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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수도 있겠지

2011. 1. 28. 18:24 from 그래서 오늘


만나보지도 못한 사람이 디테일을 갖춰 나타난다. 개인적으로 안부를 물어본 적이 없는 사촌이 끔찍하게 죽는다. 미워하던 사람이 나 때문에 죽는다. 요즘 내가 꾸는 꿈들. 그들의 서늘한 눈빛, 공허한 표정에 놀라 깨어난다. 작업이 고비를 넘기고 정리가 되면서 낮의 나는 한결 편안해졌는데, 밤의 나는 여전히 힘든가 보다. 그게 뭘까. 서늘해지는 가슴을 끌어안고, 나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 것인지 생각한다. 어느 부분에서 스스로를 속이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란 발음이 참 좋다. 왠지 맥이 빠지는 윤상의 노래를 좋아한 적이 없었는데, 요즘 귀를 기울여 듣는다. 직접적으로 말하고 생각하는 것이 좋은 게 아닐까, 생각했던 내가 들여다보지 않았던 세계. 그가 '스스로 만든 약속을...'이라고 노래를 하면, 나는 한 발도 물러나지 않았던 시간들을 돌이킨다. 이런 가사를 쓰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린걸까 궁금하다. 다른 이들은 모두 이렇게 깊은 울림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대하는 걸까. 나만 내키는 대로였나 싶어 걱정이 된다. 맛을 음미하는 법, 생각을 곱씹는 법, 휩싸이지 않는 법, 조급해하지 않는 법, 그럴 수도 있겠지 하고 서늘한 가슴 쓸어내리는 법을 찬찬히 배워가길...좋아하는 것, 가지고 있는 것,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아낄 수 있길. 정성을 다해.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