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종로3가에서 할아버지들 사이를 빠져나오는데, 또 한 번 떠올랐다. 몇 달 전, 햇볕이 따뜻했던 버스에서 본 할아버지와 손녀의 대화.
엄마와 동생,할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탄 8-9살 정도의 여자아이. 엄마는 동생과 앉고 그 아이는 할아버지 옆 자리에 앉았다. 나는 반대편 의자에 앉아있었다. 엄마 옆에 앉고 싶은 아이가 자꾸 엄마에게 왔다갔다 했다. 엄마가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자 아이는 할아버지 옆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가 참 귀여운지 가만히 쳐다본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대하는 걸 좀 어려워하는 걸로 봐서 자주 만나거나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애정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생 모르고 살아오신 남자사람인 것 같았다. 손녀가 너무 예쁜데, 쓰다듬지도 못하고 쉽게 말 붙이지도 못하고, 희미한 미소만 감추지 못하는 모습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에게 손녀가 또랑또랑하고 큰 목소리(버스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만한 크기)로 물었다.
"할아버지한테서 냄새나요. 무슨 냄새예요?"
킁킁 거리면서 할아버지 곁에 다가간다. 당황한 할아버지가 말도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짝 본다. 그러나 계속 버스 안에 울려퍼지는 아이의 목소리.
"무슨 냄새예요?"
"냄새는 무슨..."
"어? 냄새 나는데? 무슨 냄새예요?"
"아니..."
"할아버지 무슨 냄새예요?"
손녀는 반복되는 물음에 쩔쩔매는 할아버지. 옆에 있던 내가 보기엔 그건 다른 특별한 냄새가 아니라,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났던 노인들 특유의 어떤 냄새였다. 계속 할아버지에게 다가가며 냄새를 맡는 걸로 보아 손녀는 할아버지의 냄새가 싫어서 묻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 맡아본 적이 없는 종류의 냄새에 대한 강한 호기심 때문에 묻는 것 같았다. 허나 그런 질문일수록 대답하기 어려운 법. 아이의 질문을 오랜만에 받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늙어서 나는 냄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노인에게서 나는 냄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엄마와 동생,할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탄 8-9살 정도의 여자아이. 엄마는 동생과 앉고 그 아이는 할아버지 옆 자리에 앉았다. 나는 반대편 의자에 앉아있었다. 엄마 옆에 앉고 싶은 아이가 자꾸 엄마에게 왔다갔다 했다. 엄마가 가만히 앉아있으라고 하자 아이는 할아버지 옆 자리에 앉았다. 할아버지는 그런 손녀가 참 귀여운지 가만히 쳐다본다. 할아버지가 손녀를 대하는 걸 좀 어려워하는 걸로 봐서 자주 만나거나 친한 사이는 아닌 것 같았다. 애정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평생 모르고 살아오신 남자사람인 것 같았다. 손녀가 너무 예쁜데, 쓰다듬지도 못하고 쉽게 말 붙이지도 못하고, 희미한 미소만 감추지 못하는 모습의 할아버지. 그런 할아버지에게 손녀가 또랑또랑하고 큰 목소리(버스 사람들이 다 들을 수 있을만한 크기)로 물었다.
"할아버지한테서 냄새나요. 무슨 냄새예요?"
킁킁 거리면서 할아버지 곁에 다가간다. 당황한 할아버지가 말도 못하고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살짝 본다. 그러나 계속 버스 안에 울려퍼지는 아이의 목소리.
"무슨 냄새예요?"
"냄새는 무슨..."
"어? 냄새 나는데? 무슨 냄새예요?"
"아니..."
"할아버지 무슨 냄새예요?"
손녀는 반복되는 물음에 쩔쩔매는 할아버지. 옆에 있던 내가 보기엔 그건 다른 특별한 냄새가 아니라,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도 났던 노인들 특유의 어떤 냄새였다. 계속 할아버지에게 다가가며 냄새를 맡는 걸로 보아 손녀는 할아버지의 냄새가 싫어서 묻는 게 아니라, 살아생전 맡아본 적이 없는 종류의 냄새에 대한 강한 호기심 때문에 묻는 것 같았다. 허나 그런 질문일수록 대답하기 어려운 법. 아이의 질문을 오랜만에 받는 할아버지가 아니라 누구라도 그 상황에서 "늙어서 나는 냄새다.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는 노인에게서 나는 냄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