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듣다'에 해당되는 글 11건

  1. 2012.10.22 이 와중에도 유지되는 생활감각 5
  2. 2012.06.09 제주 다짐
  3. 2011.11.18 해남 땅끝 2



밀양 송전탑 (관련기사) 문제로 할매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오래 전에 들었었다. 시간이 나면 한 번 가야지, 하면서 여태 못 가고 있다가 이번에 영상을 만드는 친구들이 간다고 하여서 지난 주에 다녀왔다. 밀양은 내가 국민학교 4학년 2학기부터 6학년 1학기까지 살았던 곳이다. 친구들에게 나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었다고 하니, 왜 그러냐고 물어왔다. 그 이전에도 행복했을텐데 기억이 잘 나지 않고, 그 시절엔 친구들과 자연과 더불어 마음껏, 자유롭게 놀았던 기억이 가득해서 그렇다고 대답했다. 나에게 밀양은 풍요로운 이름이다. 


송전탑이 들어서는 지역 곳곳에 할매들이 대부분인 주민들이 임시거처를 마련하고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벌써 몇 년째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올해 초 한 할아버지의 분신으로 조금 알려지게 되었다. 우리는 두 곳의 투쟁현장을 찾아갔는데, 한 곳은 산의 꼭대기에 있었다. 해발 500미터의 산꼭대기를 올라가면서 헉헉거리다가도 그 마을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기를 반복했다. 매일 그곳을 오르내리는 할매들이 차린 임시거처를 보고는 정말 감탄하였다. 천막 안에 가스레인지를 설치하고 가스레인지를 놓을 2단 선반을 주위의 나무로 만든 것이다. 한 할아버지는 그 날도 도마를 만들고 계셨다. 할매들의 열정적인 연기와 유쾌함도 인상적이었지만, 이 선반이 나에게 가장 큰 감흥을 주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야말로 목숨을 거는 투쟁의 와중에도 유지되는 생활감각이!


밀양에 가기 전에 다큐멘터리 제작 때문에 스트레스를 좀 받고 있었다. 오기 직전 가까운 지인들에게 엄살도 부리면서 살짝 풀린 마음이, 밀양의 할매들 덕분에 시원하게 날아간 것 같다. 지금은 대범하게 살아갈 시기라고 2단 선반이 말해주었다. 할매들은 겨울을 준비하여 해발 500미터의 산꼭대기에 구들장이 놓여진  황토집을 만들고 있다. 구들장을 옮기는데만도 한 달이 걸린다는데...이리저리 재고 싶은 못난 마음이 나를 옭아맬 때, 이 사진들을 보아야겠다.


할매, 친구들과 하루만에 만든 영상 <밀양주민들이 직접하는 송전탑 국정감사>





Posted by cox4 :

제주 다짐

2012. 6. 9. 17:56 from 보고 듣다



며칠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 중 하루는 하루 종일 카페와 숙소, 바닷가에서 멍 때리거나 만화책을 보았다. 그렇게 며칠 보내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심심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몸 안에 있던 독소가 빠져나간 느낌.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와 버스에서 친구와는 밀린 수다를 다 떨고 나니 더 할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걷다가 앉고 자다가 일어나 먹는 그런 단순함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묵혀두었던 옷가지와 책들을 정리하였다. 여행 마지막 날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길에 있던 산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산이 멋있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도 마음에 든다. 여행이 돌려준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징징 거리지 않고 한 걸음씩 걷고 싶다. 그럴 것이다.(다짐)


Posted by cox4 :

해남 땅끝

2011. 11. 18. 11:32 from 보고 듣다











지난 주말, 상영이 있어서 광주에 간 김에 해남에 들렀다. 여행을 가는 부런함이 없어서 늘 친구들 갈 때 껴서 갔는데 이제 혼자 여행을 다녀보려고 워밍업 삼아 갔다.





















가서 할 일이 없어서 무작정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는데, 두 시간을 걸어도 슈퍼가 나오지 않아서 오후 세시까지 물 한모금 먹지 못했다. 준비 없는 여행이 가져오는 배고픔. 사진도 거울 보고 혼자 찍고.






































다행히 길 가다가 감나무와 무화과 나무를 발견하여서 따 먹었다. 주인의 허락은 못 구했지만, 경험상 그것은 분명 상품가치가 없고 까치밥처럼 내버려둔 것이었다. 무화과 세 개와 감 홍시 하나를 먹고 다시 두 시간을 걸어서 배 타러 갔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