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아깝진 않았어? 숙취로 친구집에서 하루 종일 자고 저녁에 들어온 나에게 해장라면을 끓여주던 언니가 물었다. 아뇨. (그것도 의욕 있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죠) 언니는 힘없이 웃는 내게 더 묻지는 않았다. 전 날 술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가관이었는지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잃어버린 그 시간을 하나씩 살려나갔다. 그러다 나라는 인간이 결국 새벽에 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통곡을 했고 그게 마음이 아파 실컷 울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그랬던 내가 짠해서 다시 콧끝이 찡. 만취의 장점은 만취했을 때의 추한 모습이 부끄러워 그 전에 갖고 있던 고민들을 잠시나마 까먹게 되는 것인 것 같은데, 나는 어째 부끄럽진 않고...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채로 하루를 보내고 나도 또 다시 하루다. 그냥.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서 SNS에 올라온 다른 이들의 생활을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러고도 한참 말똥말똥. 요즘 읽고 있는 [불안의 서]를 펼치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것 같아서 천장만 보았다. 못해도 2시 반은 넘어 잔 것 같은데 4시에 깼다가 다시 7시에 일어났다. 알람이 맞춰진 9시까지는 한참 남았는데, 어쩌나 하면서 다시 잠을 청해도 잡생각이 끊기질 않아서 일어났다. 밤 늦게까지 편집하다 온 날은 머리가 엄청 활성화 되어서 잠들지 못하는 것 같다. 오늘 오후에 영화도 보고 저녁엔 강의도 있다. 강의하러 가는 전철에서 졸아야겠다 생각하면서 씼었다.
마음을 깊이 들여다보는 것이 두렵다. 블로그 제목은 가장 깊은 곳이지만, 그 곳에 지금 무엇이 있는 지 알기 때문에 들여다보지 않는다. 이렇게 한참 얕은 곳만 보면서 살다 어느 날 문득 생각이 나서 깊은 곳을 들여다보았을 때, 지금 있는 것이 변하여 다른 모습을 하고 있으면 좋겠다.
버스 옆자리 앉은 사람에게서 달콤한 포도맛 사탕 냄새가 난다. 사탕 냄새가 이렇게도 달콤했던가? 사탕을 좋아하지 않는데도 기분이
좋아진다. 이런 식으로라도 달콤함이 이어진다면 웃음이 많아질 것 같다. 우연히 만난 달콤함 덕분에 어쩐지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