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0.03.09 씁쓸한
  2. 2010.02.25 카메라와 사람
  3. 2010.02.24 두통과 함께 오는 봄 6

씁쓸한

2010. 3. 9. 02:26 from 그래서 오늘
말은 참 신기하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이 신기하다. 씁쓸한 것과 쓸쓸한 것의 미묘한 차이도 신기하다. 받침 하나 차이지만 각각 표현하는 감정은 확실히 다르다. 가능하다면 'ㅂ'이 들어가 있는 씁쓸함을 느끼고 싶지만 쓸쓸한 새벽이다. 쓸쓸함을 잊기 위해서 하고 싶지 않았던 말을 하거나 쓸쓸함이 더해질까봐 하고 싶었던 말을 삼키면 쓸쓸함이 씁쓸함으로 바뀌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블로그에 하고 싶은 말을 적고 있으니 (어디에? 행간에...) 계속 쓸쓸할 것 같다. 쓸쓸함은 가슴에서 느껴지고 씁쓸함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것 같다. 근데 이렇게 적다보니 진짜 쓸쓸한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Posted by cox4 :

카메라와 사람

2010. 2. 25. 23:06 from 그래서 오늘
오늘도 촬영을 하러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짧은 멘트를 받는 간단한 촬영이었다. 총 네 사람을 만났는데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둘 중 하나다. 좋거나 나쁘거나. 어떤 사람은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나온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나한테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도 기분이 나빠져서 나온다.

생각해보니 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겠다며, 인맥이 넓어지겠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절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일로 만나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정중히 인사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만 보고 촬영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 옆에 있으면 나는 늘 투명인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친해지겠나. 내가 상대를 편하게 만들지 못한 탓도 있고, 카메라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젠 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카메라가 익숙하더라도 바쁜 사람들은 역시 카메라만 본다. 빨리 촬영을 마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촬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촬영자를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고맙다. 그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고맙다는 것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 촬영하러 오거나 인터뷰 하러 오면 까칠하게 굴거나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촬영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촬영은 바쁜 한 분과 별 말은 없었지만 카메라보다 자기가 할 말보다 내가 장비 셋팅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묵묵히 봐준 한 분, 또 정중하게 카메라와 나를 맞이해준 한 분, 자기 시간 내어주는 것에 고마운 줄 알라는 태도가 은근히 묻어나왔던 한 분을 만났다. 당연히 두 번째 분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져서 다른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하찮게 보이는 것의 장점은 덕분에 만나는 사람의 인격(이라고까지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택시를 타고 경향신문사로 이동했다. 할아버지 운전사께서 어제 한 피겨 쇼트 경기를 보고 계셔서 나도 열심히 봤다. 경향신문사에 다 와 가는데 아사다마오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김연아 경기를 못 봐서 보고 싶었는데, 김연아가 나오는 장면에서 택시가 경향신문사 앞에 도착해버렸다. 할아버지도 김연아를 열심히 보시면서 택시 요금을 계산하셨다. 촬영 약속 시간 10분 전이길래 할아버지한테 "이거 마저 보고 가면 안 되요?"라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러라고 하셨다. 열심히 김연아 경기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렸다. 택시가 길가에 세워져있어서 다른차들이 지나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TV를 가리키며 이거 보고 있다고 못 비킨다는 제스쳐를 취했고 빵빵거리던 차들은 택시를 비켜 지나갔다. 나는 끝까지 다 못 볼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할아버지는 내리라고 재촉하지 않으셨다. 김연아가 경기를 훌륭히 마친 걸 보고 "잘 보았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내렸다. 할아버지 덕에 또 훈훈해진 마음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카메라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흥미롭다. 심리학자이면 분석할 수 있을텐데, 나는 참 사람 다양하구나 이정도 생각밖에 못한다. 그래도 흥미롭다.

