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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흔들

2011. 4. 13. 02:49 from 그래서 오늘
씩씩하게 살고 싶다.

여성영화제에서 두 번째 상영을 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친구 몇 명, 지인들 몇 명, 아주 친하진 않지만 일 때문에 종종 보는 사람들 몇 명도 왔다. 다큐멘터리는 모르는 관객보다 아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힘들다.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GV를 시작했는데, 첫 질문이 당황스러워서 내 머릿속도 흔들려버렸다.

그 흔들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며칠 동안 내일 있을 공부방 교육때문에 고민했다. 중학생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상영반응이 별로이거나 교육진행이 잘 안 될 때, 가끔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를 관객으로 하고 다수와 교육에서 만나는 일들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허나 이것은 이 순간이 어려워 도망가고 싶은 엄살이다. 일단 씩씩하게 자야겠다.
Posted by cox4 :



작업실 오는 길 한정식 집 앞에서 노는 아이들이 예쁘고 부러웠다. 끼워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식당에서 나온 부모들이 당황할까봐 사진만 찍었다.


어제 새벽, 잠이 오지 않아 두어시간 뒤척이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달리기'를 결심했다.
Posted by cox4 :

퍽퍽퍽

2011. 4. 2. 22:12 from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작업실에 나왔다. 조용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스피커도 좋아서 좋다. 작업실 지하에 사우나가 있어서 더욱 좋다. 작업실에 둔 목욕용품을 들고, 지하1층에 가서 씻고, 다시 7층으로 올라오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 집에서 일어나서 씻기 싫으면 세수도 안하고 그냥 와서 지하로 갈 때도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반지하인데, 넓고 깨끗하고 다 좋은데, 아침이 되어도 빛이 없어서 깰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과 핸드폰이 잘 안 터져서 속 터진다는 단점이 있다.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축 처진다. 룸메 언니도 내 방엔 이상한 기운이 있어서 우울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TV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뒹굴고 싶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TV가 절실해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돌아다녀봐도 뭐 새로운 이야기는 없고, 그마저도 잘 안터진다. 책은 읽으면 생각이 더 많아지고, 고스톱은 흥미가 떨어졌다. TV가 아니라면 만화책이 필요한데, 지금 동네는 만화대여점이 없다. 마실 다니면서 돌아다녀 봤지만 만화책이 없다.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초기 단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자꾸 내 마음이 멈칫한다. 필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절실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분노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냥 그 복잡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답도 없는 논의가 얼마나 반복될까...(할수있다를 열 번 외치고...)마른 나무가지에 돋아난 새싹을 보고 싶다. 왠지 힘이 될 것 같다.

퍽퍽퍽. 잡생각이 싫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