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뚝싹뚝

2015. 12. 9. 00:26 from 그래서 오늘

배배 꼬인 마음을 풀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났다. 일주일 동안 널려있던 빨래를 걷어 개고, 밀린 설거지를 하고, 세수도 하였다. 언니가 준 전기포트를 꺼내 물을 끓이고 말린 우엉 서너조각 띄웠다. 수면 양말로 발을 감싸니 조금 제정신이 돌아왔다. 아직 감정에 휩싸인채로 앉아있지만, 따뜻한 차를 다 마실 때쯤이면, 키보드에서 손을 뗄 때쯤이면 나아지리란 걸 알고 있다. 직면하는 것이 어렵다. 글로 쓰는 것은 마음을 정면으로 보는 일이다. 한참을 누워 뒤척인 것은, 허락하지 않은 짜증이 솟구쳐오르는 것은 내가 정면을 바라보고 있지 않아서이다. 그래서 무엇 때문에 짜증이 나는 지도 모른다. 정확히 모른다. 이것 때문인가. 이것 때문이가. 생각나는 일을 모두 떠올려본다. 그러면 이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아니 이런 나도 마음에 들지 않고 저런 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것도 원하고 저것도 원하는 욕심. 파고 들어가보면 결국은 나의 태도 때문이다. 깊은 한숨. 적당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들을 싹뚝싹뚝 잘라버려야겠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