Posted by cox4 :
1.
꽤 많은 일에 무신경하다는 말을 듣지만 마음이 복잡한 일, 그 중에서도 이유를 알 수 없거나 이유를 알아도 내가 어찌할 수 있는 도리가 없는 일을 만나면 유난히 예민해진다. 그 일이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면. 그러면 몇 시간 동안 그 생각 뿐이다가 곧바로 두통이 온다. 그래서 1년 가까이 두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끔찍해서 나는 골치가 아파지기 시작하면 두려움부터 든다. 이거 쉽게 헤어나오지 못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에. 건물 안보다 밖이 더 따뜻했던 오늘, 두통에 시달렸다. 실은 어젯밤부터. 별 거 아닌 일일수도 있지만 마음이 답답했다. 하루종일 촬영을 하느라 긴장했던 탓도 있지만, 촬영하면서, 기다리면서 만난 말들과 본 행태들 때문이다. 사무실을 나오면서 맥주 한잔을 벌컥벌컥 들이키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도 적당하지 않았던 오늘. 버스 타고 오는 내내 왼쪽 눈썹 옆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지끈거리는 머리와 참아지지 않는 어떤 마음들 때문에 울컥울컥. 캔맥주를 사는 것보다는 이 마음을 블로그에 쏟아내기로 했다.

2.
시작은 정확히 어제 저녁부터다. 새로 나온 신간 손낙구의 [대한민국정치사회지도]가 연일 화제다. 그 연구의 양이 엄청나기도 했고, 부동산 소유 여부를 바탕으로 계층과 투표행태를 분석해낸 시도가 의미있다는 것이다. 특히 서민과 관련된 조사는 거의 처음이라고 한다. 최장집 교수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이 정도의 중요성을 갖는 연구를 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 연구의 결과, 서민들이 자신의 이익과 반해서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계급 배반 투표론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이 결과에 대해서 조기숙 교수는 조사의 오류 발생 가능성을 언급하며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럼에도 연구는 높이 산다고 했다. 이런 기사들을 읽으며 내 마음과 머리가 복잡했던 이유.

머리가 복잡한 것은 준비하고 있는 단편 다큐멘터리 작업 때문이다. 이 연구의 결과에 따르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하는 계급 배반 투표론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다. 계급배반투표를 하는 아버지와 지역주의를 가지고 다큐멘터리를 만들 생각인데, 계급배반투표론은 아니라고 하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연구했기 때문에 확실히 반영할 수는 없지. 뭐 그런 것들 때문에 머리가 아팠다. 공부할 것이 엄청 늘어난 느낌 때문이기도 하고, 이런 것들에 너무 휩쓸리는 것 같아 중심을 잡기 위해 애를 쓴 때문이기도 하다. 이런 연구와 내가 만들려고 하는 다큐멘터리 작업은 같은 지점이 있으면서도 표현 방식에서 워낙 다르기 때문에, 자칫 이런 접근법을 따라가다보면 망하는 지름길이 된다. 될 것 같다. 그래서 [개청춘] 작업 할 때 되뇌었던, '모든 것을 다 말할 수는 없다'는 말을 어젯밤 주문처럼 몇 차례 반복했다.

머리가 복잡한 것이 작업 때문이라면 마음 복잡한 일은 그 연구 결과에 대한 반응 때문이다. 그 연구가 그렇게 놀랄만한 일인가 싶어서이다. 물론 대단한 연구라는 건 알겠다. 고생도 많이 했을테고.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이런 연구가 없어다는 사실이 더 놀랍다. 정치학자도 사회과학자도 아니기에 잘 모르긴 하지만, 나는 그래도 그런 분야의 학자들이 이 정도 연구는 이미 오래전에 했을 줄 알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 선거마다 계층별 투표 성향이라거나 투표율, 서민 정책 등을 그렇게 확신에 차서 이야기할리 없다고 생각했다. 아니 기본 중의 기본인 연구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이런 연구가 없었나보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모든 정당들은 그동안 무엇을 바탕으로 선거 전략을 세웠던 걸까. 내가 순진한건지, 무지했던 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나오는 이야기는 서민들은 먹고 살기 바빠서 투표를 하지 못해 투표율이 낮고, 서민들이 믿을만한 정당이 없어서 투표율이 또 낮고, 부자들은 여유가 있어서 자기들의 이익을 보장해주는 정당을 찍으러 가기 때문에 투표율이 높다는 것이다. 아니 그걸 몰랐단 말야?...당연히 알았겠지. 그걸 연구결과로 증명이 되었다는 사실에 놀랐던 것이겠지. 하지만 어떤 반응들을 보면 정말 몰랐던 것 같기도 하다. 여튼, 어떤 블로의 말대로 연구결과에 오류가 있든 없든 간에 서민들이 의지할만한 정당이 없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고, 문제는 이 투표안하는 서민들, 블루오션이 된 이 서민들의 투표율을 어떻게 높일 것이냐 인 것 같다. 진보정당들은 어떻게 그들의 바탕이 되는 서민들에게 신뢰를 얻을 것인가.


