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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4.17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2. 2010.04.16 푸른, 초록 2
  3. 2010.04.15 [상영소식] 아이공에서 개청춘 상영해요.
오늘은 허겁지겁 책을 보았다. 원래 책을 읽으면 앞에서부터 죽 읽고, 뒤를 넘겨보는 일이 없는데 뭐가 급했는지 책을 서너장씩 넘기면서 보았다. 그러다 주르륵 책 전체를 훑어보았다. 읽기는 읽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 상태를 정확히 표현해주는 문장이나, 위로해줄 문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허겁지겁 읽는데 그런 게 있을리 없지. 자기계발서도 아닌데.

집이 더러운데 청소에 힘을 쏟고 싶지 않다. 물건이 점점 늘어나서 이사올 때보다 방이 훨씬 복잡해졌다. 입지 않는 옷, 보지 않는 책, 이면지, 빈상자, 꽃은 죽었지만 모양이 마음에 들어 흙만 담아놓은 화분, 어디에 쓸지 몰라 침대밑에 넣어둔 생활용품들. 2년동안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것들은 버려도 될텐데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 챙겨둔다. 가장 버릴게 많은 것은 읽지 않는 책과 옷이다. 그중에서 청바지를 정리했다. 청바지의 질감이 좋아서 놓아둔 것, 너무 마음에 들었던 거라 닳았는데도 못 버리고 있던 것, 살이 빠져서 못 입는데 혹여나 다시 살이 찌면 입을 수 있을 것 같아 둔 것, 얽힌 추억이 소중해서 못 버린 청치마, 여름에 잘라서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몇 년째 묵혀둔 것. 그렇게 못 버리고 있는 청바지는 많지만 정작 입고 다니는 것은 단 두개 뿐이다. 과감하게 절반을 버리기로 했다. 못 입는 것은 버려야 한다. 집착과 미련 말고 쓸모. 그래도 추억이 생각나서 버리지 못한 몇 개가 남았다.

일기를 쓰려는데 만년필에 잉크가 나오지 않는다. 잘못세워뒀나 싶어서 한참 만졌다. 아직 몇 번 못 썼는데, 얘와의 인연이 다 되었나 생각할 때쯤 잉크가 왈칵 나왔다. 왼손에 검은 잉크가 군데군데 묻었다.

화장실 변기 물이 샌다. 이사왔을 때부터 한 두 방울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났었는데 대수롭지 않게 여겼었다. 근데 점점 떨어지는 물이 많아지는 듯, 물소리가 졸졸졸 나기 시작했다. 집주인 아줌마는 물세가 너무 많이 나온다며, 고지서가 나올 때마다 '물을 아껴씁시다'라는 메모를 남겼다. 전에 살던 사람에 비해 두세배가 나온다고 했다. 그래서 세수를 하다가 변기에 들어가는 물 수도꼭지를 잠궈보았다. 물이 점점 줄어들더니 10분이 안 되어서 변기물통에 있는 물이 다 없어졌다. 매일 이렇게 물이 빠져나갔다면 정말 큰 물낭비. 물을 잠궈놓고 내일 집주인에게 말하기로 했다. 진작 말할걸. 내일 아저씨도 그러실 것 같다. '진작 말하지.'
Posted by cox4 :

푸른, 초록

2010. 4. 16. 00:45 from 그래서 오늘
몸은 바쁘지만 정신은 한가한 날이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정신줄 놓고 있다는 말이다. 대구 다녀온 이후로 그런 것 같다. 생각이 많아서 몸이 안 움직이는 것보다 낫다만.

사무실을 나와 대학로에 갔다. 272번 버스를 탔다. 창경궁 안에 있는 나무의 초록빛이 예뻤다. 투명한 연두색잎, 작고 진한 녹색잎, 이제 막 싹이 돋아나는 새싹. 그 색이 어쩜 그리도 다른지. 미술시간에 나무를 그릴 때 난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눈으로 보는 나무와 산의 색은 미묘하게 다른 초록계열의 색들이 섞여있는데, 주어진 물감은 연두나 초록뿐. 다른 색을 섞어서 다양한 색을 만드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나의 그림실력을 탓하며 산 그리기를 어려워했었다.

