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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04 손가락에 힘을 빡주고, 땅따먹기 1
  2. 2010.04.01 작은 습관, 행동, 말 2
  3. 2010.03.30 마음의 일 2
대구다. 촬영을 할 겸 이사를 도울겸 내려왔다. 엄마랑 남동생은 일을 하느라 없고 언니도 임신중이라 아빠랑 내가 짐을 정리했다. 하루종일 걸레질을 해서 온몸이 쑤신다. 하루종일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10시가 넘어서 노트북을 들고 카페에 왔다. 머리가 아프다.

주변의 사람들에게 많이 이야기했지만 이 블로그에도 이야기해주려고 한다. 다음 작업으로 [그 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이라는 중편 다큐멘터리를 하고 있다. 기획을 처음 한 건 미디액트에서 다큐멘터리제작과정을 들을 때였으니까 벌써 5년 전인 것 같고, 작년에 서울영상위에서 제작지원금을 받았었다. 소액이긴 하지만 유용하긴 하다. 그래놓고 이런 저런 일들을 하다보니 작업을 진행하지 못했었다. 지금 시기를 놓치면 이야기에 힘이 빠질 것 같아서, 대구에 내려왔다. 그나마 가장 한가한 시기. 작업을 핑계로 교육도 못하고, 다른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으니 더욱 열심히 해야한다.

중학교 3학년 때 DJ가 대통령 당선되던 날 받았던 충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역감정에서부터 시작해서 계급, 투표로까지 이어질 것 같은데, 중심축은 나와 아빠의 관계 혹은 대화가 될 것 같다. 6월 2일 지방선거까지가 촬영할 생각이다. 이야기가 복잡해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중이다. 기획서를 수정해서 다른 곳에도 제작지원을 신청할 생각이고, 몇몇 분들에게 심도있는 코멘트를 부탁할 생각이기도 하다. 여러가지 할 일이 많다.

자료를 쌓아놓거나, 간간이 생각나는 것을 기획해놓았던 블로그도 오픈한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지만, 실은 블로그를 오픈함으로써 작업에 대한 책임을 좀 더 느끼길 바라는 것이 크다. 개청춘 블로그 하면서 그런 책임을 느꼈던 것 같다. 성실하게 생각을 이어갈 것에 대한. 반이다의 다른 친구들도 작업 중인데, 모두 어떻게 완성이 될까 기대가 된다. 모두 자신이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블로그에 올릴 기획의도나 구성도 정리해야겠다. 블로그에 놀러오신면 댓글로 의견도 마구 주시길.

그자식이 대통령 되던 날 제작 블로그 : http://thereissomethingstrange.tistory.com/

기차를 타고 내려오면서 지금 하는 작업이 '땅따먹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학교 운동장에서 땅따먹기 하는 걸 좋아했다. 팔을 쭉 뻗어서 그린 동그라미에서부터 시작해서 작은 돌을 손가락으로 친다. 한 번, 두 번, 세 번. 세 번을 쳐서 다시 동그라미로 무사히 돌아오면 그 면적이 내 땅이 되는 것이다. 다른 지역의 땅따먹기도 이랬는지 모르겠다. 돌멩이를 손가락으로 칠 때, 온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 한 번, 두 번 칠 때도 신중하고 집중해야 하지만 그것이 마음먹은 곳으로 갔다고 해서 좋아서 흥분하면 안 된다. 땅따먹기의 결과는 세 번째 치기에서 돌이 자기 땅으로 다시 돌아오느냐 아니냐에 달렸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전을 기하기 위해 앞의 두 번의 치기에서 소심하게 치면 결코 넓은 땅을 차지할 수 없다. 손바닥만한 땅을 아무리 여러번 얻어도 대범하게 쳐서 한 번에 얻은 땅만큼 큰 땅을 가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시간제한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해가 져서 어둑어둑해져서 땅에 그린 선이 보이지 않으면 놀이는 끝나기 때문이다. 놀이에서 넓은 땅을 얻는다고 해서 뭔가 이득이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넓은 땅을 가지면 기분이 좋다.

두 번째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약간 긴장되는 것이 있는 것 같다. 어떤 작업이나 마찬가지이겠지만 이번 작업이 앞으로 나의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개청춘은 첫 작업이라 신중했던 것도 있고 공동연출이라서 안심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은 뭔가 피할 도리가 없어진 느낌이다. 부담이 되긴하지만 아직은 즐거움이 큰 것 같다.

이제 겨우 두번째 작업이고 앞으로 작업할 시간이 많이 남았단 걸 생각하면, 이번에는 돌멩이를 좀 세게 쳐보고 싶다. 손가락에 힘을 빡주고 치고 싶다. 그래서 돌멩이가 너무 멀리 날아가서 내 땅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넓은 운동장을 크게 한 번 돌아보고 싶다. 구경하고 싶다. 어떤 땅들이 이 세계에 존재하고 있는지. (손가락에 힘주어서 튕겨보는 연습을 하고 있다. 느낌이 좋다. 주문처럼...) 아직 해가 중천에 떠있다. 학교 수업을 마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해가 저물어서 저녁을 먹으러 집에 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명심해야 할 것은 손가락에 빡 힘을 줄 때에도 세번째 치기에선 돌아올 수 있으리란 믿음을 잃지 않는 것, 최선을 다해 힘조절을 하는 것, 한 번 칠 때마다 모든 것이 걸린 것처럼 신중을 기하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이인 것을 잊지 않는 것! 땅따먹기는 땅을 소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 시간을 즐기는 것이 목적이다. 나에게 다큐멘터리 작업도 그러하길, 특히 이번 작업은 더욱 그러하길. 아직 해가 중천이다.
Posted by cox4 :
이를 구석구석 잘 닦지는 못하는데, 타고난 이가 튼튼했는지 치과 갈 일이 없었다. 하지만 작년에 사과를 먹다가 이가 부러졌다. 오른쪽 어금니가 썩어있었는데 방치해두어서 안에 구멍이 생겼고, 사과를 씻어서 아주 크게 한입 와사삭 베어물다가 드득하고 이가 부러진 것이다. 부러진 어금니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기도 하고 점점 더 썩어가는 것이 보였지만, 치과가 무섭기도 하고, 부지런히 어디를 다닐만한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것 같다. 이상하게 그냥 가면 되는데, 그런 곳에 갈 때는 마음의 준비를 심하게 하는 것 같다. 막상 가보면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룸메가 추천해준 집 근처의 치과를 다니고 있는데, 간호사분들과 의사선생님 모두 친절해서 좋다. 왜 이제 왔냐고 혼날 줄 알았는데, 환자를 혼내는 그런 병원이 아니었다. 그제도 신경치료를 받느라 누워있었다.

