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 가만히 들여다보니 정리해야 할 마음들이 내 안에 가득 차 있었다. 그것은 잘 꿰면 되는 것이었는데 용기가 없어서 부끄러워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제 새벽은 다큐멘터리 제작강의 뒷풀이를 하고 이 시간에 집에 들어와 잠 들었는데 오늘은이 시간에 일어났다. 어젯밤 11시 전에 잤더니 5시를 넘어 눈을 뜬 것이다. 잠을 깊이 못 이루는 탓이겠지 했는데 점점 말똥해지면서 이게 바로 다 잔 것이구나 싶었다. 그래서 일어나서 양치를 하고 커피 내려마시고 숏버스 ost를 틀었다. 잠을 무척 좋아하는데 또 깨어있는 밤시간도 좋아해서 늘 늦게 자는 편이었다. 한 20여년동안. 그러다보니 늘 일찍 일어나는 것에 동경만 있고 오늘처럼ㅈ ㅓㅓ절로 일어나 새벽시간을 활용해본 적은 거의 없다. 눈을 떠도 약속 시간이 안되었으면 당연히 다시 눈을 감았다. 조깅을 동경만 하다가 실제로 하기 시작하니 동경한 데는 이유가 있었구나 깨달은 것처럼 일찍 일어나는 것도 자주 반복되는 습관이 될 수 있을까? 그러기엔 밤 늦게 들어올 때가 너무 많고 밤에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모니터가 깨져 1/3쯤은 보이지 않는 넷북을 켜면서 책상을 정리했다. 가득 쌓인 것들을 하나씩 보면서 분류를 하였다. 영화제작, 교육에 관련된 자료들과 영수증, 명함들이 많았다. 오며가며 받았둔 자료들을 읽다보니 마음 깊은 곳에서 일렁임이 있었다. 한 시간 정도 가만히 턱을 괴고 그 일렁임을 받아들였다. 결정하기를 미뤄두고만 있었던 몇 년 후의 시간들, 그리고 지향들이 명징하게 자리잡았다. 낮이 되어  해가 나면 다시 두려워져 그것들을 외면할 수도 있고 밤이 되면 즐거운 것이 많아서 다른 것으로 바꿀 수도 있겠지만 지금만큼은 명징하다.


그리고 몇 가지 마음들이 보였다. 강의 마지막 날 마음이 상해 돌아간 한 분과 오랜만에 먼저 전화가 왔는데 그 순간 바빠서 나중에 전화하겠노라고 말하곤 곧바로 다시 전화하지 못한 친구, 결혼하고 한 번 보지도 못하고 어제 전화왔는데도 보지 못한 아는 동생 녀석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 있었다. 그 미안함은 평소 사람을 대하는 나의 태도의 한계와 직면하고 있었기에 자꾸 마음이 쓰였다. 알게 된지 십 년도 넘은 친구들인데도 낯가림과 긴장이 있다. 아니 오래되면 오래될수록 친해질수록 내가 좋아할수록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 관계에 대한 긴장이 있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최소한의 적당한 긴장(혹은 거리)은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그 긴장이 배려라는 이름이 되어 때로는 관계에 한계를 긋게 되기도 한다. 그 긴장 혹은 거리 혹은 배려가 없었던 관계는 가족을 제외하고는 딱 두 번 있었다. 앞으로 거리를 만들어야 했기에 어떤 배려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진한 흔적을 남겼다. 남아있다. 한 번은 친구, 한 번은 친구보다 가까운. 돌이키고 싶은 생각도 돌이킬 방법도 없으나 흔적이 옅어질 때까지는 좀 더 기다려야 하나보다.


모니터가 1/3쯤 안 보여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다. 커피 다 식었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