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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6.30 필요한 것들
  2. 2012.06.11 자전거타고 오후출근 2
  3. 2012.06.09 제주 다짐

필요한 것들

2012. 6. 30. 16:50 from 그래서 오늘

음악이 얼마나 들리는 지에 따라서 컨디션을 판단할 수 있다. 앨범 전체가 술술 들리면 상태 오케이, 한 음악만 주구장창 들으면 스트레스 중, 음악을 들으려고 이어폰을 꽂았으나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잡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하면 스트레스 상, 음악이고 뭐고 플레이 버튼 누를 생각조차 못하면 몸까지 경직된 상태. 오늘은 빗소리에 기분 좋게 눈을 떠서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스피커 라인을 잡아서 '어떤날2'를 들었다. 미세한 기타 사운드와 드럼의 박자까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절반 정도 듣고 있는데 룸메 친구가 일어나서 거실에서 테레비를 켜는 소리가 났다. 테레비 소리와 섞여서 정지버튼을 누르고 일어나 씻고 밥을 차렸다. 어제 썰어놓은 채소들을 후라이팬에 넣어서 볶았다. 가지, 양파, 청경채, 파프리카에 소금만 조금 넣고 볶았는데도 이렇게 맛있을 수가! 집에서 밥을 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야채들을 먹을 수 있어서 좋다. 채소들을 물에 살짝 데쳐먹거나 생으로 먹는 편인데, 이렇게 심심(싱싱)한 맛을 좋아하는 것인지, 귀찮아서 이걸 좋아하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친구도 맛있다고 했다. 밥의 양이 조금 부족하여서 밥 먹으면서 동시에 감자를 세 개 삶았다. 삶은 감자 먹으면서 '로맨스가 필요해'4회를 보고 집을 나왔다.


작업실 창문이 크고 밖에 초록빛 은행나무로 가득 차 있어서 비가 오면 장관일 거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올 여름 가뭄이라 작업실 이사한 후 비가 오는 풍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오늘은 볼 수 있겠다 싶어 어제부터 기대했는데, 오후에 출근하니 비가 그쳐있다. 시원한 바람만 들어온다. 비가 오면 옆의 카페에서 따뜻한 라떼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그냥 포기.


잠깐 일을 하고 청소도 하고 일기 쓰는 중이다. 한 가지 일만 더 하고 홍대쪽으로 가야겠다. 서점에 잠깐 들러서 트위터에서 보고 찜해둔 책도 사야지. 교육 관련 책이라 공부방 교육비 카드로 살 수 있다. 이렇게 여유있는 주말이 너무 오랜만이라 낯설지만 반갑다. 더 필요하다. 여유도 로맨스도.




Posted by cox4 :

혜화동 작업실 이름은 오후출근이다. 모리의 전 작업실 이름을 그래도 가져왔다. 어쩐지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라서 좋다. 출퇴근 시간이 딱히 정해져있진 않지만, 오전에 나오는 일은 드물다. 자연스럽게 오후출근을 하게 된다.


오늘도 일찍(이라고 해봤자 9시 목표) 일어나려고 했지만, 알람에 깨고 어떤 사람이 내 통장으로 68만원을 잘 못 입금하여서 그걸 언제 말해줄까 놀려주는 꿈을 꾸는 중이어서 계속 잤다. 배경이 왜 산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산을 내려오고 나서 놀려주지도 못한 채 깨버렸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호박과 버섯을 얇게 썰어서 볶고, 이미 씻었다고 하는 콩나물을 살짝 삶았다. 간장과 참기름을 넣고 콩나물 비빔밥으로 시작하는 아침이었다. 휴일인 룸메 언니가 일어나서 계란 반숙을 추가하여서 먹고 일어났다. TV 아침 여성토론 프로그램에서 사전사후피임약에 대한 토론이 한창이었다. 지금 참여하고 있는 작품에 출연하시는 분도 나와서 관심있게 좀 보다가 점심시간이 되어서 인도가 붐비기 전에, 햇볕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가야 하기 때문에 일어났다.


" 자전거 타고 동네 한 바퀴 " 이 노래는 자주 흥얼거리게 된다. 덕분에 자전거를 다시 마련했는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타고 오다가 경복궁역 근처의 할아버지가 하시는 작은 자전거 가게에서 바람도 넣었다. 바람이 잘 들어가는지 눈으로 봐서는 알 수 없었다. 만져보니까 탱탱하기는 했지만, 바람이 더 들어갔다고 해서 슝슝 나가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점심 시간이 다 되어가서 양복 입은 사람들과 몇 번 부딪힐 뻔 하면서 작업실에 도착했다. 평소 길을 걸을 때 넋놓고 걷는 편이라 사람이나 차랑 자주 부딪히는 편인데 자전거 타고 가다가 그렇게 앞을 보지 않고 옆이나 땅만 보고 걷는 사람을 만나면 급 열 받는다. 그렇다고 띠링띠링을 자주 하기도 좀 그렇고 어어 하다가 멈춰서기 일쑤이다. 자전거 도로가 시급하다. 자전거 타면서 휠체어 타는 분들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자전거 도로를 만나면 내 존재가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 그래, 이런 게 필요해 하면서.


작업실 도착해서 창문을 다 열고 아이스 커피 한 잔을 만들고 자리에 앉자 마자 텐아시아의 '어제 뭐봤어'를 보고 출근일기를 쓰는 참이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이 시원하다. 오늘도 할 일이 태산이지만 어차피 하나씩 해야 하는 일,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시작해야겠다. 굿 럭 투 미(앤 유)!


Posted by cox4 :

제주 다짐

2012. 6. 9. 17:56 from 보고 듣다



며칠 동안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다. 그 중 하루는 하루 종일 카페와 숙소, 바닷가에서 멍 때리거나 만화책을 보았다. 그렇게 며칠 보내고 나니 정말 오랜만에 심심하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몸 안에 있던 독소가 빠져나간 느낌. 제주도에 가는 비행기와 버스에서 친구와는 밀린 수다를 다 떨고 나니 더 할 이야기도 없었다. 그저 걷다가 앉고 자다가 일어나 먹는 그런 단순함이 나에게 얼마나 필요했는지 알 수 있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묵혀두었던 옷가지와 책들을 정리하였다. 여행 마지막 날 게스트 하우스로 가는 길에 있던 산 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산이 멋있다. 친구가 찍어준 사진도 마음에 든다. 여행이 돌려준 감각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징징 거리지 않고 한 걸음씩 걷고 싶다. 그럴 것이다.(다짐)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