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의 속도는 빠를 지 모르나 작품의 깊이는 그대로인채로 촬영이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피디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겠다. 허나 혼자서 깊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출연자들, 의자들, 스탭과의 이야기 그리고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다. 의자라는 소재, 그리고 의자를 매개로 사람의 가치와 자리 나아가 나름의 답까지 찾아보겠다는 기획의도적인 의욕만을 가지고 작업을 시작하였다. 다행히 마음이 잘 맞고 능력있는 작업자들과 함께 해서 즐거웠고 순조롭게 한 단계의 촬영을 마치게 된 것 같다.


의자를 제작하는 그룹들의 촬영을 거의 끝냈다. 오늘 김상규 선생님 두 번째 인터뷰를 마쳤다. 많은 도움을 주신 선생님께 보답하는 길은 어설픈 선물이나 인사치레 말이 아니라 좋은 작업으로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실하게 고민하고 출연하신 것이 부끄럽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오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그동안 작업에 영감을 주었던 책들을 몇 권 뒤적여보았다. 그 중 하나가 [피로사회]이다. 다시 읽다보니 또 재미가 있어서 안산까지 전철타고 가면서 읽었다. 작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 사람들의 이야기와 시선과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지금까지 사람들에 기대어서 왔다면 이제는 연출로써 한 호흡 정리를 하고 다음 호흡을 준비해야 한다. 무엇이 될 지 나도 기대가 된다. 이번 주는 더 깊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가 막막할 것이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