관련기사 [오마이뉴스]  '왜 가난한 사람들은 투표하러 가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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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촬영하느라 중소기업청에 갔다. 거기에서 전국상인조합이나 슈퍼마켓 조합 대표들이 7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SSM(기업형슈퍼마켓)이 동네에 들어올 때 허가를 받게 하자는 법안을 발의를 촉구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쟁점들을 다 살펴보지는 못했지만 요지는 동네슈퍼까지 장악하려는 대기업들이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른 일로 그 중 두 분의 인터뷰를 촬영하러 갔다. 약속시간이 되었지만, 급작스럽게 찾아온 한나라당 의원들 때문에 한참을 기다렸다. 그러면서 보게 된 행태와 들은 말들이 내 두통의 큰 원인이다. 뺀질뺀질 윤이나는 양복을 입고 상복을 입은 상인대표분들 앞에 앉은 의원들. 낯이 익은 의원들. 벗어놓은 구두도 윤이 나서 상인대표분들이 벗어놓은 뒷축이 꺽인 구두와는 차이가 났다. 앉아서 상인분들의 울분 섞인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척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한나라당 때문에 법이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질책하면 버럭 반박하며 자기들 탓이 아니라고 할만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상인분들은 그게 거짓인줄 알면서도 그들에게 법 통과가 달려 있기에 이내 울분을 삭히는 목소리로 차분히 다시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코사마트를 운영한다는 아주머니 한 분이 말했다.

"지금 목이 너무 마르다. 그래서 누구라도 내 목에 물 한방울 떨어뜨려주면 평생 그 당을 지지하겠다."
수십명의 의원이 올 때마다 반복했던 말인데도 또 울컥하여 울먹이며 한 아주머니의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의원들은 알았다며 자기들 말을 이어간다. 아주머니의 울먹임을 겉치레로라도 알은체 해주지 않은 그들 때문에 내가 다 민망했다. 그렇게 자기 할 말들을 하고 갔다. 의원들이 간 후 벽에는 그들의 이름이 적혔다. 다녀 간 의원들 이름.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민주당이 20번까지 이미 차지하 고있었고 오늘 한나라당이 뒤를 이었다. 아, 상인분이 동네에서 작은 슈퍼를 하는데 너무 어렵다고 이야기를 할 때, 한 의원이 반가운듯 말을 했다. 자기 부모님도 40년 슈퍼마켓해서 자기 대학까지 다 보냈다고.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아는 놈이 더하다고 했다. 이런 말들을 뒤에서 삼키면서 두어시간을 보냈다.

그것뿐이었다면 괜찮았을텐데 하필이면 요즘 읽으려고 갖고 다니는 책이 [삼성을 생각한다]였다. 촬영하느라 옆에서 기다리면서 그 책을 읽는데 진짜...

한나라당 의원들이 돌아가고 난 뒤에 상인대표분들이 의원들의 쇼를 비웃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다녀간 의원들 이름 옆에 머물다 간 시간까지 적으라며, 아까 그 의원은 3분, 걔는 5분 이러시면서 쓴웃음을 지으셨다.

가난한 사람들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는 놈들은 점점 더 뻔뻔해지는 그런 현실을 다시 확인한 날. 원래 이런 글의 끝은 이렇게 나야 하는데. '그래. 나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그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지 찾아봐야겠다'는 류의 다짐. 하지만 그런 생각도 들지 않고 머리만 아프다. 그래도 여기 적고 있으니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다. 두통이 사라지면 답답함도 가시고 나도 그 의원과 똑같이 될것같다. 그렇다하더라도...

아, 상인대표분들이 대부분 경상도 지역분들이셨다. 그래서 자기는 평생 한나라당 찍었는데 이번 일로 너무 섭섭하다고, 이명박 찍었는데 후회한다고 했다. 의원들은 내 고향이 거기라며 친근한척 했고 상인분중 어떤 분은 고향사람이라서 말을 편하게 했다며 악수를 청했다. 내 말투를 듣고 삼성라이온즈가 이번에는 우승해야 할텐데 하며 말을 건네는 분도 계셨다. 어제 읽었던 기사들과 뒤섞여 더 복잡해지는 마음이었다.

