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을 하고 있다. 길게 찍힌 화면을 자르기보다는 손을 멈추고 지켜보는 시간이 길다. 오케이라고 생각했던 컷들 사이에 숨어있던 시간들, 그 숨죽인 모습들이 곱다. 그 고운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을까?
잠시 일어나 우유를 데우고 핫초코를 탔다. 다큐멘터리 편집을 할 때, 보통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단 것을 많이 먹는다. 조연출인 쏘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사 온 초코칩을 건네 주었다. 나도 몇 년 전까진 편집을 하다가 라면이며 치킨이며 몸에 해롭다는 음식들을 많이 먹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는 편집이 잘 풀릴 때도 그렇고 안 풀릴 때도 그렇고 단 것이 먹고 싶진 않다. 습관적으로 달달한 핫초코를 타서 마셨는데, 맛있다기보다는 화면을 보면서 느낀 감정들이 녹아버리는 것 같다. 나에게 필요한 건 따뜻한 물 한 잔이었다.
단 것은 필요하지 않은데, 잠이 많이 늘었다. 혼자 이것 저것 골똘히 생각하다 집에 들어가 책 몇 장 읽고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든다. 알람 소리도 듣지 못하고 꿈 속을 헤매다 일어난다. 10시간쯤 자고 일어나면 어제와 같은 오늘이지만, 다시 반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