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종종 밤에 조깅을 한다. 집근처 공원에 있는 작은 트랙을 돈다. 집에 늦게 들어가기 때문에 밤보다는 새벽에 가깝다. 자정을 넘어서 하는 경우가 많다. 작은 트랙이라고 하기엔 둥근 공원길에 가깝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트랙처럼 사용한다.
새벽에 가면 사람이 별로 없다. 아저씨나 젊은 사람 몇 명 뿐이다. 그런데 유독 자주 보는 할머니가 계셨다. 할머니는 80대는 훌쩍 넘어보였다. 걷는 것도 편치 않아 보였다. 그 할머니는 나처럼 뛰지는 않고 빠른 걸음으로 20바퀴 이상은 도시는 것 같았다. 나는 할머니 뒤에서 뛰다가 추월하다가를 반복한다. 할머니가 있어서 왠지 안심이라는 느낌으로.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가 내가 도착하자마자 트랙을 나가는 길로 가시는 것이다. 벌써 가시나 싶었더니 그게 아니라 트랙 입구인 길까지 갔다가 다시 되돌아오시는 것이었다. 트랙이 작기 때문에 어떻게든 크게 원을 그리시면서 가려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할머니는 그 트랙안에서 가능한 가장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다.
하지만 이제 막 조깅을 시작한 나는 목표인 10바퀴 12바퀴를 채우기 위해 트랙의 가장 안 쪽으로 돈다. 어떻게든 목표량만 채우려는 꼼수이다. 의식적인 것은 아니고 무의식이다.
조깅을 하는 데에도 이렇게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