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잠을 설쳤다. 두 시간 자고 깨서 핸드폰으로 시간 보고 세 시간 자고 깨서 다시 시간 보고 그렇게 서너번을 반복하니 아침이 되었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하길래 새벽에 타닥타닥 빗소리 들으며 멍 때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비가 생각보다 적게 내려서 방안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가 대구에 있는 부모님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장마인데 잘 지내냐고 몸 건강히 하고 열심히 살라는 문자였다. 아빠도 아침부터 내가 생각이 났나보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할 때마다 나를 생각할 것이다. 아빠의 문자에 답을 하고 일어났다.
작업을 하는 몇 달 동안 온 몸과 마음이 열에 들뜬 상태이다. 지난 주말엔 영화의 정점이 될 부분을 촬영했다. 새벽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쉼 없이 촬영을 했다. 이 날 함께 해주신 분들이 참 열심히 해주시기도 했고 원체 좋은 분들이라 그런 지 현장의 분위기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가고 부서지는 의자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어제는 한 전시회에서 그림도 보고. 자극들은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소화할 그릇이 작다. 그러다보니 열이 난다. 비가 온다기에 그 김에 좀 가라앉혀 보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몰아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