친절하지만 불필요한 말은 건네지 않는 의사님과 간호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입을 벌린 채 한참을 있었다. 기계가 보이는 것이 무서워 절대 눈을 뜨지 않는 편인데 의사선생님이 뭐라고 말씀을 하셔서 눈을 떴다.

"허리 아프지 않으세요?"

누워있는데 무슨 허리가 아프냐는 표정으로 의사님을 보니 나를 보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간호사님께 하는 소리였다. 옆에서 보조를 해주던 간호사님이 허리를 숙이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괜찮아요."
"허리 아프면 이쪽으로 와서 하세요."

간호사님은 위치를 바꾸지 않았고 나는 다시 눈을 감고 입을 벌렸다.

그 치과는 분위기가 참 좋았는데, 며칠 관찰한 결과 내가 짐작하는 이유가 몇 개 있다. 병원이 시끄럽지 않고 조용한 편이라 일하시는 분들이 스트레스를 덜 받으시는 것 같다. 또 점심시간이 한 시간 반인데 그 시간을 정확히 지키려는 편인 것 같았다. 의사님은 한 분이시지만 간호사님들은 네다섯분 있었다. 의사님이 가장 바쁘게 움직였다.  간호사님들이 의사님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러 많이 왔는데, 그 때마다 조용한 목소리로 어떻게 할지를 가르쳐주었다. 내가 가장 큰 이유라 생각하는 점은 의사님이 간호사님들에게 꼭 존댓말을 쓴다는 것이다. 간단한 기구를 부탁할 때도...기구 이름이 하나도 생각이 안난다. 그래서 연필을 예로 들면, 보통 드라마나 많은 병원에서 본 것처럼 "연필~"이러면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라 "연필 좀 갖다 주세요" 하면서 부탁하는 것이다.

그런 것이 별거 아닐 수도 있겠지만, 일을 급히 해야 하거나 집중해서 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말이 짧아지는 걸 많이 경험해봤기에 나에게는 참 인상적으로 보였다. 일을 급히 하다보면 나보다 손윗사람들에게도 반말을 한다거나, 같이 일하는 친구들에게 무뚝뚝하게 일의 진행에 관한 말만 짧게 내뱉는 나의 태도가 생각났다. 어제는 불친절하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서 더 신경이 쓰인다. 나도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는데, 잘 고치지 못하는 것 같다.

무의식중에 하는 말과 행동, 습관들을 보면 그 사람의 보이지 않는많은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고 해서 사람이 가진 생각과 태도가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만, 의식적으로라도 노력하다보면 무의식도 조금 변하지 않을까 싶다.

아....근데 이 닦고 방금 전에 사과 하나를 먹었는데 다시 이 닦기가 귀찮다. 그냥 자고 싶다. 으....어쩌지. 사과는 몸에 좋은 거니까 이에도 좋지 않을까? 치과도 다니고 있으니까 말이야....흐


Posted by cox4 :

마음의 일

2010. 3. 30. 00:25 from 그래서 오늘
피곤하고 집중이 잘 안되어서 영화를 보러도 안 가고 가려고 했던 포럼도 안 가고 그냥 집에 왔다. 9시. 늘 집에 들어오는 시간이 늦어서 이 정도면 빠른편이다. 인디다큐 기간이라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말도 많이 했다. 그랬더니 방이 너무 그리웠다. 방에 박혀서 충전이 하고 싶었다.

우울한 소식들이 많이 들린다. 나짱의 수술소식도 그렇고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도 그렇고 여기저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그렇다. 어젯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충만해지는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 햇볕조각이 손에 닿는 순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던 것 같다. 하지만 순간 말고 기간 정도면 좋겠다. 충만한 기간. 그래서 모두 기운을 얻고 회복해서 움직움직, 덩실덩실할 수 있다면 좋겠다.

아랫 앞니가 썩어서 쓱 밀었더니 덜렁덜렁해졌다. 시커멓게 썩은 이가 뒤로 넘어가 이빨빠진 영구처럼 되었다. 꿈에서였지만 깜짝 놀라서 얼른 고정시켰다. 다행히 일어나니 이는 멀쩡하였다.

어제 공룡에게 우표가 있는 엽서를 선물 받았다. 편지는 가끔 쓰지만 우표를 붙여서 어디에 보내는 편지를 써본 적은 정말 오래된 것 같다. 엽서는 더 오래되었다. 한 장의 엽서를 누구에게 보낼까. 소중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려보는 것으로 마음이 채워진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