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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07.16 패쓰 2

그래서 오늘

2011. 9. 12. 17:08 from 그래서 오늘
여행을 다녀왔다. 세수를 하는데 얼굴이 더 검게 타있다. 생각해보니 올 여름 유난히 땡볕에 많이 있었던 것 같다. 숨가쁜 여름이 지났다. 나름 성실하고 부지런히 움직였던 것 같다. 생각을 정리할 틈도 갖지 못한 채 바쁘게. 추석에 집에 내려가지 않아서 이틀의 시간이 생겼다. 이소선 어머니 장례와 일본 여행 때문에 밀린 일들을 정리하려고 작업실에 나왔다. 긴장이 풀렸는지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영화나 만화를 보면서 뒹굴거리면 좋겠다. 오늘 하루는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룸메들이 다 고향에 간 집에 혼자 적적하게 있을 때 밀려올 감정들이 무엇인지 몰라 청소와 빨래를 하고 서둘러 집을 나왔다.

요즘 앞으로 삶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구체적인 무엇이라기보다는 사춘기적 망상들. 소속된 곳이 없는 프리랜서이다보니 하나의 프로젝트 혹은 교육이 끝나고 나면 그 다음을 결정해야 한다. 누군들 안 그러겠냐마는 선택의 연속. 내가 선택한 대로 내 삶이 결정된다는 사실이 주는 만족감과 피곤함이 있다. 일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최근 몇 달간 내 생활을 돌이켜 봤다. 참 다사다난했다. 회사를 다니는 게 지루한 친구들이 부러워할만한 재밌는 일들도 있고, 좋은 사람,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만났다. 자꾸만 밀려드는 새로운 자극들. 올해 초부터 심플한 생활을 위해 노력했다. 재밌어 보이는 일도 거절하고,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욕심을 줄이고 책임질 수 있는 것만 하려고 노력을 했다. 정말 노력을 한 것은 맞는데 8개월이 지난 지금 책상 달력을 한 장씩 넘겨보니 빼곡하다.

나에게 지금이 무척 중요한 시기란 걸 안다. 그냥 저절로 알게 되었다. 앞만 보고 천천히 흐르던 강의 흐름을 비틀어야 한다면 바로 지금이다. 강은 결코 바다를 채울 수 없다. 어떤 강이 될 것인가. 나의 가장 깊은 곳.



Posted by cox4 :

녹초

2011. 8. 7. 14:48 from 그래서 오늘


[녹초]는 맥이 풀어져서 힘을 못 쓰는 상태라고 한다. 청소년 교육에 참여하는 18명의 중고딩들과 샘들 다섯 분과 같이 정동진영화제에 다녀 온 내가 그 꼴이다. 흐물흐물. 찾아보니 녹초는 초가 녹은 것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장마기간 동안 습기 때문에 방에 곰팡이가 많이 피었다. 곰팡이 냄새를 제거하려고 커다란 초를 세 개 사서 방과 욕실에 두었었는데, 그 초들도 거의 다 녹아서 녹초가 되었다. 냄새를 제거하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나도 인터뷰 촬영한 것 녹취해야 하는데, 그럴 힘이 없다. 새벽 기차를 타고 정동진에 도착해서 낮엔 물놀이 (남자애들에게 물 먹지 않으려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물싸움을 했더니 팔이 떨어질 것 같다) 밤엔 영화를 보았다. 낮엔 바다에 몸을 맡긴 채 둥둥 떠다녔고, 밤엔 하늘에 뜬 달과 별을 보았다. 영화를 보는 것보다 더 좋았다. 해야 하는 일을 미뤄두고 간 여행(일까 교육일까)인지라, 마음 먹고 놀았다. 그러고 보니 바다 사진도 없다. 아이들 때문에 맥주를 마시지 못했던 것이 좀 아쉽다. 아이들도 교사들 때문에 맥주를 참았을테니 삐까삐까.


Posted by cox4 :

패쓰

2011. 7. 16. 02:19 from 그래서 오늘
뱉어내지 않고 삼키는 훈련
밀어내지 않고 끌어안는 연습
그런 걸 하면서 지나가기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