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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3.06.28 02. 이제 한 번 깊어져야 할 타이밍
  2. 2013.06.24 길고도 짧다
  3. 2013.06.18 비애

작업의 속도는 빠를 지 모르나 작품의 깊이는 그대로인채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피디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겠다. 허나 혼자서 깊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출연자들, 의자들, 스탭과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의자라는 소재, 그리고 의자를 매개로 사람의 가치와 자리 나아가 나름의 답까지 찾아보겠다는 기획의도적인 의욕만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마음이 잘 맞고 능력있는 작업자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 순조롭게 한 단계의 촬영을 마치게 된 것 같다.


의자를 제작하는 그룹들의 촬영을 거의 끝냈다. 오늘 김상규 선생님 두 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보답하는 길은 어설픈 선물이나 인사치레 말이 아니라 좋은 작업으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고민하고 출연하신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책들을 몇 권 뒤적여보았다. 그 중 하나가 [피로사회]이다. 다시 읽다보니 또 재미가 있어서 안산까지 전철타고 가면서 읽었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람들에 기대어서 왔다면 이제는 연출로써 한 호흡 정리를 하고 다음 호흡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이 될 지 나도 기대가 된다. 이번 주는 더 깊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가 막막할 것이다.

Posted by cox4 :

길고도 짧다

2013. 6. 24. 18:31 from 그래서 오늘

아침에 일정을 시작하다보니 하루가 길고도 짧다. 사과 하나를 먹고 시장의 수선집에 붐폴 가방을 만들어달라고 보여주고, 은행에 가서 고장난 체크카드 다시 발급받고, 침대에 앉아 소설책을 몇 장 넘기며 보일러 수리하는 사람이 오기를 기다렸다. 몇 일동안 작동하지 않던 보일러를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을 나섰다. 작업실에서 빗질 몇 번 하고 쌓인 A4 종이들 분류하고 몇 통의 전화와 몇 통의 메일을 돌리고 나니 시간이 금방 간다. 밥을 먹고 트럭에서 파는 자두를 2천원어치 샀는데 빨갛고 신선하고 양도 많다. 원래는 살구를 사고 싶었는데 좀 더 익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자두를 골랐다. 이제 홍대 쪽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 파일 발송하는 시간이 많이 남아서 블로그에 한 번 들렀다. 애타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끝이 나기를 바랄 뿐이다.

Posted by cox4 :

비애

2013. 6. 18. 11:22 from 그래서 오늘

밤새 잠을 설쳤다. 두 시간 자고 깨서 핸드폰으로 시간 보고 세 시간 자고 깨서 다시 시간 보고 그렇게 서너번을 반복하니 아침이 되었다. 오늘 비가 많이 온다고 하길래 새벽에 타닥타닥 빗소리 들으며 멍 때릴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비가 생각보다 적게 내려서 방안에서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런 저런 상념에 빠져있다가 대구에 있는 부모님 생각하고 있는데 아빠에게 문자가 왔다. 장마인데 잘 지내냐고 몸 건강히 하고 열심히 살라는 문자였다. 아빠도 아침부터 내가 생각이 났나보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할 때마다 나를 생각할 것이다. 아빠의 문자에 답을 하고 일어났다.


작업을 하는 몇 달 동안 온 몸과 마음이 열에 들뜬 상태이다. 지난 주말엔 영화의 정점이 될 부분을 촬영했다. 새벽부터 해가 지기 전까지 쉼 없이 촬영을 했다. 이 날 함께 해주신 분들이 참 열심히 해주시기도 했고 원체 좋은 분들이라 그런 지 현장의 분위기도 무척 좋았다. 그리고 하늘을 날아가고 부서지는 의자들이 마음에 깊이 남았다. 어제는 한 전시회에서 그림도 보고. 자극들은 끊임없이 들어오는데 그것을 소화할 그릇이 작다. 그러다보니 열이 난다. 비가 온다기에 그 김에 좀 가라앉혀 보려고 했는데, 그럴 시간도 없이 여러가지 감정들이 복잡하게 몰아친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