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다큐멘터리'에 해당되는 글 9건

  1. 2013.07.12 03. 마음 들여다보기
  2. 2013.06.28 02. 이제 한 번 깊어져야 할 타이밍
  3. 2013.06.01 [한겨레] 손노동 관련 기사

정말 오랜만에 촬영 생각 없이 하루를 보냈다. 몇 달 동안 촬영을 어떻게 할 지, 누구를 섭외할 지, 어떻게 연결할 지를 생각하다가 지금은 거기서 살짝 빠져나온 것이다. 지난 화요일 구성 회의를 하고 난 다음에 피디님에게 마음을 들여다볼 것을 제안 받았다. 제안이라기보다는 권유, 혹은 부탁에 가까웠다. 촬영은 계속 하고 있는데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가 구성안에도 나의 이야기에도 담겨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불안하실 것 같다. 나보다 더. 그리고 나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잘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내가 인터뷰 중심으로 짜 맞춰 적은 구성안을 어떻게 수정할 지 막막하기보다는,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적당히 드러낼 수 있는 시점은 지났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드러내지 말아야 할 정도의 깊은 무엇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그런 것은 전혀 없다. 평범한 생각 뿐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게 두려운 지도 모르겠다.


의자를 소재로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 그리고 기획을 이야기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좋았다. 어떤 것일 지 기대가 된다고 하였다. 그 기대에 부응하가 위해 영화를 만들 생각은 별로 없었으나, 그 기대를 잃는 것은 두려웠던 것 같다. 기획 단계에서 느껴지는 그 흥분, 촬영 단계에서 갖는 즐거움을 이어가고 싶었던 것 같다. 허나 편집 단계는 다가오고 있었고, 특별할 것 없음을 인정하고 가지고 있는 것들을 꺼내야 하는 것이다. 의자를 통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 의자가 되는 법이란 선언적인 제목까지 가기 위해서 나는 지금 나의 어떤 마음을 살펴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결국 아픈 마음이다. 그리고 홀로 버티고 있음을 인정하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 정도의 강인함이다. '의자'란 사물이 아니다.


Posted by cox4 :

작업의 속도는 빠를 지 모르나 작품의 깊이는 그대로인채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피디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겠다. 허나 혼자서 깊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출연자들, 의자들, 스탭과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의자라는 소재, 그리고 의자를 매개로 사람의 가치와 자리 나아가 나름의 답까지 찾아보겠다는 기획의도적인 의욕만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마음이 잘 맞고 능력있는 작업자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 순조롭게 한 단계의 촬영을 마치게 된 것 같다.


의자를 제작하는 그룹들의 촬영을 거의 끝냈다. 오늘 김상규 선생님 두 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보답하는 길은 어설픈 선물이나 인사치레 말이 아니라 좋은 작업으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고민하고 출연하신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책들을 몇 권 뒤적여보았다. 그 중 하나가 [피로사회]이다. 다시 읽다보니 또 재미가 있어서 안산까지 전철타고 가면서 읽었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람들에 기대어서 왔다면 이제는 연출로써 한 호흡 정리를 하고 다음 호흡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이 될 지 나도 기대가 된다. 이번 주는 더 깊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가 막막할 것이다.

Posted by cox4 :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4587.html


http://h21.hani.co.kr/arti/cover/cover_general/34595.html


지그문트 바우만은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에서 “어쩌면 우리는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보호막 속에 갇혀 있는 사람들’처럼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점점 더 적은 수의 사람들만이 동료로부터 느끼는 활기참과 기운을 북돋아주는 따뜻한 온정을 기대할 수 있을 뿐”이라고 썼다. 바우만은 현대의 공허함을 메꾸기 위해 사람들은 하이테크에 기대지만 그럴수록 공허감은 더 깊어질 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손노동에 기대 관계를 만들어가는 연남마예스트로 회원들은 하이테크 이전의 것에 기대 활기와 기운을 얻는 이들인 셈이다. 


“제작을 하다보면 사물의 이면이 보인다. 과정을 경험해보면 매번 다른 형태로 이면이 나타난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