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0.06.01 선택
  2. 2010.05.21 세어보아요 4
  3. 2010.05.02 기대가 없다 5

선택

2010. 6. 1. 23:26 from 그래서 오늘

뭔가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 그것만큼 긴장 되는 일이 없는 것 같다. 둘 중 하나. 하지만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불안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어떤 결과가 발생할지 기대하는 마음도 드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이 선택의 묘미. 허나 지금 나는 그 긴장을 즐길 수 없고 그저 불안하기만한 상태이다. 아무도 나에게 선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선택할 시점이 다가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예전에는 선택을 하기 전에 주위 사람들에게 상담을 좀 했던 것 같다. 지금도 가까운 지인들에게 물어보지만 결국은 혼자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을 겪을 사람은 나 혼자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고민이 계속되는 선택의 경우는 어떤 것이 더 낫다고 말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경우다. 그냥, 선택이 가져오는 결과를 책임질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뿐인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미련을 가지는 것처럼 미련한 일은 없다. (진짜?)

고민이 될 때는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계속 물어보는 편인데, 지금은 마음이 원하는 것을 모르겠다. 그것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 기본적인 가치들을 소홀히 해왔기 때문이다.
Posted by cox4 :

세어보아요

2010. 5. 21. 13:17 from 그래서 오늘
여름T셔츠라고 적힌 박스에서 반팔T를 꺼내입고 사무실에 나왔다. 휴일이라 그런지 동네가 조용하다. 좁은 골목길에는 내가 샌들 끄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햇볕이 뜨겁다. 마른 흙만 담겨있던 화분에서 이름을 알수없는 꽃과 식물들이 자라났다. 무럭무럭 자라주는 식물들이 있어 다행이다. 볶음짬봉밥 언제 오나. 배고프다. 밥을 먹고 유자차를 마시고, 작업해야겠다. 오랜만에 블질이라 어색하다. 어젯밤에도 몇번이나 적어보려고 하다가 실패했다.

쉽게 흥분을 하고, 욱하는 게 많은 편이다. 결국 나를 괴롭히는 일이라 그러지 않으려고 애쓰지만 그게 잘 안된다. 앞으론 전철에서 읽은 책 [달콤한 내세]에 나오는 한 변호사가 쓰는 방법을 나도 써보기로 했다. 뭔가 욱하는 게 올라오면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속으로 숫자를 세는 것이다. 내가 왜 숫자를 세는거지? 하는 생각이 들때까지. 그러다보면 조급한 마음에 전화를 하는 일도,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일을 멈추는 일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30까지 세면 될까? 사소한 일은 30-50이면 충분할 것 같고, 마음에 상처를 입은 일은 한 100은 세어줘야 할 것 같다. 일이 잘 안풀릴 때는 복도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 한 300정도. 그리고 아무리 애를 써도 바뀌지 않을 문제의 것일 때는 딱 10까지만 세야겠다.

볶음짬봉밥은 언제 오나. 조급한 마음이 드니까 숫자를 세어야겠다. 재촉하는 전화를 하지도 않겠지만, 전화를 해도 금방 출발했다고 말할테니 이건 아무리 애를 써도 바뀌지 않을 문제! 딱 10만 세고 돈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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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

기대가 없다

2010. 5. 2. 02:09 from 그래서 오늘
오늘 하루종일 촬영을 했다. 밥도 못 먹고 쉴틈 없이 했다. 막차타고 집에 오는 길에 참치김밥 하나 사서 먹었더니, 더 배고프다.

여의도에서 노동자 대회 촬영을 했다. 간간이 아는 사람들도 만났다. 여의도 공원에 있는 나무들이 햇빛을 받아 그야말로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카메라에 담긴 선명하고 맑은 잎들을 보고 눈을 정화시켰다. 만오천여명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순식간에 빠져나간 공원. 뒷정리를 하는 사람들과 시멘트 바닥을 굴러다니는 쓰레기들. 서늘해진 바람을 느끼며 카메라를 정리하고 벤치에 앉았다. 휑한 공원을 보면서 담배 생각이 간절했다. 담배를 폈더라면 이런 순간 반드시 꺼내들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담배맛도 모르고 담배도 없다.

두리반 공연 촬영. 오늘 메이데이를 맞아 51+ 파티가 있었다. 오후부터 있었는데 나는 여의도 촬영 마치고 갔다. 지하에서 캐비넷이랑 연영석씨 공연까지 촬영했다. 오랜만에 보는 공연인데다 분위기도 너무 좋아서 촬영하면서도 좋았다. 노래가 위로가 되었다. 중간에 3층에 촬영을 하러 갔는데 더 넓고 사람도 많았다. 처음 촬영한 밴드가 '적적해서그런지'라는 밴드였다. 여자 네 명의 밴드. 섹시한 차림의 그녀들이 기타를 들고 있었다. 약간 말랑할거라는 기대와 달리 강한 사운드. 기타를 치는 모습이 너무 멋져서, 사운드가 너무 강렬하고 좋아서 같이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공연의 분위기를 많이 탄 것일수는 있지만 멋있었다. 사람들이 다 서있어서 밴드 풀샷을 잡기가 어려웠다.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서 그녀들과 정면으로 마주서고 카메라를 올렸다. 네명이 파인더에 꽉차게 다 잡혔고 그녀들의 에너지가 카메라를 뚫고 나올 기세였다. 그 순간의 강렬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는다. 순간적이긴하지만 굉장한 만족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특히 기타를 치던 분은 너무 멋있어서 멋있다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 밴드 뿐만 아니라 공연에 온 사람들 모두가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장소에는 정말 오랜만에 간 것 같다. 더러 아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메라를 들고 간 것도 좋지만, 그냥 놀았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 제대로 논다는 것이 무엇인지 좀 보고 왔다.

발은 퉁퉁 붓고 몸은 지칠대로 지쳤는데 정신은 또렷하다. 하루종일 촬영 외에 다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니 다른 생각하기 싫어서 촬영을 더 했던 것 같다. 버스를 타고 오는데 스물스물 생각이 기어나왔다. 요즘 하루에 한 번 정도 아빠의 말이 생각난다. 인생이란 원래 이런건줄 알고 살았다는 아빠의 말이 생각난다. 그 쓸쓸해하던 표정과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도 그 표정을 흉내내며 인생이란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하루를 넘기려고 노력한다. 기대가 없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