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화동 작업실 이름은 오후출근이다. 모리의 전 작업실 이름을 그래도 가져왔다. 어쩐지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라서 좋다.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있진 않지만, 오전에 나오는 일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오후출근을 하게 된다.


오늘도 일찍(이라고 해봤자 9시 목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알람에 깨고 어떤 사람이 내 통장으로 68만원을 잘 못 입금하여서 그걸 언제 말해줄까 놀려주는 꿈을 꾸는 중이어서 계속 잤다. 배경이 왜 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내려오고 나서 놀려주지도 못한 채 깨버렸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호박과 버섯을 얇게 썰어서 볶고, 이미 씻었다고 하는 콩나물을 살짝 삶았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콩나물 비빔밥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휴일인 룸메 언니가 일어나서 계란 반숙을 추가하여서 먹고 일어났다. TV 아침 여성토론 프로그램에서 사전사후피임약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출연하시는 분도 나와서 관심있게 좀 보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도가 붐비기 전에, 햇볕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 이 노래는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덕분에 자전거를 다시 마련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경복궁역 근처의 할아버지가 하시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바람도 넣었다. 바람이 잘 들어가는지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만져보니까 탱탱하기는 했지만, 바람이 더 들어갔다고 해서 슝슝 나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서 양복 입은 사람들과 몇 번 부딪힐 뻔 하면서 작업실에 도착했다. 평소 길을 걸을 때 넋놓고 걷는 편이라 사람이나 차랑 자주 부딪히는 편인데 자전거 타고 가다가 그렇게 앞을 보지 않고 옆이나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을 만나면 급 열 받는다. 그렇다고 띠링띠링을 자주 하기도 좀 그렇고 어어 하다가 멈춰서기 일쑤이다. 자전거 도로가 시급하다. 자전거 타면서 휠체어 타는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를 만나면 내 존재가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 이런 게 필요해 하면서.


작업실 도착해서 창문을 다 열고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만들고 자리에 앉자 마자 텐아시아의 '어제 뭐봤어'를 보고 출근일기를 쓰는 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지만 어차피 하나씩 해야 하는 일,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해야겠다. 굿 럭 투 미(앤 유)!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