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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419

2011. 4. 20. 01:07 from 다이어리
아침 촬영이 있어서 8시에 알람을 맞춰놨는데, 촬영시간이 미뤄졌다는 카톡 메시지를 보고 맘 편히 다시 잤다.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방이 두 개인데, 나 혼자 쓰고 있는 방은 창이 작고 반지하 방향이라 아침이 되어도 빛이 들지 않는다. 룸메들이 쓰는 방은 1층 방향이라 창이 넓고 아침이면 빛이 들어온다. 환한 빛을 느끼며 일어나고 싶어서 어제는 룸메들 방에서 잤다. 룸메가 일어나서 출근 준비를 하는 걸 보고 깨어서 몇 마디 했다. 출근하는 사람들만큼 부지런히 생활해야 하는데.

아침 겸 점심을 챙겨 먹고, 작업실에 갔다. 메일을 보내고 교육 준비를 하고 원고 몇 개를 보았다. 촬영 갈 시간이 되어서 오랜만에 카메라 가방을 매고 나섰다. [어머니] 촬영이었는데, 가서 이야기도 듣고, 촬영도 좀 하고, 어머니가 주무시길래 혼자 TV로 야구도 보고, 일어나서 밥 챙겨 주셔서 밥도 먹고, 또 이야기 듣다가 왔다. 온 몸이 아프시다고 해서 팔 다리를 주물러 드렸는데, 할머니의 피부를 만지고 있으니, 절로 여자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 할머니는 밥에 물을 부어 아들이 뼈를 발라놓은 갈치와 함께 금방 밥 반그릇을 드셨다. 나는 콩나물, 무 생채 무침, 미역국, 된장국, 갈치 한 토막, 멸치를 오가며 한 그릇 밥을 든든히 먹었다.

집에 돌아와 쌍용차 해고자 분들이 나온다는 피디수첩을 보았다. 한 명의 룸메는 운동을 하면서 같이 보았고, 작년 말 노조에 가입한 다른 룸메는 같이 보다가 피곤했는지 내게 기대어 잠들었다. 언니의 안녕을 기도하며...

(.....) 별 다를 것 없는 하루가 이어진다.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이어 인생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은 느끼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아직은 인생이란 단어가 일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라디오를 들으며 내일 할 교육 준비를 하고 잘 계획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교육은 어쩜 이렇게 빨리 돌아오는지 모르겠다. 관련된 책을 사고, 자료를 준비해도 수업 전 긴장되고 허덕이는 마음은 똑같다. 그래도 오늘 들어온 강사료로 이번 달 월세를 해결했다.
Posted by cox4 :

2011. 4. 16. 03:27 from 그래서 오늘
특별할 것 없는 단조로운 일상이 참 좋다. 적당한 시간에 일어나서 손을 먼저 씻고 쌀을 씻어 밥을 지었다. 전기밥솥이 밥을 하는 동안 머리를 말리고, 룸메언니 덕에 값싸게 마련한 기초 5종세트의 화장품을 발랐다. 5종을 바르는 것이 귀찮아서 중간에 한 두개씩 빼먹는다. 대충 옷을 입고 냉장고에서 반찬을 꺼냈다. 밤에 노느라 듣지 못했던 라천 한 개도 반찬 삼아 틀어놓았다. 밥 먹고 작업실로 갔다. 커피 한 잔 내려 먹고 메일도 확인하고 해야 할 일들도 하나씩 처리했다. 그런 것 만으로도 시간은 참 잘 간다.

