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수영반을 가려면 8시 40분에는 일어나야 한다. 주섬주섬 옷과 수영도구들을 챙겨서 5분 정도 걸어가면 8시 50분, 샤워하고 들어가면 9시, 체조하고 한 시간 수영하는 코스이다. 눈을 뜨니 9시였다. 살짝 고민하다가 일어나 수영장에 도착하니 9시 20분이었다. 평형의 맛을 알아가고 있다.
집에 돌아가 어제 사 온 가지 하나를 반을 잘랐다. 나머지는 냉장고에 다시 넣고 고기를 써는 마음으로 가지를 썰었다. 싱싱한 가지에 칼이 들어가니 상큼한 식물의 냄새. 아 좋다. 콩기름만 두르고 가지를 굽고 계란도 구워 점심을 먹었다. 치즈 하나 입에 물고 방안에 앉았더니, 아 그냥 집에 주저앉고 싶다는 마음이.
요즘 해야 할 일들이 나에게 두통을 선물해주고 있기 때문에 구겨진 반팔 티셔츠를 다려 입고 작업실에 나왔다. 컴퓨터를 켜기도 전에 귀를 사로잡은 빗소리. 잠깐만 하면서 의자에 누웠다가 쇼파에 누웠다가. 그래 지금이 중요하다면 나는 달콤한 잠을 택하겠어. 그렇게 한 시간 넘게 자다 일어나니 좋았다. 여전히 머리는 무거웠지만 두통은 좀 덜해진 것 같고, 팬들이 보내준 영상으로 만든 Kyo의 보물섬 영상을 페북에서 보니 코끝이 찡. 그래 영화가 별건가. 편집 중인 영화의 엔딩이 보고 싶어졌다.
이미지가 천근만근이구나. 이 문장이 머릿 속에 떠 버린 후론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수영장의 출렁이는 물은 살아있다. 나도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