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0.04.16 푸른, 초록 2
  2. 2010.03.30 마음의 일 2
  3. 2010.03.28 과자 5

푸른, 초록

2010. 4. 16. 00:45 from 그래서 오늘
몸은 바쁘지만 정신은 한가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줄 놓고 있다는 말이다. 대구 다녀온 이후로 그런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몸이 안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만.

사무실을 나와 대학로에 갔다. 272번 버스를 탔다. 창경궁 안에 있는 나무의 초록빛이 예뻤다. 투명한 연두색잎, 작고 진한 녹색잎, 이제 막 싹이 돋아나는 새싹. 그 색이 어쩜 그리도 다른지. 미술시간에 나무를 그릴 때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눈으로 보는 나무와 산의 색은 미묘하게 다른 초록계열의 색들이 섞여있는데, 주어진 물감은 연두나 초록뿐. 다른 색을 섞어서 다양한 색을 만드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의 그림실력을 탓하며 산 그리기를 어려워했었다.

새싹이 돋은 나무들을 지나자 가지치기를 해서 민둥해진 가로수들이 나타났다. 잎은 없고 끝이 전기톱으로 잘라져서 뭉퉁한 굵은 나뭇가지들만 대여섯개 있는 가로수들. 지금은 무뚝뚝해보이지만 거기에 잎이 돋아난다면, 시멘트 바닥에 돋아나는 잡초를 보는 느낌이 들것 같았다. 그 민둥한 나무들 위에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새둥지가 있었다. 한 두개가 아니라 꽤 많은 가로수에 둥지가 있었다. 가지나 잎이 무성하지 않으니 둥지가 훤히 드러났다. 다들 열심히 집을 지은듯. 튼튼해보였다.

그렇게 나무와 둥지 구경하다가 대학로에 못 내리고 한 정거장 더 가서 한성대입구에 내렸다. 겨우 시간을 맞춰 극장에 도착했다. 본 영화는 [공기인형]. 알고 싶지 않은 감정 하나를 확인했다.

꽤 오랫동안 방청소를 안했더니 눈 앞에 벌레가 기어다닌다. 방이 참 더럽다. 빨래만 널고 자야겠다.
Posted by cox4 :

마음의 일

2010. 3. 30. 00:25 from 그래서 오늘
피곤하고 집중이 잘 안되어서 영화를 보러도 안 가고 가려고 했던 포럼도 안 가고 그냥 집에 왔다. 9시. 늘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서 이 정도면 빠른편이다. 인디다큐 기간이라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말도 많이 했다. 그랬더니 방이 너무 그리웠다. 방에 박혀서 충전이 하고 싶었다.

우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린다. 나짱의 수술소식도 그렇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그렇고 여기저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그렇다. 어젯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충만해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햇볕조각이 손에 닿는 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순간 말고 기간 정도면 좋겠다. 충만한 기간. 그래서 모두 기운을 얻고 회복해서 움직움직, 덩실덩실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랫 앞니가 썩어서 쓱 밀었더니 덜렁덜렁해졌다. 시커멓게 썩은 이가 뒤로 넘어가 이빨빠진 영구처럼 되었다. 꿈에서였지만 깜짝 놀라서 얼른 고정시켰다. 다행히 일어나니 이는 멀쩡하였다.

어제 공룡에게 우표가 있는 엽서를 선물 받았다. 편지는 가끔 쓰지만 우표를 붙여서 어디에 보내는 편지를 써본 적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엽서는 더 오래되었다. 한 장의 엽서를 누구에게 보낼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것으로 마음이 채워진다.
Posted by cox4 :

과자

2010. 3. 28. 00:57 from 그래서 오늘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마트에 들렀다. 배가 살짝 고팠는데 집에 가면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마트를 둘러보았다. 두 개에 3700원하는 파프리카를 사고 싶었지만 좀 비싸서 안 사고, 좋아하는 사과를 사려다가 너무 많아서 안 사고 버섯을 사서 반찬을 해먹을까, 참치를 사서 찌개를 끓여먹을까, 햄을 사서 구워먹을까, 당근을 사먹을까 하다가 결국 고구마와 오징어집을 샀다. 귀찮아서. 오랜만에 고구마와 과자를 샀다. 고구마는 아직 책상위를 뒹굴고 있고, 오징어집은 집으로 걸어오면서 반쯤 먹었다.

근래에는 과자를 내 돈주고 사먹은 적이 없었는데, 다시 과자가 땡기는 걸 보니 요즘 스트레스를 받나보다. 내 스트레스의 징후는 과자를 사는 것과 방청소를 안하는 것이다. 집까지 가는 시간도 못 참아 계산을 하자 마자 과자봉지를 뜯어서 먹으면서 걸어간다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게걸스럽다.

집 문제나 하고 있는 작업, 인디다큐에서 받은 여러 자극들, 사람들과의 관계, 날씨 같은 것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햄톨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과자 한 봉지로 끝난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마음은 싱숭생숭해지겠지만, 새로운 기운이 생겨날 것 같은데, 언제 올까? 봄.

인디다큐 개막 영상에서 본 여자아이의 주문을 외쳐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속으로)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