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온 뒤 축축한 대기. 정신없었던 아이들과의 3박4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내게도 축축한 일들이 가득 기다리고 있었다. 여행에서 교사들에게 또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아니 배울 거리를 볼 수 있었다. 배우기에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어떤 태도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일도 자신을 끊임없이 돌봐야 하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에 비한다면 그 무게감은 훨씬 덜하다. 교사들은 갑자기 닥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열린 질문을 던지려고 노력하면서 새벽까지 토론을 이어갔고, 외부 교사인 나는 살짝 빠져서 토론의 흐름을 지켜보다가 결국 잠들어버렸다. 다음날 교사뿐 아니라 아이들까지 모두 밥 먹으러 간 다음 마지막으로 일어났을 때, 아차 싶었다. 늦게 일어난 것 때문이 아니라, 내가 타인을 만나는 방식에 대한 아차싶음.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없이 대화하는 것,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못하는 것, 그것은 교사로서든 친구로서든 다큐멘터리스트로든 큰 결점이다.
어제 하루 종일 파일출력과 씨름하다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집에 갔다. 마감이 빠듯한 일이라 마음이 급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해서 작업실에 나와 블질을 한다. 아침에 마테차를 내려서 컵에 담아서 왔다. 쉼호흡.
어제 하루 종일 파일출력과 씨름하다 아무 성과도 내지 못하고 집에 갔다. 마감이 빠듯한 일이라 마음이 급하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해서 작업실에 나와 블질을 한다. 아침에 마테차를 내려서 컵에 담아서 왔다. 쉼호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