관련기사 [경향신문] '중소상인들 단식·상복 차림 ‘재벌수퍼 허가제’ 6일째 농성'

4.
그리고 또 촬영 기다리느라 들어간 카페에서 들었던 이야기. 책 읽고 있는 옆 테이블에 남녀가 앉았다. 실장으로 보이는 남자 선배사원과 여자 후배. 남자가 여자를 나무라는 내용이라 그냥 공책에 적어봤다. 나는 그들과 같이 일해 본 적이 없으므로 뭐라 판단할 수는 없지만, 그런 류의 대화는 어쩐지 내 관심을 끈다. 남자 혼자 계속 말했는데 남자가 말할 때 나도 적고 남자가 쉴 때 나도 멈추고, 혹시 눈치챌까봐 괜히 쉬었던 적도 있다.

남자: 넌 머리만 컸다 싶다. 어? 언제부턴가 니 얼굴이 불만에 가득 차있더라. 회사를 위해서. 널 믿어서 한 건데, 니가 000랑 더 친하니까...내가 편파적으로 일 시키는 것 같니? 아무도 널 커버해주지 않아. 실장만 널 커버해줘. 너 언젠가부터 일에 의욕이 끊긴 뒤에 여섯시 칼 퇴근 했잖아. 사람이 욕심이 있어야지. 다른 욕심 말고 일에 대한 욕심. 내 말, 이해해?

(여자는 대답을 안하고 새침한 얼굴로 쳐다보며 커피만 마신다. 전혀 주눅든 표정이 아니고, 그냥 주눅든 척 해주느라 애쓰는 표정. 그걸 남자도 아는 눈치다.)

남자: 그래서 회사에서도 널 안 좋아하는거야. 계속 그만둔다고 하니까. 내가 따라다니고.

(남자, 갑자기 담배를 들고 나가서 전화를 한다. 여자는 그 사이 핸드폰 액정을 거울 삼아 얼굴을 본다. 그러다 걸려온 전화를 받는다.)

여자: 네. 아니요. 아직요.

(남자가 전화를 끊고 들어온다. 여자는 약간 고개를 숙인 채 이야기를 듣는다.)

남자: 그래서 어떻게 할거야? 확실히 이야기를 해. 나에게 그렇게 미리 이야기하는 것도 마음에 안든다. 4년간 데리고 있던 사람 내보내는 것도 큰 손실이야. 회사나 나나. 사장이 너한테 어떻게 했어? 옷 하나하나 챙겨주고. 사람이 자존심을 가지고 말야. 박실장도 너 같을 때 나랑 엄청 싸웠잖아. 그런데 나중엔 마음이 맞기 시작하잖아.

너 내 위치 알지? 내가 사장한테 신경 안 써. 내가 사장이랑 싸울 일 뭐가 있어? 인사도 마찬가지야. 00는 8년째 만년 대리야. 00는 실적이 있어서 올려준 거야. 인사권 이야기 박실장이 너 이야기하더라. 회사도 나름대로 꺽이지 않는 잣대가 있기 때문에 니가 불만을 이야기해도. 니가 지각해도 배려해줬어. 작년 지각한 거 다 지우고 새로 시작하자고. 다른 직원들도 그것 가지고 별 말 안하고. 뒤에서 나한테 아부한 적도 없고. 순진하고 좋아. 니가 노력을 안 하는데 어떻게 광고주들이 나오겠어? (......)

이 뒤로 남자는 대충 니가 열심히 일은 안하면서 월급이나 진급 가지고 불만을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그런 이야기, 사장 기분 좋을 때 이야기해보겠다는 이야기를 했고 여자는 전화할 때 말고는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곧 남자와 여자는 커피를 들고 나갔다. 남자는 전형적인 샐러리맨 스타일이었고 여자는 새침한 느낌. 나와 비슷한 또래인 것 같았다. 다시 책을 읽고 있는데 여자 혼자 카페로 들어왔다. 핸드폰을 보고 커피를 마셨다.  나는 촬영을 하러 나왔다.

5.
정말 봄이 오고 있나보다. 날이 참 따뜻했다. 커피도 아이스로 마셨다. 건물 안에서 밖으로 나올 때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렸는데 건물 밖이 더 따뜻했다. 답답한 생각들이 나를 괴롭혔지만, 그래도 따뜻한 봄 때문에 어깨 좀 펴고 다녔다. 봄이 주는 설레임. 첫 연애를 한 날이 3월 7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맘 때쯤이 되면 마음이 싱숭생숭. 좋을 건 없지만 나쁠 것도 없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시원한 빗소리에 마음까지 시원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생각도 한계를 뻥뻥 넘어서고, 지혜로워졌으면 좋겠다.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다하자.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