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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2011.11.18 해남 땅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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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12. 10. 02:40 from 그래서 오늘

어제 새벽 늦게 잠들었다가 오늘 11시 정도에 일어나서 또 공부방 사업계획서 작성, 3시 좀 넘어서 대강 마무리해서 넘겼다. 오늘이 마감이라 허겁지겁. 요즘 하고 있는 일들이 몰려서 마감에 쫓겨한 것도 있고, 이 일을 하는 데 주어진 시간이 적기도 했다. 또 급한 일이 있을 때마다 듣고 싶은 음악이 많아지고 생전 안 보던 책들도 막 재밌게 느껴지는 이상한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된 탓이기도 하다. 쉬면서 간간이 듣는 음악이 주는 편안함.

오분만 더 오분만 더 하면서 30여분을 침대에 누워있다가 공부방 교육이 있어서 일어났다. 오늘은 지역 공동체 라디오에 출연해서 그동안 교육했던 걸 소개했다. 나는 마이크도 없어서 인사만 하고 사진만 찍다가 왔다. 애들이 떨면서도 말도 잘하고 재밌어하더라. 어디로 가야하나 고민하다가 그냥 집으로 왔다. 괜히 미안한 마음에 여기저기 찔끔찔끔 일하다가 영문도 모르게 짜증 폭발할까봐. 

집으로 오는 길에 버스를 잘 못 타서 한참 걸었다. 날씨는 엄청 추운데 베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아이폰으로 검색해봤는데 우리동네에는 없었다. 귤이랑 플레인요구르트 사서 집에 와서 마구 먹었다. 그리곤 '빠담빠담'을 보았다. 그런 눈빛은 어떻게 가지게 된 것일까? 

엉망인 방을 청소하고 잘까 그냥 잘까 고민하다가 노트북을 열었다. 우연히 친구들의 예전 블로그들을 돌아다니다가 26살 나의 일상을 보았다. 지금과 별 다르지 않은데 벌써 4년이 지났다. 그 때처럼 시시껄렁한 일상을 마구 적어보고 싶었다. 4년 뒤에 내가 또 볼 수 있을테니. 수정도 없이 적는 글. 죽음이 점점 일상 가까이에 오는 것 같다. 나도 블로그 이사를 한 번 해볼까. (중간생략) 그렇지만 게으르고 보수적이니 바꾸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 
Posted by cox4 :
참 오랜만에 외면일기를 쓴다. 외면일기를 얼마나 쓰는 지가 내 정신적 건강함을 진단하는 척도인데, 일부러 써보려고 해도 써지지 않던 지난 몇 달간 혹은 일년. 멍 때리는 여행을 다녀오고나서야 겨우 하나의 외면일기거리가 생겼다. 블로그에 글도 오랜만에 쓰다보니 횡설수설하는 느낌이다. 외면일기를 안 쓰는 데는 게으름도 한 몫하겠지만, 그것도 정신상태의 일종인지라.

해남에 여행을 간 김에 기념이 될만한 뭔가를 사고 싶었다. 둘째날 밤 9시쯤 숙소 근처에 있는 해남특산물 판매장에 갔다. 특산물인 해산물 그 중에서도 건어물을 많이 팔았다. 오징어는 버스에서 냄새가 날 것 같고, 미역은 너무 크고 또 흔하고, 멸치는 많이 안 먹을 것 같고 해서 망설이다가 다시마를 골랐다. 가방에 여유가 없어서 작은 9천원짜리를 사서 계산을 하고 문을 열고 나오려는데 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혹시 저거 보셨습니까?"

아저씨는 매장의 벽에 걸린 화이트 보드를 가리켰다. 거기엔 '목숨이 경각을 다툰다하여 어찌 가던 길을 멈출 수 있으리요. 공자'라는 아저씨의 메모가 있었다. 어리둥절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아저씨는 말을 이어간다.

