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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2010.03.23 노 호프 1
  3. 2010.03.22 초록빛 4

과자

2010. 3. 28. 00:57 from 그래서 오늘
늘 내리던 버스 정류장보다 한 정거장 먼저 내려서 마트에 들렀다. 배가 살짝 고팠는데 집에 가면 먹을 게 없을 것 같아서 마트를 둘러보았다. 두 개에 3700원하는 파프리카를 사고 싶었지만 좀 비싸서 안 사고, 좋아하는 사과를 사려다가 너무 많아서 안 사고 버섯을 사서 반찬을 해먹을까, 참치를 사서 찌개를 끓여먹을까, 햄을 사서 구워먹을까, 당근을 사먹을까 하다가 결국 고구마와 오징어집을 샀다. 귀찮아서. 오랜만에 고구마와 과자를 샀다. 고구마는 아직 책상위를 뒹굴고 있고, 오징어집은 집으로 걸어오면서 반쯤 먹었다.

근래에는 과자를 내 돈주고 사먹은 적이 없었는데, 다시 과자가 땡기는 걸 보니 요즘 스트레스를 받나보다. 내 스트레스의 징후는 과자를 사는 것과 방청소를 안하는 것이다. 집까지 가는 시간도 못 참아 계산을 하자 마자 과자봉지를 뜯어서 먹으면서 걸어간다면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것이다. 그 모습은 게걸스럽다.

집 문제나 하고 있는 작업, 인디다큐에서 받은 여러 자극들, 사람들과의 관계, 날씨 같은 것에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나보다. 영화를 보고 나서 햄톨과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덕분에 과자 한 봉지로 끝난 것 같다. 날이 따뜻해지면 마음은 싱숭생숭해지겠지만, 새로운 기운이 생겨날 것 같은데, 언제 올까? 봄.

인디다큐 개막 영상에서 본 여자아이의 주문을 외쳐본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속으로)

Posted by cox4 :

노 호프

2010. 3. 23. 13:52 from 또는 외면일기
새벽 라디오. 디제이유의 라디오천국. 월요일 코너는 유상봉과 장기하가 나와서 곡을 소개하고 네티즌들이 어느 곡이 더 좋은지 투표를 하는 것이다. 코너제목은 모르겠다. (검색해보니 '선곡다큐-삶과 죽음'이다) 지난 주에 이긴 장기하가 곡을 소개한다.

장기하/ "이번 곡은 노 호프 (No hope) 입니다."
디제이유/ "아, 더이상 맥주는 없다는 거죠?"
장기하, 유상봉 / "......"
디제이유/ "아하하. 저라고 항상 웃긴 건 아니죠."

정말 싸했던 두 사람의 반응과 달리, 나는 빵 터졌다는 거. 그래서 읽던 책에 기록 해놓았다는 거. 말장난 개그로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며, 친구들의 말장난을 수첩에 적었었는데, 그 수첩이 뭐였는지 모르겠다.

난 유상봉이 참 좋다.
Posted by cox4 :

초록빛

2010. 3. 22. 23:46 from 그래서 오늘
사소한 것이라도 기록을 해두기로 마음 먹고 난 뒤로 포스팅이 잦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우산을 주웠다. 버스에서 사람들이 많이 내려 자리가 생겨서 앉았다. 그런데 발 밑에 우산이 있었다. 옆자리 남자도 내려버리고 버려진 우산이 분명해지자 우산을 집어들었다. 다른 색이었으면 귀찮아서라도 줍지 않았을텐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초록색이라 주웠다. 예쁘다. 나도 전철과 버스에 숱하게 우산을 두고 내렸으니 이것 하나 정도는 가져도 되겠지 하면서 들고 내렸다.

저녁은 같은 사무실을 쓰는 언니가 사주셨다. 초록색 풀들을 마음껏 먹었더니 기분이 상쾌하다. 다만 생파프리카가 없어서 아쉬웠다.

집에 왔는데 룸메가 언제까지 이 집에 살거냐고 했다. 이집으로 말하자면, 내가 서울에 와서 살고 있는 집 중 가장 싼 집이다. 이전에 살던 집이 300에 20이었는데, 이 집에는 뒤늦게 합류하는 바람에 보증금도 안냈다. 월20만원으로 세금까지 해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저런 사정으로 올해 말 방을 빼야 할 수도 있다. 아직은 가능성이지만, 뭔가 변화는 생길 것 같다. 돈뿐만 아니라 이동의 자유문제도 섞여 있어서 약간 복잡한 것 같다.  또 이사를 가야하나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못 이기는 척 새로운 곳으로 가는 게 싫지만은 않은 눈치다. 내가. 아직 덜 지겨운가보다. 이사가. 가장 좋은 건 이사를 안 가는 것이지만 이사를 가게 된다면 더 짐을 줄이고 가볍게 있고 싶다. 안그래도 요즘 방의 물건을 하나둘 정리하고 있었다. 책을 돌려주고 버릴 것은 버리고. 침대 밑에 있는 것들까지 다 꺼내서 버려야겠다. 가벼운 짐으로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게. 안 입는 옷도 버리고... 이참에 멀리 훅 떠나볼까 싶기도 하면서 설레는 건 왜일까. 아직 서울살이가 여행같나보다.

연두색 만년필이 눈에 띈다. 만년필로 일기쓰고 자야겠다. 초록빛 느낌으로...!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