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0.07.25 문득 질문
  2. 2010.07.23 거의 경쾌 2
  3. 2010.07.12 경쾌함을 위하여 4

문득 질문

2010. 7. 25. 03:37 from 그래서 오늘
오후에 광주에 갔다. 촬영이 있어서 친구와 동행을 했다. 광주에 도착해 밥 먹고 택시를 타고 약속장소로 갔다.  어떤 중학교 앞이었는데, 우리가 내릴 때가 되자 하늘에 먹구름이 가득.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다. 약속한 시간까지 기다리느라, 400년 된 버드 나무 두 그루 아래에 있는 정자에 카메라 가방과 삼각대를 놓고 기다렸다. 늘어진 버드나뭇잎을 때리는 비. 동네 할아버지도 자전거를 세워놓고 정자로 들어오셨다. 정자 앞에 있는 옥수수밭, 삽을 끼고 있는 자전거, 쏟아지는 비. 그 장면이 영화의 한장면처럼 예뻐서 카메라를 꺼내 촬영을 했다. 자전거에 포커스를 맞춰 1분, 배경에 포커스를 맞춰 30초.

서울로 돌아와 방안에 앉은 지금, 그 장면이 보고 싶은데 카메라가 없다. 아니, 그 장면의 구도만 생각나고, 그 푸르름과 시원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냥 가만히 바라보고 마음에 담아와도 좋았을 것을...

갑자기 나 자신에게 질문이 던져진다. 애쓰고 있었던 걸까?

Posted by cox4 :

거의 경쾌

2010. 7. 23. 12:00 from 그래서 오늘
블로그에 쓰고 싶은 글이 있어서 열었다가도 하얀 모니터를 보면, 손과 머리와 마음이 둔해져서 취소 버튼을 여러번 눌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쾌해지고 있기 때문인 듯. 지인들이 마음 써준 덕분에, 잘 지내냐는 한 문장, 댓글, 응원 덕분에 나는 거의 경쾌해졌다. 감사. 생각이 멈춰버린 부작용이 있지만.

어제 11시에 잤다. 배불리 저녁을 (얻어) 먹고 집에 돌아오니 10시. 해피투게더도 안 봤는데 잠이 오기 시작했다. 테레비를 보는 대신 한 챕터 남은 책을 마저 읽기로 했었다. 그런데 몇 장 읽지 않았는데, 11시도 되지 않았는데 눈이 감기기 시작. 그제도 12시에 잤었는데, 이상하다며 책을 덮고 불을 끄고 누웠다. 그리고 자다가 깨니 3시. 몇 십분을 일어나서 책을 마저볼까 잘까 하며, 모기 물린 팔 다리를 긁었다. 더워서 푹자지 못해서인지 하루 10시간은 자는 것 같다. 2-3시는 되어야 잤었는데 요즘은 12시 전 후.

그러니까 요즘 내 몸이 좀 이상하다는 것이다. 몇 달전부터 살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그냥 내 식욕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먹을 것에 대한 욕심이 줄어서 덜 먹으니까 빠진 것이라고. 주위 사람들이 어디 아픈 거 아니냐고 해도, 그래봤자 5-6kg 빠진 거라고 이제야 약간비만에서 정상체중이 된 거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여름이 되고 날이 더워지니,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 뭔가 집중해서 일을 하거나 몸을 많이 쓰는 날이면 어김없이 지쳐 쓰러진다. 밥도 잘 챙겨먹으려고 하고, 과일, 채소도 챙겨먹는데 몸이 좀 그렇다. 이번 여름이 무더워서 모두 그런 건가? 아님 내가 저질 체력인건가? 그게 아니더라도 우리 나이라면 검진 받아야 한다는 친구들이 많아서 조만간 병원 갈 예정. 아닌가. 운동을 해야 하나. ㅎ

오늘부터 편집 분석 수업을 듣는다. 신나는 자극이 되어주길 기대하고 있다. 아, 비타 500먹고 일해야겠다.

(모두 건강!)
Posted by cox4 :

경쾌함을 위하여

2010. 7. 12. 13:01 from 그래서 오늘
대구에 다녀왔다. 금요일 밤 기차를 타고 내려갔다. 가기 전에 마음 상태가 좀 안 좋았지만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서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구에 도착하자마자 몸이 먼저 무너져버렸다. 콧물로 시작해서 현기증, 몸에 힘이 주어지지 않는 상태. 전형적인 퍼짐. 결국 한 컷도 촬영하지 못하고, 영화 GV만 마치고 올라왔다. 억지로 촬영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기차에서 창밖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 내가 앉은 자리는 창이 없었다. 짙은 녹음의 산 대신 162번 버스 창으로 회색의 빌딩숲들을 보았다. 버스가 신호에 걸려 서 있는데, 50대와 30대로 보이는 여자 두 명이 뛴다. 횡단보도의 파란불이 다 되어가는 것이다. 차 사이를 전속력으로 달리는데 웃고 있다. 긴 머리를 날리며 뛰어가는 모습이 경쾌하다. 무단횡단 때문이라도 좋으니, 저렇게 경쾌하게 뛰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마음도 경쾌해질 것 같았다. 가장 최근에 뛰었던 것은 금요일 밤 기차시간이 간당간당해서 뛰었을 때이다. 하지만 들고 있는 카메라와 삼각대, 가방 때문에 절대 경쾌하지 않았다. 허덕였다. 경쾌하게 뛰기 위해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뭐? (몇 달전부터 봐두었던 바로 그 조깅화!)

조용필 아저씨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가끔 듣는다. 반복적으로. 내가 꿈꾸는 것은 '여기'에 있는 것 같지 않다고,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거기'에만 있는 것 같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내가 가진 것을 보지 못하고 가지지 못한 것만 보는 전형적인 어리석은 상태. 지금 하고 있는 일과 만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알지 못하는 상태. 거기도 결국 내가 가면 여기가 되고 만다는 걸, 경험해봤으면서도 자꾸만 눈을 돌리게 된다. 그래서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조깅화. (이게 어찌된 일인지 모르겠다. ㅎ)

다시, 서울이다. 이젠 내 일상이 여기에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여기'에 있을 때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해 많이 보챘던 시간들이 아쉽다. 미안하다. 여전히 가슴이 아려 두 눈에 힘을 꼭 주어야 하지만, 앞으로도 '거기'는 '여기'가 될 수 없으므로...'거기'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기어서라도 가고 싶지만, 지금의 굳어진 머리로는 그런 방법마저 보이지 않으므로. 가기 전에 상처로 몸이 너덜너덜해질 것이므로. 이기적이므로. 각종 '이므로'를 갖다 붙이고 있으므로...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