"처음보는 손님한테 이런 말해서 어찌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제가 술을 먹은 김에 좀 이야기할게요. 제 아들이 하나 있는데 아이큐가 157이에요. 영어단어 수십개를 한 번에 외워요. 저도 깜짝 놀래요. 동네 사람들한테 말하면 흉보지만 손님이니까. 그런데 제가 걔 때문에 고민이 많아요. 서울에서 온 문제집은 시시하다고 풀지도 않아요. 동생 줘버리고. 이 시골에서 어떻게 할 방법이 없어서. 제가 매일 밤 울어요."

술 취한 김에 아들 자랑 하나보다 싶어 문고리를 놓지 않고 적당히 리액션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었다. 술 주정이라고만 보기엔 너무나 진중한 아저씨의 말투.

"사모님은 결혼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노래 가사를 그냥 가사로만 보지는 않아요. 왜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라는 노래 있잖습니까? 그 가사처럼 여자는 남자가 잘 떠다니리 수 있도록 잔잔히 잘 받쳐줘야 한다고 저는 생각하는데 우리 집사람은 그렇지가 못해요. 잘한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나갈 때마다 돈 좀 벌어오라고 하고. 그 사람이 벌써 12번 집을 나갔어요. 이번에 13번째 나갔을 때는 제가 안 받아줬습니다. 더는 못하겠더라고요. 돌아오겠다고 하는데, 그냥 오지말라고 했습니다. 나갈 때 그냥 나가는 것도 아니고 작은 동네에 소문 다 나도록 택시 부르고 짐 다 나르고. 어휴 말도 못합니다. 애들도 그냥 던져버리고. 장인 어른이 결혼한다고 할 때 성질이 못쓰니까 알아서 살라고 할 때 그냥 하는 말인 줄 알았습니다."

왜 집을 나갔는지 물었다.

"그건 제가 잠꼬대가 심한가봐요. 평소에 못했던 말들을 잠꼬대 하면서 하나봐요. 그러면 다음날 아침에 그것때문에 싸우고. 그래도 전 절대 폭력은 쓰지 않습니다. 잠꼬대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근데 그것 때문에 싸우고. 우리만 살면 모릅니다. 시어머니 모시고 사는 사람이. 제가 지금까지 30억을 벌었습니다. 그 사람 때문에 15억 정도 낭비한 거 빼면 제가 목표한 50억 다 벌었습니다. 요즘에 저 자신한테 물어봅니다. 제가 한 결정이 잘한 것인지. "

그 후로 두 세명의 손님을 받으면서도 아저씨는 계속 이야기를 했다. 아저씨가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결혼해서 같이 살기에는 좀 힘든 타입처럼 보였다. 모든 것이 본인 중심이었다. 나가고 싶어서 문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는 나의 표정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끝나갈 무렵 마침 손님들이 와서 계산해달라고 하는 틈을 타서 특산물 매장을 빠져나왔다. 약간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찌나 숨통이 트이던지.
Posted by cox4 :

해남 땅끝

2011. 11. 18. 11:32 from 보고 듣다











지난 주말, 상영이 있어서 광주에 간 김에 해남에 들렀다. 여행을 가는 부런함이 없어서 늘 친구들 갈 때 껴서 갔는데 이제 혼자 여행을 다녀보려고 워밍업 삼아 갔다.





















가서 할 일이 없어서 무작정 배를 타고 섬에 들어갔는데, 두 시간을 걸어도 슈퍼가 나오지 않아서 오후 세시까지 물 한모금 먹지 못했다. 준비 없는 여행이 가져오는 배고픔. 사진도 거울 보고 혼자 찍고.






































다행히 길 가다가 감나무와 무화과 나무를 발견하여서 따 먹었다. 주인의 허락은 못 구했지만, 경험상 그것은 분명 상품가치가 없고 까치밥처럼 내버려둔 것이었다. 무화과 세 개와 감 홍시 하나를 먹고 다시 두 시간을 걸어서 배 타러 갔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