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에 해당되는 글 115건

  1. 2013.06.18 비애
  2. 2013.06.13 하루
  3. 2013.06.10 그게 불안이겠냐마는

비애

2013. 6. 18. 11:22 from 그래서 오늘

밤새 잠을 설쳤다. 두 시간 자고 깨서 핸드폰으로 시간 보고 세 시간 자고 깨서 다시 시간 보고 그렇게 서너번을 반복하니 아침이 되었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하길래 새벽에 타닥타닥 빗소리 들으며 멍 때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비가 생각보다 적게 내려서 방안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가 대구에 있는 부모님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장마인데 잘 지내냐고 몸 건강히 하고 열심히 살라는 문자였다. 아빠도 아침부터 내가 생각이 났나보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할 때마다 나를 생각할 것이다. 아빠의 문자에 답을 하고 일어났다.


작업을 하는 몇 달 동안 온 몸과 마음이 열에 들뜬 상태이다. 지난 주말엔 영화의 정점이 될 부분을 촬영했다. 새벽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쉼 없이 촬영을 했다. 이 날 함께 해주신 분들이 참 열심히 해주시기도 했고 원체 좋은 분들이라 그런 지 현장의 분위기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가고 부서지는 의자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어제는 한 전시회에서 그림도 보고. 자극들은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소화할 그릇이 작다. 그러다보니 열이 난다. 비가 온다기에 그 김에 좀 가라앉혀 보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몰아친다.



Posted by cox4 :

하루

2013. 6. 13. 11:02 from 그래서 오늘


알람 소리에 눈을 뜨고 룸메1과 룸메2가 차례로 씻고 밥을 먹고 머리를 말리고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나가는 소리를 듣다가 일어났다. 먼 미래 아니 가까운 미래도 걱정이 되었다. 자꾸 조급한 마음이 든다. 음악의 비트가 몸과 마음을 단단하고 리듬감있게 끌어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 며칠은 마음이 비트를 앞서가거나 박자를 놓치고 허겁지겁 쫓아가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하루 2만 개의 슛을 던지던 백호군의 마음으로 손끝 감각을 회복하는 게 좋다. 그게 그나마 경험적으로 알게 된 나란 인간의 사용메뉴얼. 골목을 나섰다가 바람이 선선해 자전거를 끌고 나왔다. 여전히 바람을 충분히 느낄만큼 마음은 비어있지 않았으나, 자력으로 바람을 만들어냈다는 만족감은 있다. 그 순간이 다는 아닐지라도 그래도 하이파이브 할 순간에 조금도 주저함이 없기 위한 하루, 오늘.

Posted by cox4 :

하루 일정이 숨가쁘다. 배가 고픈데 밥 먹을 시간도 내지 못한 걸 보면 마음도 가쁜가보다. 아침에 하고 있는 작업 마지막 보충촬영이 있었다. 7시 반에 알람을 맞춰 일어났더니 출근을 하는 룸메가 씻으러 욕실로 들어갔다. 시간을 딱 맞춰 일어났기 때문에 지각이구나 하면서 옷과 가방을 챙겼다. 머리를 채 말리지도 못하고 어제 2천원 주고 산 커다란 사과 하나를 입에 물고 카메라와 삼각대를 메고 전철로 뛰어갔다. 머리는 엉망이었지만, 다행히 사과가 맛있어서 몸은 만족을 느꼈다. 일산에 있는 한 학교에 도착하여 학생들의 수업 모습을 열심히 스케치 하였다. 한동안 내가 촬영한 적이 없어서 다른 연출자가 있고 내가 촬영하는 상황이 약간 어색했지만 아직은 익숙하다고 생각했다. 몸에 꽂는 햇볕을 뚫고 식당에 가서 쌈밥을 먹고 작업실에 가서 데이터 백업을 하고 다시 집으로. 집에 도착하여 잠시 숨 돌리면서 우유와 엄마가 보내준 10가지가 넘는다는 곡물가루와 꿀을 넣어 섞으며 동사무소로 갔다. 인감증명서 두 통을 떼고 영광사로 가서 그제 촬영 때문에 빌린 메모리 반납하고 거기서 한 감독님 만나서 같이 택시타고 대학로 작업실로 왔다. 몇 개의 문서 작업과 일정을 정리하고 나니 이 시간이다. 처리해야 할 일을 처리한 것이고 이제 마음과 머리를 써야 하는 작업들이 두 가지 남아있다. 하나는 집에 가서 하거나 살짝 미루기로 했고 내일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것은 오늘 마무리를 하려고 한다. 그 전에 머리를 정리하고 싶어서 블로깅! 배가 고프지는 않는데 밥이랑 신선한 야채가 먹고 싶다. 줄줄이 적으니 엄청 빡센 것 같지만 아직은 틈틈이 숨 돌릴 짬을 만들 수 있다. 작업 순항을 위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은 발생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번엔 불운이나 불행이나 불안에 작업 에너지를 어느 정도 할당해두었으니, 그것들이 지금 내가 예상하고 있는 범위 내에서 일어나주면 좋겠다. 그렇다면 그게 불운이나 불행이나 불안이겠냐마는...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