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가 왔나?"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는 내 말에 언니가 한 말이다. 더 배워야 만들 수 있겠냐고.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벌고 싶냐거나 학력을 필요하냐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냐고 짐작했었는데, 그럼 나도 그 말을 어느 정도 긍정하곤 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요즘 내 일상도 모르는 언니가 단번에 내 상태를 읽었다. 그 한계가 무엇인지, 공부를 한다고 나아질 수 있는지, 다른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닌지, 다큐작업 때문인건지, 물을 수도 없을 만큼 조급한 느낌이다. 그 느낌 덕분에 더욱 무거운 일상이다. 그 조급함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우선 돈이 없고, 시간이 없다. 아니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베프 두 사람과 수다를 한참 떨고 왔다. 그야말로 생계를 고민하는 이야기. 분위기가 점점 구려지는 것 같아서 뭔가 상큼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 3년 뒤엔 뭐하고 싶냐는 질문이 적당할 것 같아 기회를 노렸지만, 이번 달 카드값이 걱정이라는 친구의 말에, 나도 다다음달 이사할 보증금 마련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 걱정을 이어이어이어하다보면 몇 년의 시간이 또 흐르겠구나 싶다. 조금만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이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10년이 아니라 3-4년 정도만이라도. 아니 당장 내년이라도 계획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없나. 뭐 없나. 이 한 마디가 계속 나왔다. 뭐가 없다는 것도 알고, 내년의 생계비를 준비해놓지 않더라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란 것도 안다. 그리고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내가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한다는 것도 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지금의 고민들을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돈이 없어 가족끼리 날카롭게 부딪혀야했던 그 순간들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어서 두려움이 몰려온다. 지금이 위기라는 적신호가 저기 멀리서 오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내 마음을 맴돌고 있다. 우리집은 카드값 20개를 돌려막아봤다, 부모님이 빚 남겨주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친구들의 말.
집으로 오는 길에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고졸로 일하면서 무시당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술 먹고 나에게 만날 징징대던 그 녀석이 매수과로 옮겼다며 자랑을 했다. 고졸이 매수과로 가는 게 자기 회사에서 처음이라며,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매수과가 어떤 곳인지 물어보라고 한다. 그 자랑질에 한 것도 없이 마음이 흐뭇해졌다. 나한테는 늘 징징대더니 나름 인정받고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보험을 하다가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던 다른 친구는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일당 12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전 촬영 때문에 조선소에 갔다가 그 열악한 작업환경을 보고 놀랐었는데,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하니 마음이 짠.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고등학교때부터 세차장알바부터 안해본 알바 없이 쉬지 않고 일하던 동생들. 모두 집에 얼마씩 돈을 보내야 한다. 나에게 자주 연락하며 보험을 들어줬으면 하는 눈치였었는데, 나도 보험들 형편이 아니어서 못들어줬다. 그럴 때 내 직업이 참 아쉽다. 누구 하나 쉽게 돈 벌고 편히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늘은 징징거림을 토해내지 않으면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내 몸 하나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고 싶은 작업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약간 불안하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내년을 어떻게 할지가. 이런 생각들을 적지 않으면 안되는 걸 보니, 나 정말 몰리고 있나보다. 우리 모두 몰리고 있구나 싶다. 몰리고 있을 때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일 아침,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리고 몰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촬영하러 가야 한다. 그럴려면 일찍 자야지.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는 내 말에 언니가 한 말이다. 더 배워야 만들 수 있겠냐고. 내가 어떻게 알았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을 벌고 싶냐거나 학력을 필요하냐거나 뭔가 새로운 것을 원하냐고 짐작했었는데, 그럼 나도 그 말을 어느 정도 긍정하곤 했었는데,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요즘 내 일상도 모르는 언니가 단번에 내 상태를 읽었다. 그 한계가 무엇인지, 공부를 한다고 나아질 수 있는지, 다른 방법이 필요한 건 아닌지, 다큐작업 때문인건지, 물을 수도 없을 만큼 조급한 느낌이다. 그 느낌 덕분에 더욱 무거운 일상이다. 그 조급함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우선 돈이 없고, 시간이 없다. 아니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다.
베프 두 사람과 수다를 한참 떨고 왔다. 그야말로 생계를 고민하는 이야기. 분위기가 점점 구려지는 것 같아서 뭔가 상큼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속으로 생각했다. 한 3년 뒤엔 뭐하고 싶냐는 질문이 적당할 것 같아 기회를 노렸지만, 이번 달 카드값이 걱정이라는 친구의 말에, 나도 다다음달 이사할 보증금 마련하는 것이 걱정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그런 걱정을 이어이어이어하다보면 몇 년의 시간이 또 흐르겠구나 싶다. 조금만 더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서 이 일을 하고 싶은데, 그게 잘 안된다. 10년이 아니라 3-4년 정도만이라도. 아니 당장 내년이라도 계획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뭐 없나. 뭐 없나. 이 한 마디가 계속 나왔다. 뭐가 없다는 것도 알고, 내년의 생계비를 준비해놓지 않더라도 즐겁게 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의 방식이란 것도 안다. 그리고 돈을 잘 버는 것보다 내가 지금의 삶에 더 만족한다는 것도 안다. 다큐멘터리 작업을 계속하기 위해선 지금의 고민들을 계속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것도 안다.
하지만 돈이 없어 가족끼리 날카롭게 부딪혀야했던 그 순간들이 아직 내 몸에 남아있어서 두려움이 몰려온다. 지금이 위기라는 적신호가 저기 멀리서 오고 있다. 지금이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라는 메시지가 내 마음을 맴돌고 있다. 우리집은 카드값 20개를 돌려막아봤다, 부모님이 빚 남겨주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는 친구들의 말.
집으로 오는 길에 아는 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고졸로 일하면서 무시당하는 게 너무 힘들다며 술 먹고 나에게 만날 징징대던 그 녀석이 매수과로 옮겼다며 자랑을 했다. 고졸이 매수과로 가는 게 자기 회사에서 처음이라며,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게 매수과가 어떤 곳인지 물어보라고 한다. 그 자랑질에 한 것도 없이 마음이 흐뭇해졌다. 나한테는 늘 징징대더니 나름 인정받고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보험을 하다가 소방공무원 준비를 하던 다른 친구는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일당 12만원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얼마전 촬영 때문에 조선소에 갔다가 그 열악한 작업환경을 보고 놀랐었는데, 그런 곳에서 일한다고 하니 마음이 짠. 그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곳에서 일하는 것 같은데. 고등학교때부터 세차장알바부터 안해본 알바 없이 쉬지 않고 일하던 동생들. 모두 집에 얼마씩 돈을 보내야 한다. 나에게 자주 연락하며 보험을 들어줬으면 하는 눈치였었는데, 나도 보험들 형편이 아니어서 못들어줬다. 그럴 때 내 직업이 참 아쉽다. 누구 하나 쉽게 돈 벌고 편히 사는 사람은 없겠지만 오늘은 징징거림을 토해내지 않으면 잠이 올 것 같지 않다.
내 몸 하나 부지런히 움직이면, 하고 싶은 작업 할 수 있고, 누군가에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마저도 약간 불안하다. 그래서 정말 심각하게 고민이 된다. 내년을 어떻게 할지가. 이런 생각들을 적지 않으면 안되는 걸 보니, 나 정말 몰리고 있나보다. 우리 모두 몰리고 있구나 싶다. 몰리고 있을 때는 다른 것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내일 아침, 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몰리고 몰린,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을 촬영하러 가야 한다. 그럴려면 일찍 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