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

2010. 3. 28. 00:57 from 그래서 오늘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마트에 들렀다. 배가 살짝 고팠는데 집에 가면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마트를 둘러보았다. 두 개에 3700원하는 파프리카를 사고 싶었지만 좀 비싸서 안 사고, 좋아하는 사과를 사려다가 너무 많아서 안 사고 버섯을 사서 반찬을 해먹을까, 참치를 사서 찌개를 끓여먹을까, 햄을 사서 구워먹을까, 당근을 사먹을까 하다가 결국 고구마와 오징어집을 샀다. 귀찮아서. 오랜만에 고구마와 과자를 샀다. 고구마는 아직 책상위를 뒹굴고 있고, 오징어집은 집으로 걸어오면서 반쯤 먹었다.

근래에는 과자를 내 돈주고 사먹은 적이 없었는데, 다시 과자가 땡기는 걸 보니 요즘 스트레스를 받나보다. 내 스트레스의 징후는 과자를 사는 것과 방청소를 안하는 것이다. 집까지 가는 시간도 못 참아 계산을 하자 마자 과자봉지를 뜯어서 먹으면서 걸어간다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게걸스럽다.

집 문제나 하고 있는 작업, 인디다큐에서 받은 여러 자극들, 사람들과의 관계, 날씨 같은 것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햄톨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과자 한 봉지로 끝난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마음은 싱숭생숭해지겠지만, 새로운 기운이 생겨날 것 같은데, 언제 올까? 봄.

인디다큐 개막 영상에서 본 여자아이의 주문을 외쳐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속으로)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