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사람

2014. 11. 23. 02:11 from 그래서 오늘

오늘 만난 사람 때문에 초조하다. 그 사람은 무척 따뜻한 사람이다.지금까지 일 때문에 몇 번 만날 일이 있었는데, 그 사람의 따뜻함 때문에 헤어질 땐 내가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긴장이 풀렸다. 대화를 시작하는 순간부터 그녀와 나의 온도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잘 못 살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차이였다. 그 정도의 따뜻함이었다. 그녀는 상대를 배려하기 위해서 긴장을 한다. 나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긴장한다. 아득한 차이. 날카로움이란 그저 무력한 것에 불과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무시 당하지 않기 위한 날섬, 포기하지 않으려는 어떤 기준, 상대를 위한답시고 내뱉는 평가. 그런 것들이 실은 다 나를 위한 긴장에서 나온 것일뿐, 뭔가 다른 것을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걸 인정할 수밖게 없게 되는 밤이다. 그래서 초조한 마음이다. 부끄러운 기억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한 사람은 생각보다 크다. 맑고 따뜻한 존재는 예측할 수 없는 물결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렵다. 고맙다. 부끄럽다. 또 고맙다.

Posted by cox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