 정리하는 순간마다 고민하였다. 의자를 찍고 있을 게 아니라, 자리 없는 사람들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 윤영배씨의 말처럼 은유하기엔 위험한 세계이기에. 또 내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처럼 생사가 오가는 많은 현장을 뒤로 하고 한가하게 의자 이야기나 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을까봐 두려웠다. 아니 그 시선보다는 그런 평가를 넘어설 의미있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는 나 자신에 대한 불안이었다. 이런 불안은 '나'를 넘어서지 못하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오만함때문이다. 나는 그냥 살아가면 되는 것인데.
편집을 할수록 주제가 빈약하고, 드러내는 방법에 대한 고민도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하지만 의자를 주제로 삼은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의자를 사유하며 얻은 삶의 자양분이 아주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