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촬영을 하러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다. 짧은 멘트를 받는 간단한 촬영이었다. 총 네 사람을 만났는데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나면, 기분이 둘 중 하나다. 좋거나 나쁘거나. 어떤 사람은 만나고 나면 기분이 좋아져서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나온다. 반면 어떤 사람은 그 사람이 나한테 딱히 잘못한 건 없는 것 같은데도 기분이 나빠져서 나온다.
생각해보니 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겠다며, 인맥이 넓어지겠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절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일로 만나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정중히 인사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만 보고 촬영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 옆에 있으면 나는 늘 투명인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친해지겠나. 내가 상대를 편하게 만들지 못한 탓도 있고, 카메라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젠 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카메라가 익숙하더라도 바쁜 사람들은 역시 카메라만 본다. 빨리 촬영을 마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촬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촬영자를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고맙다. 그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고맙다는 것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 촬영하러 오거나 인터뷰 하러 오면 까칠하게 굴거나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촬영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촬영은 바쁜 한 분과 별 말은 없었지만 카메라보다 자기가 할 말보다 내가 장비 셋팅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묵묵히 봐준 한 분, 또 정중하게 카메라와 나를 맞이해준 한 분, 자기 시간 내어주는 것에 고마운 줄 알라는 태도가 은근히 묻어나왔던 한 분을 만났다. 당연히 두 번째 분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져서 다른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하찮게 보이는 것의 장점은 덕분에 만나는 사람의 인격(이라고까지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택시를 타고 경향신문사로 이동했다. 할아버지 운전사께서 어제 한 피겨 쇼트 경기를 보고 계셔서 나도 열심히 봤다. 경향신문사에 다 와 가는데 아사다마오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김연아 경기를 못 봐서 보고 싶었는데, 김연아가 나오는 장면에서 택시가 경향신문사 앞에 도착해버렸다. 할아버지도 김연아를 열심히 보시면서 택시 요금을 계산하셨다. 촬영 약속 시간 10분 전이길래 할아버지한테 "이거 마저 보고 가면 안 되요?"라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러라고 하셨다. 열심히 김연아 경기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렸다. 택시가 길가에 세워져있어서 다른차들이 지나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TV를 가리키며 이거 보고 있다고 못 비킨다는 제스쳐를 취했고 빵빵거리던 차들은 택시를 비켜 지나갔다. 나는 끝까지 다 못 볼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할아버지는 내리라고 재촉하지 않으셨다. 김연아가 경기를 훌륭히 마친 걸 보고 "잘 보았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내렸다. 할아버지 덕에 또 훈훈해진 마음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카메라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흥미롭다. 심리학자이면 분석할 수 있을텐데, 나는 참 사람 다양하구나 이정도 생각밖에 못한다. 그래도 흥미롭다.
생각해보니 나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 때문인 것 같다.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낯선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친구들은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서 좋겠다며, 인맥이 넓어지겠다고 부러워한다. 하지만 절대 아닌 것 같다. 대부분 일로 만나기 때문에 일이 끝나면 정중히 인사하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은데다가 카메라를 들고 있기 때문에 상대가 긴장하는 경우가 많다. 카메라만 보고 촬영하는 사람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 옆에 있으면 나는 늘 투명인간인 것 같다. 그런데 어떻게 친해지겠나. 내가 상대를 편하게 만들지 못한 탓도 있고, 카메라가 두려운 사람에게는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기분이 좋지 않다. 이젠 그것도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카메라가 익숙하더라도 바쁜 사람들은 역시 카메라만 본다. 빨리 촬영을 마치고 다른 일을 해야 하니까.
그래서 촬영하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고, 촬영자를 배려해주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고맙다. 그런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고맙다는 것보다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누군가 촬영하러 오거나 인터뷰 하러 오면 까칠하게 굴거나 어떻게 대답할까 생각하다가 촬영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늘 촬영은 바쁜 한 분과 별 말은 없었지만 카메라보다 자기가 할 말보다 내가 장비 셋팅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묵묵히 봐준 한 분, 또 정중하게 카메라와 나를 맞이해준 한 분, 자기 시간 내어주는 것에 고마운 줄 알라는 태도가 은근히 묻어나왔던 한 분을 만났다. 당연히 두 번째 분 덕분에 마음이 훈훈해져서 다른 촬영도 무사히 마쳤다. 하찮게 보이는 것의 장점은 덕분에 만나는 사람의 인격(이라고까지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지만)을 엿볼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촬영을 위해 택시를 타고 경향신문사로 이동했다. 할아버지 운전사께서 어제 한 피겨 쇼트 경기를 보고 계셔서 나도 열심히 봤다. 경향신문사에 다 와 가는데 아사다마오가 경기를 하고 있었다. 김연아 경기를 못 봐서 보고 싶었는데, 김연아가 나오는 장면에서 택시가 경향신문사 앞에 도착해버렸다. 할아버지도 김연아를 열심히 보시면서 택시 요금을 계산하셨다. 촬영 약속 시간 10분 전이길래 할아버지한테 "이거 마저 보고 가면 안 되요?"라고 물었다. 할아버지는 웃으며 그러라고 하셨다. 열심히 김연아 경기를 보며 감탄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렸다. 택시가 길가에 세워져있어서 다른차들이 지나가기 어려웠던 것이다. 할아버지는 TV를 가리키며 이거 보고 있다고 못 비킨다는 제스쳐를 취했고 빵빵거리던 차들은 택시를 비켜 지나갔다. 나는 끝까지 다 못 볼까봐 조마조마 했지만 할아버지는 내리라고 재촉하지 않으셨다. 김연아가 경기를 훌륭히 마친 걸 보고 "잘 보았습니다." 하고 인사를 하고 내렸다. 할아버지 덕에 또 훈훈해진 마음으로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카메라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흥미롭다. 심리학자이면 분석할 수 있을텐데, 나는 참 사람 다양하구나 이정도 생각밖에 못한다. 그래도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