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루

2014. 4. 14. 19:41 from 그래서 오늘


하루가 아깝진 않았어? 숙취로 친구집에서 하루 종일 자고 저녁에 들어온 나에게 해장라면을 끓여주던 언니가 물었다. 아뇨. (그것도 의욕 있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죠) 언니는 힘없이 웃는 내게 더 묻지는 않았다. 전 날 술자리에서 내가 얼마나 가관이었는지 친구에게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잃어버린 그 시간을 하나씩 살려나갔다. 그러다 나라는 인간이 결국 새벽에 남의 아파트 단지에서 통곡을 했고 그게 마음이 아파 실컷 울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는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데, 나도 그랬던 내가 짠해서 다시 콧끝이 찡. 만취의 장점은 만취했을 때의 추한 모습이 부끄러워 그 전에 갖고 있던 고민들을 잠시나마 까먹게 되는 것인 것 같은데, 나는 어째 부끄럽진 않고...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채로 하루를 보내고 나도 또 다시 하루다. 그냥.


Posted by cox4 :