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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2.17 못된 송아지
  2. 2010.02.04 따라서 2
  3. 2010.01.31 아무도 울지 않는 밤

못된 송아지

2010. 2. 17. 00:17 from 그래서 오늘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말은 어디서 생겨난 말일까. 내 엉덩이에 뭐가 났다. 뿔은 아닌데 잘 못 앉으면 아프다. 명절에 집에 가서 못된 말만 한 탓인가 보다.

동생 침대에 누웠다가 스르르 잠이 들려는데 엄마와 동생의 대화소리, 언니가 쇼핑몰 검색하며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 아빠가 보는 TV 소리, 창문 너머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들렸다. 대학교 1-2학년쯤 살았던 집의 소리 같았다. 봄이 올 것만 같은 따뜻함.

피붙이라고 하는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건 나를 자기의 일부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별로인 건 그래서 더 큰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쉽게 외면하지는 않는 다는 것.

대구 지하철의 좁은 통로가 답답하고, 낮은 건물들이 낯설고, 억센 사투리가 정겨우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서울에 산 지 꽤 오래되었다는 게 실감난다. 거리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이 익숙하고, 사람 소리 나지 않는 내 방이 편하다.

아빠 말처럼 나이가 들면 후회하게 될까.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흔들림도 적다. 그저 담담하게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꼽아보게 된다.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윤동주 시의 유명한 그 구절이 생각난다.

Posted by cox4 :

따라서

2010. 2. 4. 21:37 from 그래서 오늘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에 적을 글을 읽다보면 나도 뭔가 적고 싶어질 때가 있다. 조용한 밤, 혼자 방안에 앉아, 아무 음악도 틀지 않고 적은 듯한 글을 볼 때 더욱 그렇다. 나도 오늘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 빼고 조용한 밤, 혼자 방안에 엎드려, 아무 음악도 틀지 않고 블질을 해볼까 한다.

8시간 잠을 채워자지 않으면 낮에 졸립다. 어지럽고 속이 메스껍다. 사무실에 앉아만 있어서 그런가 싶어 집에 일찍 왔다. 빨래를 돌렸다. 왠지 몸이 아플 것 같은 징조를 보인다. 잘 먹고 잘 쉬었는데 뭣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아, 잠 온다. 자야겠다. 그제부터 보일러가 이상한 소리를 낸다. 쇳소리 같은 것을 내면서 힘겹게 돌아간다. 숙면을 취하는데 방해가 된다. 물보충을 해줘야 하나. 가서 힘내라고 안아줘야 하나. 일단 가서 만나봐야겠다.
Posted by cox4 :
집에 들어오니 열시가 다 되어갔다. 광화문에서의 미디액트 마지막 밤, 씨유 쑨 행사에 참석해서 실컷 웃고 떠들고 흥분했다. 아무리 앉아있으려고 해도 하고 싶은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아서 자리를 떴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지난 시간들을 떠올려보았다. 아련함보다는 앞으로 작업하고 사람들을 만날 주된 공간이 사라진다는 현실적인 막막함이 더 큰 것 같다. 넝의 말대로 마냥 아쉬워하고 있을수만은 없는 어떤 현실, 그리고 어떤 처지. 고마운 사람, 거기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생각에 므흣한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서울에 와서 가장 마음을 두었던 곳을 잃는 것에 대한 불안함이 내 마음 바닥에 짙게 깔려있는 것 같다. 생각하면 진짜 잃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은 만날 수 있지만 공간을 잃는 것은 언제나 예상했던 것보다 큰 상실감을 주었던 것 같다. 너무 재밌는 영상들과 재밌는 시상식, 조금 다운된 설명들, 그리고 반가운 면면들. 그리고 익숙했던 공간과의 안녕.

피곤해서 일찍 잠들 줄 알았는데, 막상 누우려고 하니 잠이 안 온다. 단편소설도 재미없는 것 같고, 테레비 예능 프로그램도 슬슬 지겨워져간다...기보다는 왠만한 건 다 본 것 같다. 친구들의 블로그나 트윗도 새 글이 없는 것 같고, 해야 할 일은 내일로 미루고 싶다. 일기를 적을까하다가 손글씨 적기에는 좀 피곤한 것 같아서 다시 컴퓨터를 켰다. 햄톨에게 받은 영화가 있어서 슬쩍 보다가 잘까 싶다.

궁뎅이가 따숩다. 이젠 자야겠다.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은 없다고 하지만, 오늘밤은 아무도 울지 않는 밤이 되길...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