새싹이 돋은 나무들을 지나자 가지치기를 해서 민둥해진 가로수들이 나타났다. 잎은 없고 끝이 전기톱으로 잘라져서 뭉퉁한 굵은 나뭇가지들만 대여섯개 있는 가로수들. 지금은 무뚝뚝해보이지만 거기에 잎이 돋아난다면, 시멘트 바닥에 돋아나는 잡초를 보는 느낌이 들것 같았다. 그 민둥한 나무들 위에 나뭇가지로 만들어진 새둥지가 있었다. 한 두개가 아니라 꽤 많은 가로수에 둥지가 있었다. 가지나 잎이 무성하지 않으니 둥지가 훤히 드러났다. 다들 열심히 집을 지은듯. 튼튼해보였다.

그렇게 나무와 둥지 구경하다가 대학로에 못 내리고 한 정거장 더 가서 한성대입구에 내렸다. 겨우 시간을 맞춰 극장에 도착했다. 본 영화는 [공기인형]. 알고 싶지 않은 감정 하나를 확인했다.

꽤 오랫동안 방청소를 안했더니 눈 앞에 벌레가 기어다닌다. 방이 참 더럽다. 빨래만 널고 자야겠다.
Posted by cox4 :
4월 17일 토요일 미디어극장 아이공에서 개청춘 상영합니다. 하루동안 4번 상영하는 좋은 기회예요. 달에서 온 다큐라는 프로그램인데, 배급사인 시네마달과 아이공이 함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제 블로그에 들어오시는 몇 안 되시는 분들은 이미 개청춘을 보신줄로 확신합니다만, 혹 보지 않으셨다면 이날 고고씽! 그리고 주변에도 좀 홍보해주세요. 홍보가 안 되어서 관객이 없을 것 같아요. 흑. 6시 상영 후에는 '단편선'님의 멋진 공연과 소박한 대화도 있으니 이 시간대에 오시면 이야기도 도란도란 나눌 수 있고요. 아래는 상영일정과 행사 안내입니다.




date / time
14:10 16:20 18:00 20:40

4.17(sat)

개청춘(83분)
개청춘(83분)

개청춘(83분)
 
소규모공연&관객과의대화

개청춘(83분)










달에서 온 다큐 2nd <개開 청춘> 특별 프로그램

 

소규모 공연 & 관객과의 대화

 

 

20대 최전방 다큐멘터리 <개開 청춘> 감독 '반이다'와

최근 신곡 '삼성을 생각한다'를 발표,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듯한 소심한 복수(?)를 이어가고 있는 단편선(반이다 참여 인터뷰집 <요새 젊은 것들>의 공저자)이 만나, 20대를 둘러싼 논쟁과 비판에 대해 20대 스스로가 던지는 발칙한 문제제기를 한다.

 

일시: 4월 17일(토요일) 3회차(6:00) 상영 후

장소: 미디어극장 아이공

참석 게스트: 반이다, 단편선(<요새젊은것들> 저자(전아름, 박연 공저)>

소규모 공연 & 관객과의 대화 : 단편선 2~3곡 공연 후 관객과의 대화 진행(예상소요시간 60여분) 

 

* 3회차 상영 시간은 종전 공지(6:30) 시각에서 30분 당겨진 6:00로 조정됐으니 관람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개開 청춘>│반이다│2009│82min

 

  스물일곱의 봄, 나는 친구들과 함께 20대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7년차 대기업 직장인 민희와 술집 직원 인식, 촛불집회에서 만난 방송국 막내작가 승희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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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편선'은 누구?

 

경 희대학교 언론정보학부에 다니고는 있다. 졸업을 해야 하는데 학점이 모자라서 아직 못했다. 대중음악전문웹진 <보다>라는곳에서 비평을 가장한 사담을 기고하고 있다. 음악창작자다. 중산층이 무너진 관계로 곧 생계형 빈민포크날품팔이가 될 듯하다. 평생음악노동자로서 살아가기를 희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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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