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강의가 있어서 대구에 내려간다. 엄마, 아빠는 가게가 바빠서 내가 내려가도 시간이 없어서 같이 놀지는 못한다. 일요일에 쉬기 때문에 토요일 저녁을 종종 같이 먹는 정도이다. 어제는 오랜만에 엄마, 아빠랑 저녁을 먹었다. 생일을 맞아 저녁을 쏜다고 했던 약속을 지켰다.
엄마는 내가 내려왔다고 전화를 하면 냉장고에 뭘 뒀으니 먹으라고 한다. 근데 그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들을 알고 맞춰서 둔다. 어제는 곶감이었다. 곶감만 보면 눈을 떼지 못하는데 엄마는 그걸 까먹지 않았다. 중국산 곶감이 많고 국내산 곶감도 맛없는 게 많아서 곶감을 살 때 신중하게 고르는 편인데, 엄마가 사둔 곶감은 엄마 옆 가게 할머니의 친구가 집에서 직접 만든 곶감이었다. 완전 고퀄리티에 엄청 싸게 팔아서 얼른 사왔다고 했다. 소량이라서 순식간에 다 팔렸다고 한다. 엄마가 곶감 사뒀다는 이야기에 수업 내내 집에 가서 곶감 먹을 생각만 했다.
엄마랑 같은 방에서 잤다. 방이 건조해서 자고 깨기를 반복했다. 아침 무렵 옆에서 누워있던 엄마가 내 오른손을 가만히 잡았다. 잠결인데도 따뜻함이 전해졌다. 그리고 손을 놓지 않고 한참 있었다. 기도하나보다. 그러고 나는 그대로 잠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그 장면을 떠올려봤다. 아기였던 둘째가 어느새 자라서 이렇게 컸구나라고 생각하며, 엄마는 자는 나를 봤을 것 같다. 그렇게 상상하니 나도 아기였다가 순식간에 큰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정말 친구처럼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친구라 치면, 나에게 이렇게까지 잘해준 친구는 없었다. 이제는 내가 엄마, 아빠의 제일 잘해주는 친구가 되고 싶다. 남은 시간동안. 후회가 없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