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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0.06.25 지난 5년 7

세 탕

2010. 7. 8. 19:35 from 그래서 오늘
오늘 하루 회의 세 탕. 커피 두 잔과 자스만 한 잔. 

[어머니] 작업 스탭회의를 사무실에서 하고, 점심을 먹으며 백령도에서 진행할 미디어교육회의를 했다. 사무실에서는 달 사장님께서 주신 원두로 아이스 커피를 연하게 내려 마셨고, 백령도 회의를 하고 나서는 녹색연합의 귤님께서 커피를 사주었다. 인사동에 한 번 갔다가 다시 찾지 못해 아쉬워했던 그 카페에서. 그리고 마지막은 홍대 커피와 사람들에서 [그 자식...] 작업에 넣을 애니메이션 회의. 아직 편집은 시작하지 못했지만, 넣고 싶은 애니메이션이 확실해서 먼저 작업 의뢰를 했다. [개청춘] 타이틀 애니메이션 작업을 해준 분께 다시 부탁. 커피를 두 잔이나 마셔서 마지막은 피로회복에 좋다는 자스민을 마셨다. 숨차게 작업 설명을 하고 잠깐의 수다를 떨었다.

세 개의 회의 모두 나름 알차게 진행된 것 같아서 뿌듯한 마음에 기록으로 남긴다. 세 작업이 모두 순조롭게 진행되고, 그 안에서 치이지 않길.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뛰어넘어야 할 것과 다음으로 미뤄야 할 것은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기를 바란다.

[개청춘] 작업 때문에 반이다 친구들끼리 회의에서 많이 부딪힐 때, 그래서 셋 모두 각자 괴로워하고 있었을 때, 회의를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피할 수 없었고, 회의하러가는 길에 진짜 간절하게 기도했다. 나에게 지혜란 것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모아지기를...지혜는 조금도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지금 나에게 지혜가 있다면, 현명함이란 것이 조금 생겼다면, 관계에 사용하고 싶다. 애정결핍인지, 관계를 귀찮아하는 것인지, 것도 아님 이기적인 성격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사람에게 집착하는 게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소유하지 않고 경험하는 것이라는 말을 마음이 힘들 때마다 되뇌지만,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사람과 친해진다고 해서 그것이 나의 소유가 되는 것이 아닌데...악!


Posted by cox4 :

조심

2010. 6. 25. 20:28 from 그래서 오늘


연필 깍으려고 쓰레기 봉투 앞에 주저앉았는데, 가슴 한켠도 같이 내려앉았다.

Posted by cox4 :

지난 5년

2010. 6. 25. 02:19 from 그래서 오늘
5년간 써왔던 종이 일기장의 마지막을 썼다. 매일 적던 게 아니어서 공책 한권인데 5년동안이나 썼다. 첫 장이 2005년 6월 박민규의 소설 [핑퐁]을 읽고 적은 일기였다. 서울에 올라와서 마지막 학년 수업을 듣던 때였고, 미래에 대한 기대로 부풀다가도 불안으로 떨던 때였다. 일기는 몇 장 지나지 않아, 독립다큐멘터리 수업을 듣던 때로 뛰었다.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믿음을 스스로에게 요구하고 있었다. 일기는 또 6개월을 뛰어넘어 RTV에서 방송하던 시기. 일이 재밌어서 정신없이 하다가, 쉬는 날이 되면 불안한 마음이 들어 일기장을 찾은 것 같다. 또 훌쩍 뛰어넘어 반이다를 하면서 개청춘을 편집하던 때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개청춘 편집이 끝난 2009년 8월부터 일기가 잦아졌다. 주로 불안할 때마다 종이 일기장을 찾았다. 블로그에도 비공개로 일기를 쓰긴 하지만, 내 손을 바라보며 일기를 쓰는 게 불안감을 줄이는데 좋았다. 불안한 마음에 대한 내용 다음으로 많은 것이 다짐이다. 내가 너무 옹졸하다, 시선이 갇혀 나 자신밖에 보지 못한다, 욕심이 많다는 자책과 부끄러운 고백들 뒤에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이 적혀있다. 하지만 그 다짐들은 5년동안 반복되고 있다. 일기를 보아서는 나아지고 있기보다는 자꾸만 마음이 협소해지고 옹졸해지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일기는 그런 나를 너무 부정하지 말고, 조금 인정하자는 것. 그래야 도망가지 않는 다는 것. 나의 샘이 너무 좁아 작은 감정에도 흔들흔들. 넓어져야 품을 수 있지.

[푸른강은 흘러라]를 보고 쓴 일기도 있었다. 주인공인 숙희가 옹졸해서야 바다로 갈 수 있겠냐고 소리치는데 나를 혼내는 것 같았다는 이야기. 오늘 강의를 들으러 오재미동에 갔다가 [푸른 강...] DVD를 빌려서 보았다. 꼭 보고 싶은 장면이 있었다. 남자가 천을 펴기 위해 천을 자근자근 밟던 장면. 길게 보여주던 그 행위를 보며 많이 울었었다. 얼마 전부터 그 장면이 보고 싶어서 오늘 찾아보았지만, 스킵하면서 봐서 어느 부분인지 찾지 못했다.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보아야겠다. 하지만 숙희의 얼굴과 백두산의 숲은 보았다.


           새로운 일기장과 마음을 잡기 위한 색칠 놀이

비어있어야 채울 수도 있는데, 비우지는 않고 채우려고만 하는 나날들. 숲속의 빈터 같아지고 싶다. 마음이 시원해지고 싶다. 새로운 일기장엔 반복되는 불안과 다짐의 구절은 좀 줄고 내일에 대한 계획과 만족의 내용도 좀 들어가길. 

그래도 지난 5년의 시간들 참 소중하다. 말할 수 없이...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