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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된 송아지

2010. 2. 17. 00:17 from 그래서 오늘
못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 난다는 말은 어디서 생겨난 말일까. 내 엉덩이에 뭐가 났다. 뿔은 아닌데 잘 못 앉으면 아프다. 명절에 집에 가서 못된 말만 한 탓인가 보다.

동생 침대에 누웠다가 스르르 잠이 들려는데 엄마와 동생의 대화소리, 언니가 쇼핑몰 검색하며 마우스 움직이는 소리, 아빠가 보는 TV 소리, 창문 너머 골목에서 들려오는 아이들 뛰노는 소리 그런 소리들이 들렸다. 대학교 1-2학년쯤 살았던 집의 소리 같았다. 봄이 올 것만 같은 따뜻함.

피붙이라고 하는 가족들을 만날 때마다 좋은 건 나를 자기의 일부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별로인 건 그래서 더 큰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다는 것, 그나마 다행인 건 쉽게 외면하지는 않는 다는 것.

대구 지하철의 좁은 통로가 답답하고, 낮은 건물들이 낯설고, 억센 사투리가 정겨우면서도 이질감이 느껴진다. 서울에 산 지 꽤 오래되었다는 게 실감난다. 거리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서울이 익숙하고, 사람 소리 나지 않는 내 방이 편하다.

아빠 말처럼 나이가 들면 후회하게 될까. 예전처럼 불안하지는 않다. 흔들림도 적다. 그저 담담하게 내일 해야 할 일들을 꼽아보게 된다. 이런 기분이 들 때마다 윤동주 시의 유명한 그 구절이 생각난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