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이사간 집에서는 처음으로 바닥에서 잤다. 따뜻한 바닥이 나를 감싸주었다. 지금 룸메와 같이 일하는 선생님과 그녀의 딸이 잠시 함께 지내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니 도시락을 싸고, 시금치를 버무리고, 김치찌개를 끓이느라 주방이 분주했다. 똑똑 노크하고 바나나 쉐이크를 건네주는 룸메 언니 덕분에 아침부터 마음도 따뜻해졌다.


작업실에 도착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블로그를 돌아보았다. 이제 편집에 다시 몰입해야 할 시기이다. 다른 작업자들처럼 영화나 예술에 대한 깊이는 없다. 마음 뿐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간절한 마음이다. 그 마음 하나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 지 모르겠다. 마음을 뒷바침할 것들을 쌓아가야만 한 발 내딛을 수 있는 때가 된 것 같다. 편집 작업 동안 하나씩 쌓아볼까 생각 중이다. 방법은 무엇이 될 지 모르겠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에서 일하기 전의 일이라는 챕터를 읽다가 포스트잇에 적어둔 구절이 있다. '손을 쓰기에 앞서 진심을 닦는 일' 편집을 하기에 앞서 진심을 닦고 있다. 가만히 작업을 시작하던 때와 촬영을 하면서 벅찼던 순간들을 되돌아 본다. 이제야 너무 큰 이야기에 욕심을 내고 있었단 것을 조금씩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작업하는 영화는 때로는 나의 전부가 되지만, 명백하게 말하자면 그것은 나의 일부이다. 지금, 그 때의 순간을 담아두는 것이다. 외로움을 나누기 위해.


오랜만에 '길들이지 않은 새'를 듣는다.


어제 [어바웃 타임]을 보았다. 훗날 누군가 나에게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딱 한 번 준다면, 나는 2013년을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더 없이 행복했다. 물론 괴로움도 있었지만, 누군가 정말 괴로웠냐고 반문한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기 어려운 정도의 괴로움이었다. 다가오는 시간들도 '길들이지 않은 새처럼,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꿈을 깨듯 머물 순 없다는 걸'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