그제 있었던 공부방 교육이 무사히 잘 끝났다. 아니 실은 만족스럽게 끝났다. 지난 시간 교사인 내 말에 전혀 집중하지 않고 붕붕 날라다니던 아이들 때문에 일주일 동안 마음의 짐이 무거웠었다. 아이들의 에너지를 누르지 않고도 교육을 잘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아무리 고민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교육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중학생들. 나 혼자 끙끙대고 있을 때, 공부방 담당 샘이 도와주셨다. 내가 부담스럽지 않을 만큼 적당히. 그래서 찾은 답은 아이들과 같이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었다. 교육을 하기 전에 지난 시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하고, 어떻게 할지 같이 고민해보자고 했다. 아이들 스스로도 벌칙으로는 해결될 리 없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단 서로 조심하는 걸로 결론. 그런 이야기를 나눠서인지, 빠진 인원이 있어서인지, 교육이 무사히 진행되었다.

아이들의 생각은 참 예쁘다. 삐뚤삐뚤 제 멋대로인 것 같아도, 솔직하다. 진심을 감추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이 배운다. 한계를 지어버리면 아이들은 그 한계 안에서 갇힌다. 믿음을 가질수록 자라난다. 공부방 샘들이 인내와 지혜로움으로 아이들과 대면한다. 그 모습에서 또 많이 배운다. 앞으로 힘들 일도 무지 많아 보이지만, 그래도 성을 쌓지 않은 사람들인 아이들을 만나는 것은 즐겁다. 이미 견고한 성인 나를 부끄럽게 만든다. 그런 아이들과 샘들과 5월에 여행을 간다. 두근두근과 걱정걱정이 동시에.

요즘 안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한다. 알게 되면 삶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알고도 삶이 변하지 않으면, 마음이 딱딱해지고, 점점 만족을 느낄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안다는 것은 무섭다. 차라리 모르는 것이 낫겠다 싶을 때도 있다. 허나 내 마음이 편하자고해서 모르는 채로 있길 고집한다면, 나의 무지로 인해 힘들어 할 이를 외면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게 가까운 이든, 멀리 이국에 있는 낯선 사람이든 간에. 나는 아직 잘 알지 못한다는 핑계로 피할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무엇을 공부할 것인지 스스로 선택하는 상황과 나이가 된다면 더욱 더 그렇다. 무엇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은 넓어지고 섬세해지는 것, 그만큼 고려하고 배려해야 할 것이 많아지게 되는 것, 그래서 스스로 피곤해질 수도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피하고 싶은 종류의 앎들이 있었다. 어느 정도만 알아도 되지 않겠나 싶어서 공부를 피한 것들이 있다. 아니 대부분의 영역이 그렇다. 그래서 내 앎에는 깊이가 없다. 하지만 이제 더이상 피할 곳이 없어졌다. 지금껏 경험했던 것,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던 것을 한 차례 모두 털었기 때문에, 나는 삶을 위해 더 알아야 하는 시점을 맞이한 것이다. 안다는 것이 피곤하게 느껴지는 것은 진정으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알아야 할 것이 많다. 아니 알고 싶은 것이 많아졌다. 알기 위해선 단조로운 삶.
Posted by cox4 :

일단 흔들

2011. 4. 13. 02:49 from 그래서 오늘
씩씩하게 살고 싶다.

여성영화제에서 두 번째 상영을 했다. 사람들이 꽤 많이 와 있었다. 다큐멘터리 제작자나 친구 몇 명, 지인들 몇 명, 아주 친하진 않지만 일 때문에 종종 보는 사람들 몇 명도 왔다. 다큐멘터리는 모르는 관객보다 아는 이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더 힘들다. 잔뜩 긴장된 마음으로 GV를 시작했는데, 첫 질문이 당황스러워서 내 머릿속도 흔들려버렸다.

그 흔들림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며칠 동안 내일 있을 공부방 교육때문에 고민했다. 중학생들의 시선을 잡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도무지 모르겠다. 아니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상영반응이 별로이거나 교육진행이 잘 안 될 때, 가끔 생각한다. 불특정 다수를 관객으로 하고 다수와 교육에서 만나는 일들이 나에게 맞는 것일까?

허나 이것은 이 순간이 어려워 도망가고 싶은 엄살이다. 일단 씩씩하게 자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