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퍽퍽

2011. 4. 2. 22:12 from 그래서 오늘
오랜만에 작업실에 나왔다. 조용하고 인터넷도 빠르고 스피커도 좋아서 좋다. 작업실 지하에 사우나가 있어서 더욱 좋다. 작업실에 둔 목욕용품을 들고, 지하1층에 가서 씻고, 다시 7층으로 올라오면 되는 편리한 시스템. 집에서 일어나서 씻기 싫으면 세수도 안하고 그냥 와서 지하로 갈 때도 있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반지하인데, 넓고 깨끗하고 다 좋은데, 아침이 되어도 빛이 없어서 깰 타이밍을 놓친다는 것과 핸드폰이 잘 안 터져서 속 터진다는 단점이 있다. 집에 있으면 몸도 마음도 축 처진다. 룸메 언니도 내 방엔 이상한 기운이 있어서 우울해진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래서 TV가 필요하다. 아무 생각 없이 뒹굴고 싶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TV가 절실해진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돌아다녀봐도 뭐 새로운 이야기는 없고, 그마저도 잘 안터진다. 책은 읽으면 생각이 더 많아지고, 고스톱은 흥미가 떨어졌다. TV가 아니라면 만화책이 필요한데, 지금 동네는 만화대여점이 없다. 마실 다니면서 돌아다녀 봤지만 만화책이 없다.

(신진) 다큐멘터리 제작자 네트워크를 만들기로 결심하고 초기 단계 진행 중에 있다. 하지만 자꾸 내 마음이 멈칫한다. 필요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절실하지 않아서도 아니고 분노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그냥 그 복잡함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 두렵다. 답도 없는 논의가 얼마나 반복될까...(할수있다를 열 번 외치고...)마른 나무가지에 돋아난 새싹을 보고 싶다. 왠지 힘이 될 것 같다.

퍽퍽퍽. 잡생각이 싫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