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좋다

2014. 4. 28. 11:49 from 그래서 오늘

요즘 작업실을 혼자 쓴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언제까지 이 작업실을 쓸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날이 갈수록 푸러지는 은행나무를 두고 떠날 수 있을 지 모르겠다. 작업실에 들어와서 창가에 앉아 하늘하늘 날리는 은행잎을 보면 내 마음도 연해지는 것 같다. 편집을 하다가 막혀도 물끄러미 쳐다본다. 달리 볼 게 없어서이기도 하다.


며칠동안 혼자 작업실에 있으니 적적함도 익숙해졌다. 내 방에 가만히 있는 것 같다. 여기는 내 방보다 훨씬 넓고 테이블도 있고 나무도 있다. 살짝 쌀쌀한 것 빼고는 다 좋다.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거란 생각이 나를 차분하게 해주는 것 같다.


어제는 일찍 잠 들었다. 요즘 4시, 5시는 되어야 겨우 잠들었었는데, 그제 오랜 친구 집에 놀러갔더니 친구가 커피를 끊고 두통이 없어졌다고 해서 나도 커피를 이틀동안 안 마시고 있다. 그 때문인지 자려고 누워 20여분이 지나면 잠이 든다. 개운하게 자고 일어난 느낌이 좋다. 어쩌면 커피 때문이 아니라 낮 동안 일을 열심히 해서인지도 모르겠다. soob은 거의 2년만에 만났다. 이사간 집에 문을 여니 내가 좋아하는 오징어볶음을 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뭔가 애틋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눴다. 재밌는 건 둘 다 9시 수영을 다닌다는 것. 사람 쉽게 변하지 않는다며 옛날 이야기부터 지금의 생활까지. 그리고 서울 산 지 10년을 맞이하여 목표도 하나 세웠다. 그 목표가 이뤄진다면 인생이 뭔가 색달라질 것 같다. 


그제는 심각한 두통. 머리가 지끈지끈. 편집을 하는데 몸과 마음의 감각을 머리가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다. 머리가 욕심내는 마음을 따라잡으려고 애쓰다보니 열을 내고 있었다. 두통에 시달리다가 일기장을 펼치고 욕심에 대해 적기 시작하니 두통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마음이 욕심을 접은 것인지, 몸이 마음을 이해하게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는 데까지 해보고 안 되면 그게 나임을 인정하자며 편집하고 있다. 감바레! 열심히 하고 오늘도 푹자자.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