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2012. 5. 5. 21:40 from 그래서 오늘

뒹굴뒹굴 토요일이다. 몇 마디 말을 했는지 기억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정해진 약속이 없는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물론 얼른 해야하는 일들은 많았지만, 다 미루고 뒹굴거렸다.


어제 늦게까지 놀고 새벽 4시에 집에 들어와서 만화책 한권을 읽었다. 친구 집에서 간간이 읽던 H2를 정주행하기 시작한 것. 처음 읽는 것같은 느낌으로 1권을 다 읽고 나니 2권도 보고 싶어졌지만, 몸을 위해 잠을 잤다. 오늘 일어나자마자 2권을 읽고 밥을 먹고 야구 중계를 보았다. 거실에 누워 이불로 몸을 감싸고 야구를 보고 있자니, 내 팔자가 상팔자처럼 느껴졌달까. 룸메는 번데기 같다고 했지만 말이다. 룸메가 말거는 것도 모르고 4회 초 정도에 잠이 들었다. 5회, 8회말, 9회 초에 간간이 깼다가 스코어를 확인하면서 얕은 잠을 계속 잤다. 그러다가 어둑해질 저녁 무렵, 씻고 작업실로 왔다.


작업실에서 마무리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지만, 미뤄둔 예능 프로를 하나 다운 받아보고, 이렇게 블질도 하고 있다.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친구가 책장 가득하게 꽂아놓은 책장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부자가 된 느낌이다.


아무런 약속도 없는 토요일이라 일과 관계되지 않은 친구들을 만날까 싶어 시도를 하다가 말았다. 얼른 해야 할 일들을 마치고 마음 편히 만나서 길게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인 걸, 그 친구들은 알까? 이런 마음으로 몇 개월씩 연락을 미루기 때문에 핑계에 불과할지도 모르겠다.


하고 싶은 작업의 상이 분명해져가고 있다. 어떤 분은 감이 떨어지기 전에 계속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시지만, 나는 오랫동안 숙성되어야만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는 타입인 것 같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들도 잘 마무리하고 싶다. 후회없이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웃으며 쫑파티 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또 작업실 친구들과도 함께 새로운 점을 찍어보고 싶다.


요즘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은 방법이다. 자기 진정성 없는 사람이 어디 있냐는 말이 마음에 남아있다. 지금 내가 차이라고 느끼는 것, 경계라고 느끼는 것, 어렵다고 생각하는 지점을 넘어보고 싶다. '차이에서 오는 긴장을 창조적으로 끌어안기' 읽던 책을 마저 읽어야 하는데, 만화책이 있으면 항상 그게 우선이다.


나도 규칙적인 생활과 분명한 목표설정을 해보고 싶다. 늘 하긴 하지만 생활적인 규칙들에 너무 관대하다. 올해 초 유일한 새해계획도 약속시간에 5분 일찍 도착하는 것이었다. (벌써 가물가물하다) 근데 거의 못 지킨 것 같다. 거기에 덧붙여 5월의 목표를 9시 기상으로 잡아보겠다.


바탕화면에 깔려 있는 길종상가의 명함이다. 도시도 좀 쉬었으려나. 자전거 타고 집에 가는 길이 신나려면 급한 일 한 두개는 마무리해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