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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6.02 월요일 오후
  2. 2014.05.30 인생이 건네는
  3. 2014.04.28 잠이 좋다 1

월요일 오후

2014. 6. 2. 14:44 from 그래서 오늘

9시 수영반을 가려면 8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주섬주섬 옷과 수영도구들을 챙겨서 5분 정도 걸어가면 8시 50분, 샤워하고 들어가면 9시, 체조하고 한 시간 수영하는 코스이다. 눈을 뜨니 9시였다. 살짝 고민하다가 일어나 수영장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었다. 평형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집에 돌아가 어제 사 온 가지 하나를 반을 잘랐다. 나머지는 냉장고에 다시 넣고 고기를 써는 마음으로 가지를 썰었다. 싱싱한 가지에 칼이 들어가니 상큼한 식물의 냄새. 아 좋다. 콩기름만 두르고 가지를 굽고 계란도 구워 점심을 먹었다. 치즈  하나 입에 물고 방안에 앉았더니, 아 그냥 집에 주저앉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 해야 할 일들이 나에게 두통을 선물해주고 있기 때문에 구겨진 반팔 티셔츠를 다려 입고 작업실에 나왔다.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귀를 사로잡은 빗소리. 잠깐만 하면서 의자에 누웠다가 쇼파에 누웠다가. 그래 지금이 중요하다면 나는 달콤한 잠을 택하겠어.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자다 일어나니 좋았다. 여전히 머리는 무거웠지만 두통은 좀 덜해진 것 같고, 팬들이 보내준 영상으로 만든 Kyo의 보물섬 영상을 페북에서 보니 코끝이 찡. 그래 영화가 별건가. 편집 중인 영화의 엔딩이 보고 싶어졌다.

 

이미지가 천근만근이구나. 이 문장이 머릿 속에 떠 버린 후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수영장의 출렁이는 물은 살아있다. 나도 잘 모르겠다.

Posted by cox4 :

인생이 건네는

2014. 5. 30. 16:52 from 그래서 오늘

갑자기 블로그에 글을 쓰고 싶어졌다. 몇 시간동안 여기 저기에 서류를 내고 돌아다녔다. 아침엔 수영을 했다. 생리 때문에오랜만에 갔더니 왜 또 빠졌냐며 핀잔을 주신다. 이번 달엔 감기 때문에 못 가고 집에 다녀와서 못 가고 작업 때문에 못가고 했더니 겨우 네 번 갔나보다. 다음 달엔 매일 반을 끊었는데 다섯 번 정도만 빠져야겠다. 마지막 달이니 평형까진 마스터해야겠다. 왜 블로그에 글쓰고 싶어졌는지 알았다. 조금 전에 싱클레어라는 잡지를 보면서 깔깔 거렸기 때문이다. 타인의 담담한 일상이 나에게 유쾌한 웃음을 줬다. 자기는 다 봤다며 아는 친구가 주었다. 야금 야금 읽고 있다.

 

다음 달엔 이사를 간다. 이사 가면 뭐하지 하면서 버스타고 오는 길에 생각해봤다. 몇 개의 작업이 떠올랐다. 시간이나 여유 없다는 핑계로 미뤄뒀던 작업 몇 개를 하면 될 것 같다. 마음이 옹졸해질 때마다 트위터에서 사유리씨 트윗을 죽 읽어보는데, 그 중에 '인생이 잘 되라고 나에게 시련을 준다' 이런 글이 있었다. 어려움이 생길 때마다 종종 떠올린다. 요즘은 인생이 포기하지 말라고 나에게 달콤한 것들을 하나씩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 두 개 빼고는 모든 것이 순조롭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조금만 더 버티라는 신호인 것 같다. 자꾸만 처지는 마음인데, 순서를 바꿔가듯 친구들에게 연락이 온다. 행복이란 뭘까. 인생인란 뭘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작지만 확실한 행복들이 나를 잡아준다.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나를 찾은 것을 수도 있겠다.

Posted by cox4 :

잠이 좋다

2014. 4. 28. 11:49 from 그래서 오늘

요즘 작업실을 혼자 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 작업실을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날이 갈수록 푸러지는 은행나무를 두고 떠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작업실에 들어와서 창가에 앉아 하늘하늘 날리는 은행잎을 보면 내 마음도 연해지는 것 같다. 편집을 하다가 막혀도 물끄러미 쳐다본다. 달리 볼 게 없어서이기도 하다.


며칠동안 혼자 작업실에 있으니 적적함도 익숙해졌다. 내 방에 가만히 있는 것 같다. 여기는 내 방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도 있고 나무도 있다. 살짝 쌀쌀한 것 빼고는 다 좋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나를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어제는 일찍 잠 들었다. 요즘 4시, 5시는 되어야 겨우 잠들었었는데, 그제 오랜 친구 집에 놀러갔더니 친구가 커피를 끊고 두통이 없어졌다고 해서 나도 커피를 이틀동안 안 마시고 있다. 그 때문인지 자려고 누워 20여분이 지나면 잠이 든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느낌이 좋다. 어쩌면 커피 때문이 아니라 낮 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soob은 거의 2년만에 만났다. 이사간 집에 문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볶음을 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애틋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밌는 건 둘 다 9시 수영을 다닌다는 것.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옛날 이야기부터 지금의 생활까지. 그리고 서울 산 지 10년을 맞이하여 목표도 하나 세웠다. 그 목표가 이뤄진다면 인생이 뭔가 색달라질 것 같다. 


그제는 심각한 두통. 머리가 지끈지끈. 편집을 하는데 몸과 마음의 감각을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욕심내는 마음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다보니 열을 내고 있었다. 두통에 시달리다가 일기장을 펼치고 욕심에 대해 적기 시작하니 두통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음이 욕심을 접은 것인지, 몸이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그게 나임을 인정하자며 편집하고 있다. 감바레! 열심히 하고 오늘도 푹자자.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